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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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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군생활 얘기

작성자
Lv.9 아키세츠라
작성
14.06.29 12:20
조회
694

이건 임병장 관련글은 아니고 그냥 제 개인적인 군대생활 얘깁니다.(라고 해도 시기가 이러니 관련이 아주 없진 않겠죠)


전 gop는 당근 아니고 후방 보급부대-탄약창에서 나름 편하게 군생활했습니다. 그래서 gop근무가 얼마나 힘든지 잘 모릅니다. 진짜사나이 백골부대편 볼때 와, 난 진짜 저기 안가길 잘했다~ 생각 자주 했죠. 그렇다고 거기가 마냥 편한것만은 아니고 나름 부조리-악습이라 할만한것도 꽤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군생활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그냥 문제일으키지 않는수준에서 딱 중간만 했던거 같습니다. 시키는 일 열심히 하지만 그 이상은 절대 손 안대고, 선임/간부들 안보는 사이에 꼼수도 부리고...


제가 3월 군번이었는데 거기서도 나름 고문관? 이랄만한 친구-동기가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지만 왕따수준까진 아니고 그냥 말수가 적고 일을 잘 못하는 친구였죠. 차라리 후임이였다면 어느 정도 덮어줄텐데 동기라 그러기도 애매하고. 게다가 군대란 곳이 연대책임을 많이 묻는데라 동기가 잘못하면 선임들이 그 군번들 모두 집합시켜 쌍소리 날리고 휴일 생활관에 모아서 기합 주는일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자기 밑군번~문제 군번 바로 앞선임까지 집합시키는 경우도 꽤 있었음.(이것도 나름 부조리죠)  이 경우 직접 기합받는거 보다 더 눈치보이게 됩니다. 물론 기합받은 선임들이 가만있진 않았지만요. 폭풍전야랄까요?


어쨌든 그 동기에 대한 제 대처는...그냥 최대한 저 자신은 문제 안 일으키고 그 친구가 부조리랄만한 걸 당할땐 모른척 하는것이었습니다.(외진 곳에서 맞는 것도 봤습니다) 그 동기에 대한 나쁜감정보다는 동기까지 단체기합을 주는 선임들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그걸 가지고 반박하거나 소원수리 넣을 정도로 강심장이 못되는 터라... 그냥 일 끝나고 커피/핫쵸코 사주면서 달래주는 정도만 했죠.(그게 더 가증스러워보일수도 있겠지만, 뭐.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음) 그러면서 우리가 고참되면 저러진 말자...얘기도 했지요.


시간이 흘러서 그 친구와 제가 병장되고 생활관 최고참이 됐지만 변한게 없었습니다. 그때 정말 확실히 느낀게 어떤 관습을 고치려면 단순히 경력 또는 나이있는 사람이 목소리 낸다고 바뀌는게 아니란 거였음. 생활관 내무부조리를 바꾸려면 후임때부터 군생활잘하고 선임들에게도 인정받는, 거기에 더해 나름 카리스마도 있는 선임이 휘어잡고 하나하나 바꿔야 합니다. 근데 현실은 그런 고참들은 대부분 후임때 자기가 받은 피해만큼 보상받으려고 관습을 유지하려고 하지, 절대 기존 악습 고치려 들지 않습니다. 곧 전역하는 데 뭐~라는 심리도 있지요. 어쨌든 적당 적당히 몸보신 군생활한 저와 그보다 못하다고 평가받은(다른사람 눈으로) 제 동기 두 명으로는, 생활관분위기를 바꾸기가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전역했죠.


후에 제대하고 기차역 앞에서 그 친구와 밥먹으면서 그때 맞은거 봤다고, 봤는데도 간부들한테 말하거나 소원수리 넣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지난 일인데 신경쓸거 없다고 말했지만 나중에 사회 나와서도 그 동기가 쉬이 잊혀지지 않더군요.(지금은 연락도 안해서 더 죄책감이 드는걸수도 있겠습니다 ㅎㅎ;)


제가 임병장은 용서받지 못할 중죄인이라고 말하면서도 내무부조리는 반드시 처벌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때 생활관 동기가 자꾸 생각나서 인거 같습니다. 전 임병장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때 그 친구가 임병장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동원가야 되서 임병장 사건과 더불어 자꾸 그 친구가 생각나 한번 적어봤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32 환산
    작성일
    14.06.29 12:54
    No. 1

    후아~ 술한잔 똭~ 하면서 군대얘기 하고싶네요 간만에..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식빵
    작성일
    14.06.29 13:04
    No. 2

    댓글을 쓰다가 지웠습니다.
    글이 좀 무겁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4.06.29 13:29
    No. 3

    천운초월자님은 일반적인 관심병사의 설정같은 동기를 만나셨군요. 전 정말 또라이 같은 놈들을 후임으로 4명이나 봤습니다. 정말 가만히 있어도 사람 열받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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