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생 현재 89살이십니다.
원래 그 연세의 할어버지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큰키와 건강한 풍채를 가지고 계셨었는데 (키가 174정도셨다 하네요. 그리고 농사일로 다져지신 몸매가 역삼각형에 뱃살도 거의 없으셨습니다.) 지금은 요양원에 계셔서 뵈러가니.. 말 그대로 쪼그라드셨더군요.. 정신을 놓으시진 않으셨지만 사람얼굴을 보고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시는것 같았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전형적인 상남자십니다. 무뚝뚝하고 말보단 행동으로 시행하시던 분이셨죠.
근데 어렸을때 외할아버지집에 놀러가면 손 꼭 붙잡고 밭두렁 걸어다니면서 제가 질문공세를 퍼붓던 기억이 납니다. (둘이 손잡고 걸어가는 사진도 있어요.) 제가 워낙 동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개구리 잡아와서 이게 무슨개구리에요 할미꽃 꺾어와서 이게 무슨꽃이에요 하면 친절하게 다 설명해 주셨었죠.
또 하나 추억은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 외할아버지가 수박보다 큰 말벌집을 따다가 그걸 곱게 포장해서 제가 이런거 좋아하니 구경하라고 소포로 보내주셨습니다. 집에 2달정도 두니 나방이 생겨서 가져다 버리긴 했지만요.. 나중에 여쭤보니 에프킬라 3통을 쓰셨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원래 정정하셨는데 2006년에 감나무 가지치기를 하시다가 거의 6m높이에서 떨어지셔서 풍이 왔습니다. 그 후로 한쪽눈 시력이 많이 떨어지고 언어쪽 중추를 다치셔서 말이 매우 어눌해 지셨었죠.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올해 7월에 화장실에서 다시 미끄러지셔서 중환자실에서 회복후 요양원으로 가셨습니다. 병원측 말로는 워낙 건강하셔서 다시 회복하신거라고 하더군요.
제 가족들 중에 제가 임종이 가까워지신걸 본게 친할머니와 현재 외할아버지 뿐입니다. 친할머니는 제가 12살때 돌아가셔서 솔찍히 죽음이란걸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왜 할머니 땅에 묻냐고 울고불고 난리피운기억밖에 없네요.. 나이가 어느정도 먹고 죽음이란걸 대충 이해하니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말없이 농사일 지으셔서 6남매 다 결혼시키고 자녀교육도 훌륭하게 시키셔서 재산싸움도 안일어나게 하시고..
이제 마음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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