난 남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다.
고등학생 때 초여름인데도 내복을 입은 나를 친구들이 보고 어이없어 하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대신에 더위는 아주 수월하게 넘긴다.
몇십 년 만의 더위였느니 어쩌니 하고 TV에서 법석을 떠는 것을 듣고서야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어쩐지 짜증스러웠어’ 하고 깨닫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체질이란 것이 나이을 먹으면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 모양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를 걸어다녀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던 나도 마흔 중반을 넘기면서부터는 땀도 더러 흘리고 에어컨 없는 방에서 지내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하였다.
바람직한 현상이지 싶다.
가뜩이나 남들과 같지 않은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사는 사람이 하다못해 체질이라도 남들과 비슷해지는 편이 안심스럽지 않겠는가.
그런데 추위를 많이 타는 점만은 변하지를 않는다.
요즘, 너무 춥다.
내일은 꼭 다락에서 히터를 꺼내야겠다.
다락에 올라가기가 귀찮아서 여지껏 그대로 두었던 선풍기도 집어넣고.
결론은 항상 내 게으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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