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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1권을 마치는 소회

작성자
Lv.51 한혈
작성
15.05.28 19:34
조회
1,371

서장 포함 30화로 1(265천자 분량)을 마친 소회를 중구난방으로 몇 자 적어 봅니다.

 

1. 분량 조절 실패

여전히 글자 수로 분량을 계산하는 방식에는 적응이 안되네요. 저는 책 한권 분량을 원고지 기준 1,300~1,350매 정도로 보는데 계산을 뽑아 보니 1,443매로 나옵니다. 퇴고 시 100매 정도를 쳐 내야 할 것 같은데, 아주 난감해져 버렸네요. 해본 사람만 아는 고통이죠. 20매 조절하는 것도 사람 성질 테스트하기 딱 좋은데 무려 100매라니.

 

2. 속도감과 재미

구성과 캐릭터, 장치 설정 등은 무사히 마친 것 같습니다만, 자유 연재로 열어 보인 결과는 따라오는 독자분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다섯 분이나 될까. 야간 산행을 하며 문답을 나누고,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천렵을 가서 낚시를 하는 등 캐릭터들의 일상이 다큐멘터리처럼 노출되는데 재미가 없나 봅니다. 피드백조차 전혀 없어서 한숨만……. 2권부터는 사건 위주로 진행되니 좀 나아지겠지요.

 

3. 낡은 가치

미국의 치부를 고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이야기나, 주인공이 허니문을 떠나면서 광주에 들러 5.18 묘역에 헌화하는 등 작품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진부하기 짝이 없다는 게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부한 세계관도 본격적으로 사건에 엮이면 묵직한 기쁨으로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4. 무협적인 요소

현대소설의 틀거리에 무협적인 요소를 가미하려고 했는데, 발경(發勁)을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의 폭발로 해석하고 환골탈태를 신체를 재구성하려는 프로토콜로 해석하는 등 스스로 판타지를 파괴하는 짓을 저질렀으니……. 그래도 무당파나 화산파가 아닌 신안주 무학을 장치로 쓰고 있으니 때가 되면 재미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2천 살이 넘었어도 여전히 20대의 몸을 갖고 있는 동방가 혈통이 깨어진 판타지를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때늦은 기대만 갖고 있습니다.....

 

5. 창자와 독자와의 괴리

작가의 머릿속에는 완성된 그림이 있고, 독자에게는 수백 개로 나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보여주는 게 장편소설이라는 장르일 텐데, 그렇다면 여백의 미가 뛰어난 사군자 중 난초 그림은 장편소설에 적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흥미와 몰입을 유발하는 사건을 배치하면 수묵화가 아니라 화려한 유화가 되겠지요. 이를 어째야 하는지. 2권에서 이 문제를 극복하고 독자들이 1권을 다시 보면서 은근한 재미를 찾아내게 하는 방법은 효율과 피로감 때문에 대안이 못 될 것 같은데, 고민입니다. 유명작가들이 부러운 게 이런 거지요. 믿음이 있으니까 묵묵히 따라와 주는 독자가 있다는 거.

 

6. 화자의 일관성

화자가 이야기를 전하는 어투의 리듬감이나 톤이 일정치 않은 것은 전적으로 필력의 부족이 원인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는 있으나, 역시 쉽지 않네요. 집중력의 문제라기 보단 자신의 박자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7. 휴식 혹은 강행

휴식을 좀 가지면서 책을 더 읽고 자료도 수집하고 재충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는 하는데, 다시 글을 쓰는데 15년이 넘게 걸린지라 한 걸음 쉰다는 게 또다시 10년 15년이될까 봐 걱정됩니다. 1400매 쓰는데 한달이 조금 더 걸린 것도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토지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지면 힘을 놓칠지 모른다는 조급함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자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먹고 사는 건데, 20대 때 글을 쓰면서 느꼈던 그 감정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무언가 부족함이 있고, 엇박자가 있는데 그게 콕 짚어지지 않습니다. 강호제웅들은 내가 올라갈 수 없는 곳에 계신건가. 한번 쯤 아래쪽도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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