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는 산골마을 출생인지라 어릴적 도보로 한시간 반 거리 이내에 인가가 이십여채가 되지 못하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누구네집 젓가락 갯수까지 안다 할 정도로 서로를 잘 아는 작은 마을이었어요. 우리가 어떤 문화권에서 어떻게 자라났느냐를 논하기 이전에, 나보다 먼저 삶을 살아오고, 늙어가는사람을 존중하고, 공경할 줄 아는법을 배웠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돈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느꼈고, 한마디 말에 담긴 무게를 깨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전 배운대로 행하지 않고, 옛것을 아무 이유없이 비하하고, 타인과 자신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른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나는 하고싶은 말을 모조리 다 쏟아내어야만 하며, 상대방은 어떠한 의도이건간에 내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하면 절대 안된다는 마인드를 가진사람이 꼭 인터넷상에선 수도없이 많네요.
바르고 아름다운 사람에대해 말을 꺼내면 요즘 한국인들은 선비질이라고 비아냥 대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변해간건지도 잘 모르게, 이젠 그게 당연시 되는 세상이 되었네요.
오늘도 바깥에선 겨우 한 두번 면식만 있는 사람과도 잠깐 앉아 이야기 한다는게 한시간을 훌쩍 넘겼고, 돌아오는길에 웃으며 인사 한번 하고나니 저녁을 같이 먹게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직 제 주위는 제법 만족스러울 만큼 아름답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연봉으로 평가당하고, 능력을 증명서로 나타내며 관계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회. 아, 그리고보니 인맥이라는건 살면서 알게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라고, 그 모든 인간관계를 총칭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인맥을 구한다는 연상하기도 힘든 이상한 말로 사람을 모으고 그게 인맥이라 칭하며 끼리끼리 알아가더군요. 정말 알지못하는 일들이 많아짐을 느껴요. 수단적 용도가 극에 달하면 저렇게도 되는구나 싶은.
전 그렇게 나이많지 않고, 충분히 잘 살고 있는데 기껏해야 십여년 사이에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한 것 같네요.
처음엔 화도 내 보고, 꾸짖어도 보고, 비판도 해보고 무시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덜 성숙해서 그런지, 못보면 몰라도 보고 못본척 하기가 참 힘들어서 열번중 한두번은 꼭 참견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 스스로가 보기 싫어서 차츰 그런곳을 멀리하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게시판 몇개와 사이트 세개정도만 남더군요.
정담은 뭐랄까, 다들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소모임같은 분위기가 났어요. 나이도 성별도 사는곳도 무얼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하고싶은 말을 하고, 거기에 대꾸를 하며 농담을 섞는게 어색하지 않은.
그리고 상호 예의를 갖추는 몇 안되는 사이트였어요.
존칭만 사용한다고 예의를 갖추는게 아니잖아요?. 몇몇 커뮤니티 카페들을 보면, 자기네들끼리 부르는 호칭과 칭호에 존대는 사용하지만 어법과 어투가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곳들이 많아요. 예의가 사람에 도움이 되지 않아 버린건지, 그냥 서로를 구분짓기위해 그어둔 선일 뿐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여긴 그런 사람들이 없었어요. 정말 뭐랄까, 청정지역이었어요. 가끔 이방인 하나가 들렀다가 소란을 피워도 곧 떠나가는 그런 곳.
그런데 여기도 작년부터인가 점점 공해로 뒤덮이고 있네요.
다른곳이 어떠하니 이곳도 어떠해야한다. 라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이 무섭네요.
산골마을을 둘러보고 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땅을 사 버린 뒤에 깡그리 다 밀어버리고 골프장을 만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네요.
협력보다는 경쟁을, 느리고 바른길보다는 빠른 샛길을 옳은 것들이라 배우고, 강요받는 시대라는것은 알지만, 겨우 자판위에서 오가는 손가락이 만드는 글 들일 뿐인데 대체 왜 그렇게들 서로를 상처입히지 못해 안달일까요.
전 한국사람이고, 한국이 참 좋고, 한국사람을 좋아하는데 인터넷을 하는 한국인들은 어색하네요.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요.
이제 정담도 제 기준에선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네요.
과연, 이 변화가 유료화로 인해 일정부분 고객이 되어버린 불량 사용자들을 엄히 규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더 많은 사람이 모이다보면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흐름 같은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용기가 부족한 전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길 향하는 걸음을 늦추고, 이내 돌리게 될 것 같네요.
사실 우리들은 많은것을 금지당하면서 살죠.
지금껏 말해온 말과 행동, 학창시절 머리카락과 옷,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일들과 배우는것과는 다른 현실들 속에서 금지당한것을 모두 지킨 사람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그래서 사실 가까운 관계에는 더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들 말은 하지만, 사실 가까울수록 그 여러가지 금지하는 일들이 없어야하고, 없어지죠. 하지 못하게 하는 일들이 없어지고, 배려하고 배려받다보면 이내 상대가 그어놓은 선의 색을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이게 사실 넘어오라고 그어둔 선인지, 아니면 정말 지켜야 할 선인지.
그걸 쉽사리 알기 힘든 공간과 관계라면, 그 최소한의 선을 지키는것이 사람사이에서 가장 기본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정담이. 정담에 오는 분들이. 정담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분들이 전과같이 행복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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