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입 개선안 발표를 놓고 대치동 엄마들이 우왕좌왕하느냐고요? 천만에요. 그들은 교육 프로입니다. 대치동 엄마들은 기본적으로 자녀의 실력을 키우는 전략을 짜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입시안에 따라 전술을 조금 수정할 뿐입니다.”
그의 명함에 쓰여 있듯 ‘자녀교육 전문 프리랜서’ 김은실씨(41·경기 용인시 이동면)는 새 대입안에 대한 대치동 엄마들의 반응은 “차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독서와 논술교육을 강화한다지만 실력을 쌓아두면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걱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지 기자 출신인 그가 ‘대치동 전문가’가 된 것은 지난 봄 대형 할인매장 문화센터에서 교육문제를 강의하면서부터. 10여년 전부터 여성 및 교육 관련 잡지에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교육에 집중하는 엄마가 아이를 망친다’는 주제로 학부모특강을 했다.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를 들이대며 자녀 교육에 대해 강의를 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교육 1번지’라는 대치동에 대한 모든 엄마들의 관심이었어요. 끄덕끄덕 졸던 엄마들도 대치동 얘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였어요. ‘정말 대치동 엄마들은 그렇게 공부를 많이 시키느냐’ ‘정말 대치동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느냐’는 등 질문이 꼬리를 이었고요.”
김씨 역시 대치동이 궁금했다. 그때부터 김씨는 제대로 대치동을 알아보자며 들쑤시고 다녔다. 학원 강사인 친구를 통해 학원 원장과 유명 강사에 선이 닿았고 이들의 소개로 엄마들을 사귀고 다시 엄마들의 소개로 교사들을 알게 됐다.
김씨가 이들을 취재하며 내린 결론은 ‘교육특구’ 대치동을 움직이는 것은 대치동의 엄마들이라는 것. 대치동 엄마들의 인생 목표는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다. 길게는 초중고교 12년, 짧게는 중고교 6년간 몸으로 터득해 최고의 교육 매니저가 된다.
‘대치동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해서는 안 된다.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삶을 유보한 것이다. 또 사교육을 위한 어느 정도의 재력도 뒷받침돼야한다.
그렇다고 대치동 엄마들이 돈만으로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옷차림은 무척 수수하다. 명품이나 성형수술, 고급 레스토랑을 모른다.
보통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끝낸 것처럼 생각하는 부모가 많지만 대치동 엄마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산더미 같은 교육정보 속에서 원칙을 갖고 자녀에 맞는 학원을 선택한다. 대치동에서는 오히려 엄마가 ‘최고의 선생’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김씨는 6개월간 대치동 엄마 30명을 만나 나눈 얘기를 토대로 최근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이지북)이란 책을 내놓았다.
“극성스러운 대치동 엄마들을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충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처럼 되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지요. 그들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고 취할 점은 취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문제점은 자녀를 ‘티처보이’, 즉 남에게 의존해서만 학습이 가능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것. 정작 중학교 1년생 아들에게 과외 한 번 시키지 않았다는 그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자생력은 갖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들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비난하기보다 부모로서 자신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실속 있고 정확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http://news.naver.com/hotissue/daily_read.php?section_id=102&office_id=020&article_id=0000258382&datetime=200409012301025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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