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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1 한혈
작성
15.05.29 22:04
조회
2,408

사람과 세계를 해석하는 관점을 흔히 세계관이라고 하는데(ex. 유물론적 세계관), 요즘 독자들 사이에서는 작가가 소설 속에 설정해 둔 시공간, 즉 무대라는 뜻으로 사용되더군요. 예를 들면 무당마검과 화산질풍검은 무대를 공유하기는 하지만 세계관은 많이 다르지요. 주인공도 다르고, 화자도 다르며,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가치관 자체가 공통점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두 작품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이렇게 흔히 말하고 다른 곳에서도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인 의미와 크게 다르게 쓰이더군요. 제가 사용하는 세계관이라는 단어에는 인간관, 가치관, 사상이나 철학 이런 의미들이 총체적으로 내포되어 있는데 오독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계관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시비를 걸자는 건 아니고, 1권을 마치고 좀 편하게 문피아에 연재중인 소설들을 둘러봤습니다. 인기작 위주로 무료연재분까지만 읽거나 무료연재분의 일부만 읽어보고 느낀 감정은 좀 착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들은 웬만한 대스타들 못지 않은 사랑과 존경을 받습니다. 그들의 공연을 보며 맘껏 웃어제낄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죠. 그들의 공연 장면을 보면 왜 사랑과 존경을 받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시대를 꿰뚫어 읽는 예리한 통찰력과 사람과 세계를 대하는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2분짜리 개그 한토막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맘껏 표현합니다. 청자들은 웃고 공감하면서 작은 감동까지 얻어갑니다.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조차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창작자의 세계관을 숨기지 않습니다. 모든 예술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문피아의 적지 않은 작품들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아예 없었습니다. 우연을 통해 능력을 얻고 사건에 뛰어들고 능력치가 올라가고 기연을 얻고 더 큰 악을 때려부숩니다. 무료 연재분까지만 읽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패턴이 대체로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 어떤 작품은 의뭉하게 숨겨둔 작가의 세계관이 좀 더 효과적이고 감동적으로 후반에 드러날 수도 있을 겁니다만, 글을 보면 그 정도 힘을 숨겨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왜,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 글을 쓰는 거지? 작가가 독자에게 할 말이 없이 사건의 기발함과 재미만으로 소설을 쓴다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군대에서 고참이 보초서면서 신참 옆에 두고 과거에 여자 따먹은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재미있을 수 있지만 듣고 행복하거나 감동을 얻지는 못하지요. 더러는 귀를 파내고 싶기도 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금강문주는 요즘의 문피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100억 매출이 넘는다는데 행복할까. 그래도 소설 창작의 극점을 밟아 본 그일텐데, 자신이 벌려놓은 판을 보며 어떤 느낌을 가질까. 자신이 세계를 구축해 놓은 장르문학이 총 가진 놈이 짱먹는 무법천지가 되어가는 꼴을 보며 가슴아파할까, 문피아의 잉여 자본이 축적되는 걸 보며 즐거워할까.

장르문학은 B급장르를 뜻하는 것이었던가. 야한 걸 원하는 자에게 포르노를 틀어주고, 잔인한 걸 원하는 자에게는 하드코어물을 보여주며 돈을 벌면 합목적인가.

가입한 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문피아를 모르겠습니다. 뭐하는 곳인지. 풍종호를 읽으며 느꼈던 행복감 같은 게 장르문학인줄 알았거든요.

좋은 작품들도 있는데, 일부를 보고선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있기도 하겠지요. 숨어있는 진주를 찾아내는 행복감도 곳곳에 있겠지요.

그래도 이 기괴한 외로움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여서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분명히 맞는데, 내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Comment ' 20

  • 작성자
    Personacon 낙월신검
    작성일
    15.05.29 22:35
    No. 1

    요즘 느낌은 딱 그냥 일회용품 그냥 편해서 사용하는 일회용품 수준이죠. 이쪽이 돈이 좀 된다고 하면 아마도 더 심해지겠죠. 예전에는 그래도 볼 게 없어면 재밌게 본 작품 두번 세번 읽고 그랫지만 지금은 볼 게 없어도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나는 글이 없네요. 그래서 편당 100원이 비싸 보이고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아슈탈로스
    작성일
    15.05.30 09:55
    No. 2

    요즘 공모전하면서 조회수 좀 된다 싶으면 무더기로 유료화하더군요. 문피아, 예전에는 나름 필터링 하는 것 같더니 요즘은 바뀐듯 합니다. 이러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샌드박스
    작성일
    15.05.29 22:26
    No. 3

    뭐뭐가 인기라더라!! 그래? 우르르르~~~ 이런 패턴이 이제 신기하지도 않네요. 너무 오래된 병폐인데 당연하게 여겨서. 진짜 참신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수면위로 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생각이 없어보이고 결국 지금은 10인중 8~10인이 무난하게 생각하고 가볍게 읽는 글들이 뜹니다.10인중 4인 이하 특정 연령층이 정말 재미있게 보는 작품은 필력에 관계없이 베스트에 노출이 안돼요. 묻힙니다. 아는 사람만 보죠. 그러면 다시 그 글을 재미있게 볼 사람도 없어지는 반복. 현재 아무리 떠도 최상위 몇개만이 하루에 선작 수백 늘어나는 폐쇄된 곳이 문피아입니다. 숨은 보석은 골베 끝자락에도 노출이 안돼서 직접 찾아야돼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2 아슈탈로스
    작성일
    15.05.30 09:49
    No. 4

    동감합니다. 본문같은 수준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은 조회수가 생각보다 적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L.O.B
    작성일
    15.05.29 22:57
    No. 5

    대세물은 기본기 갖춘 사람들이 쓰는 일일드라마 같은 기분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명작이 나올 여건이 전혀 안 되는 거죠. 개인 작가님들이 대세물을 쓰면서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매니지먼트 끼고서 교정교열받고 그러는 거면 좀 뜨억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세물이라는 특성에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료연재들도 상위권 작품들의 반수 이상이 유료전환을 생각하고서 쓰는 글일테니까요. 인터넷 연재글 다운 가벼움을 지향할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닷컴
    작성일
    15.05.29 23:07
    No. 6

    세계관은 worldview와 cannon 두가지 뜻이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벽안
    작성일
    15.05.29 23:10
    No. 7

    두 가지 뜻이 뭔가요? 저는 처음들어서요. 특히 후자쪽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닷컴
    작성일
    15.05.29 23:11
    No. 8

    월드뷰는 본문에서 언급된 의미, 세상을 보는 관점이구요, 카논, 즉 유니버스는 마찬가지로 본문에서 언급된 누군가가 만든 독자적인 세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벽안
    작성일
    15.05.29 23:17
    No. 9

    아 본문에 있는 내용이네요 ; 전또 무슨 다른 뜻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벽안
    작성일
    15.05.29 23:15
    No. 10

    독자의 욕구를 무시하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쓸수 있는 사람은 정말 대성한 작가가 아니라면 오히려 취미로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생업으로 삼는 작가는 독자의 욕구를 보고, 소위 말하는 대세물을 쓰지 않는다면 돈이 안되니 어쩔수 없는 일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벼운글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한혈님 말씀처럼 글 내부의 작가의 생각이나 철학,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담긴 글을 보기는 좀처럼 쉽지 않아진것도 사실인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코트
    작성일
    15.05.29 23:44
    No. 11

    작가가 그걸 모를까요... 다 알면서도 시간 죽일려고 보는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코트
    작성일
    15.05.29 23:47
    No. 12

    독립영화가 A급이 아니듯 우후죽순 쏟아지는 교훈을 품은 일반소설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5.30 01:39
    No. 13


    '작가가 독자에게 할 말이 없이 사건의 기발함과 재미만으로 소설을 쓴다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재미있을 수 있지만...'

    재미와 흥미, 대중들의 기호를 제1로 추구하는 게 장르문학의 특징이 아닐는지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장르문학을 왜 읽을까요?
    순수문학을 읽지...
    한혈님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약간 혼동하고 계시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05.30 14:20
    No. 14

    그런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장르문학이 무언지 모르겠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잠정적으로,
    장르문학은 순수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영역에 특화된 문학(예. 무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손문혁님 말씀대로 재미와 대중의 기호를 최고로 치는게 장르문학일 수 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시우(始友)
    작성일
    15.05.30 03:26
    No. 15

    장르문학에서 까지 교훈과 철학,감동을 얻으려고 읽지는 않죠. 장르문학을 읽는 이유는 대게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지... 교훈이나 철학같은거 얻으려면 그냥 일반소설 쓰시는게 낫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05.30 14:22
    No. 16

    그런가 봅니다. 손문혁님께서도 비슷한 표현을 하셨는데, 그게 장르문학인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 코트
    작성일
    15.05.30 20:26
    No. 17

    그래서 킬링타임용이라는데 윗글에서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화산송이
    작성일
    15.05.30 22:35
    No. 18

    미국의 코메디언이 인기있는 이유가 마음껏 웃어 재낄수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런게 맞아요. 제 생각에는요. 그냥 재밌으니까 웃는겁니다. 글쓴 분께서는 어떤 고차원적인걸 느끼시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전 웃겨주는 코메디언이 그자체로 대단해보입니다.
    최근 장르문학의 구성이나 문장력에 불만이 있는 건 공감합니다만 무슨 과거작품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추상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15.05.31 09:11
    No. 19

    웃기는 일입니다. 순수문학은 어디 있고 장르문학은 어디 있죠? 독자와 시장 핑계를 대는 한 결국 모두 상품일 뿐입니다. 상품성을 갖추되 문학성을 잃지 않는 것. 사회의 일원으로 살되 사람의 근본을 잃지 않는 것.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이건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렵다고 눈앞에 토끼 하나에만 집중하는 꼴이죠. 도망간 토끼가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진 알고 싶어하진 않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6.02 12:29
    No. 20

    돈만 쫓다보니 장르문학 전체가 수준이 낮아질수밖에 없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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