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donga.com/3/all/20150611/71759103/1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소설 누메로 체로Numero Zero가 나왔다고 합니다(물론 아직 번역은 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직역하면 ‘0번’, 의역하면 ‘(본판이 나오기 전의) 시험판’ 정도가 될 제목이라는군요.
주요 소재는 유명한 이탈리아의 그분, 바로 ‘베.....’, 이분입니다.
‘베’를 이탈리아의 암덩어리로(적절하다!) 여기는 에코 교수님답게, 아주 가루가 되도록 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요.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호텔, 프로축구단, TV 채널, 타블로이드 신문까지 두루 섭렵하고 계시는데 여기서 ‘베’를 연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어찌 되었건, 경애하는 우리의 ‘베’께서는 6명의 기자를 고용해 Domani(내일)이라는 이름의 신문 창간을 시키고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에 써 있는 Numero Zero, 즉 시험판 수십 개를 미리 만들어내라는 요구만 하고 있지요.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마치 ‘푸코의 진자’에서처럼 자비출판을 원하는 3류 작가들의 질 떨어지는 글을 받아 출판해주고 판매부수를 속여 이익을 받아 챙기는 가라몬드 출판사처럼, 이 신문이 더 큰 이권을 얻어내기 위한 매개체일 뿐 절대 창간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편집장과 주인공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설이 끝나면 그건 독자를 가지고 노는 에코의 소설이 아니겠죠? 온갖 음모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포도송이처럼 소설에 매달리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사실 무솔리니는 1945년에 죽지 않았다! 그의 죽음은 조작된 것이다! 사실 무솔리니는 아르헨티나에 가서 잘 살고 있지롱! 이러한 충격적인(?) 음모론부터 시작해서 냉전시대의 온갖 대립들, CIA, 정치인, 성직자, 테러리스트, 마피아, 프리메이슨, 교황까지 음모론의 거장(?) 들이 앞다투어 등판을 한다고 하는군요.
이 소설이 참으로 기대되는 점은 이 소설의 무대가 다름아닌 매스 미디어라는 데에 있습니다. 에코 교수는 젊은 시절 이탈리아의 방송국 RAI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여러 차례 맡았고, 그 덕에 매스 미디어의 생리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마 에코 교수는 소설 속에서 매스 미디어의 병폐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서 보여줄 것이고, 그것을 넘어서 매스 미디어에 휘둘리는 사회의 모습까지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80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을 펼치시면서 벌써 일곱 번째 소설을 내놓으신 움베르토 에코 교수.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대한 지적 활동과 두려울 정도로 방대한 지식 세계, 거기에 멋진 유머감각까지 갖춘 이 완전체가 보여줄 새로운 글이 참으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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