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불량학생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정확한 뜻을 모르겠습니다.
무슨 성인 조폭이나 그런 집단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어야지만 적용되는 말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있습니다.
집안은 꽤 유복하고 그럭저럭 상류층에 속하는데도 어쩌다 엇나간 길을 걷고 있는 여자애입니다.
성격이 표독하여 일단의 불량 여학생들을 자기 수하에 거느리고 다니며 교칙 따위는 무시하고 멋대로 살아가는....
이런 여학생을 묘사할 때 일진이란 말을 사용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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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외야. 유리 너한테 이런 재주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
순순히 칭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감탄을 하며 은하는 종이 상자에서 쿠키를 또 하나 꺼내어 낼름 입에 넣었다.
유리가 어제 서클 활동 시간에 조리부에서 만들었던 아몬트 쿠키였다.
"그만 좀 집어먹어. 벌써 몇 개째니."
유리가 타박하였다.
"자꾸 손이 가는 걸 어떡해. 제과점에서 파는 쿠키보다 더 맛있는걸."
"아첨해도 소용없어. 이젠 더 주지 않을 테야."
상자 뚜껑을 탁 닫는 유리에게 은하가 눈을 흘겼다.
"치사하다! 어차피 남는 쿠킨데 내가 좀 먹으면 안 돼?"
"어쩌다 너무 많이 만든 게 아니란 말야. 처음부터 누구 주려고 일부러 많이 만든 거란 말야. 가뜩이나 빠듯한 용돈에서 재료비 짜내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
"그 누구가 바로 나 아니니? 김유리의 둘도 없는 절친 이은하."
"꿈도 야무지셔라. 아니거든요?"
"그럼 누군데? 너, 설마.... "
"......"
"얘가 지금 제 정신이야? 그 오빤 안 된다니까! 왜 사람 말을 못 알아듣니? 장미리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
"......"
"암튼 실망이다, 김유리. 우정보다 사랑을 택해? 의리 없는 것."
"여자로서 당연한 선택 아니니?"
"그러니까 꿋꿋이 여자의 길을 걸으시겠다? 학교를 주름잡는 무시무시한 일진 여학생에 대한 두려움도 무릅쓰고, 굶주린 친구에 대한 우정의 도리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그런 애가 왜 여기 이러고 있대? 당장 쿠키 상자 들고 님에게로 달려가지 않고."
"그게 말야, 아무래도 용기가 안 나서.... 그 오빤 아직 나란 애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잖아. 알지도 못하는 애가 대뜸 찾아가서 이것 드세요 하고 쿠키를 선물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그러니까 그 상자 이리 내. 네 고민거리를 내가 다 먹어치워 줄 테니까."
"아이 참! 사람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자꾸 이럴 거니?"
"유리 네가 진짜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김양수 선배의 반응이 아니라 장미리 선배의 반응이라고 봐. 일학년 계집애가 자기 남자친구한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걸 그 언니가 알면 가만 있을 것 같아?"
"얘는? 눈독이 뭐니, 눈독이."
"눈독들이는 게 아니면?"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좀 섬세한 표현을 고를 순 없니? 가슴이 뛴다거나 설렌다거나."
"장미리가 네 얼굴에 면도칼 들이대고 덤빌 때 그렇게 얘기하렴. 언니 남자친구한테 눈독들이는 거 아니에요. 그 오빠만 보면 가슴이 뛸 뿐이에요."
유리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정말.... 면도칼씩이나 들이댈까?"
"안 그럴 것 같니?“
(....대충 이런 상황에서 일진이란 말을 사용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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