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건 아니고 아래 글 보고 생각나서.. 특히 예술 쪽 일하는 분들이 전산 작업을 좀 요령 없이 하시는 거 같습니다. 대단한 건 아닌데 가끔 이래서 날라갔다 저래서 날라갔다 하는 거 보면 안타까워서 좀 적습니다. 어째 예전에 한번 썼던 거 같기도 하고..
첫째, 저장
저장을 자주 하지 마세요.
생각날 때마다 하는 것도 아니고 습관적으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틱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리 떨듯이 Ctrl+S를 누르는 겁니다.
둘째, 버전 관리
관리 프로그램도 많습니다만, 저는 단순히 파일 개수를 늘리는 걸 선호합니다. 복붙한 다음 이전 파일은 보관하고 새 파일에서 작업하는 거죠.
이름 짓는 규칙은 간단합니다: 탐색기에서 같은 자료의 여러 버전들이 정렬되어 보일 것.
저는 가끔 갱신하는 자료는 filename_20150510_1.txt 과 같이 날짜 기준으로 하고, 자잘하게 계속 작업하는 자료는 filename_v0.1.txt 처럼 숫자로 버전을 매깁니다. 버전은 1, 2, 3 정수도 좋고, 1.1, 1.2, 1.3, 2.0, 2.1 이렇게 큰 변화와 작은 변화를 구분하는 것도 좋습니다. 공동 작업일 경우는 버전 뒤에 작업자 이니셜을 추가하고, 버전업할 때 통합합니다.
앞의 파일에서 변화가 일정 수준 이상(30분~1시간 작업량 정도?)이 되면 버전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위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웬만한 실수는 금방 복구됩니다. 제가 전문 개발자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작업한 게 거의 10년인데, 작게 실수한 적은 있어도 크게 날려먹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셋째, 백업
백업의 기본은 주기적으로 할 것, 물리적으로 다른 기계에다 할 것. 두 가집니다.
웹하드나 구글 드라이브도 좋구요. 제일 간단한 방법은 압축해서 자기 메일로 보내는 겁니다. 대략 1,2주 단위로 정리 겸해서 최근 작업물을 보관하고, 몇 개월 단위로는 작업폴더 통째로 복사해 넣고 폴더명에 날짜를 써 두세요. 참고로 파일 정보에 있는 “마지막 수정한 날짜” 는 덮어쓰이기 쉬워서 믿을 게 못 됩니다.
그리고 특히 USB는 안 됩니다. USB는 ”이동식“ 저장장치이며, 내구성은 비슷한 물건들 중 최악입니다. 요즘 얼마 안 하니 외장하드 하나 사세요. 컴퓨터로 “일”하시는 분들이 백업 장치가 없다는 건 직무태만입니다.
넷째, 단위 테스트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때는 가능한 한 최소 단위로 검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제일 좋은 건 코드 한두줄 쓸 때마다 돌려보는 거죠.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작은 단위로는 힘듭니다. 어쨌든 쪼갤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로, 한 단계를 끝낼 때마다 점검을 하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작은 걸 볼 때랑 큰 걸 볼 때 눈에 잘 들어오는 부분이 다르거든요. 작은 부분에서 사소하게 틀린 건 크게 만들고 나면 찾기가 아주 힘들어집니다. 글쓰기로 치자면 문장 단위로 오탈자점검을 하고 문단 단위로 문맥을 보는 셈인데 이거야 뭐 다들 하시겠죠.
사족. 요즘 가장 거슬리는 것들. 드러나다(o) 들어나다(x) 들어내다=들어서 내다, 드러내다=reveal
마지막, 손코딩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에게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더 맞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람 머리가 애초에 그렇게 생겨먹은 거 아닐까 싶네요.
키보드로 타자치는 게 아무리 편해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무리 발달해도.. 효율만 따지자면 기계를 쓰는 게 훨씬 좋지만, 머릿속에 든 걸 정리하는 데는 펜으로 종이에 슥슥 그리고 써 보는 게 백배 낫습니다. 최근엔 유명 IT 기업들도 입사 시험 때 종이 주고 프로그램 짜 보라고 합니다. 문명의 첨단을 달리는 IT조차도 이런데 글 쓰는 일에서야 두말할 필요 없겠습니다. 뭐 요즘 학생들은 워낙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서인지 하라고 해도 잘 안 하더군요.
검토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웬만하면 종이로 인쇄해서 보세요. 코드 볼 때, 보고서 읽을 때, 논문 쓸 때, 모니터로 보는 거보다 오탈자나 흐름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옵니다. 프린터도 없으면 사세요. 다시 말하지만 “일” 하는 사람이 그에 필요한 도구를 갖추는데 소홀한 건 직무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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