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
14.10.14 22:08
조회
1,015

병영 악습의 원인이야 온갖 것이 있긴 한데, 제가 겪은 유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군생활 오래한 선임이 간부들에게 평가 잘 받을 수 있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하우를 꽉 쥐고, 자기 말 잘 듣는 후임들에게만 가르쳐줬죠. 


이게 참 더러운 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말 잘 안 드는 후임이 있을 경우, 그 후임에게는 노하우 안 가르쳐주고 후임의 후임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줘버립니다. 이 경우 후임의 후임이 더 일을 잘 하거나 간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후임은 자기 밑 사람보다 못한 인간이 되버리죠. 


그래서 군생활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레알 구두를 핥듯이 기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자기도 ‘노하우’란 권력을 가지고 후임 위에 군림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뭐랄까, 활자 인쇄술이 도입되기 전 교회와 같다고 비유할 수 있겠네요. 인쇄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책값이 워낙 비쌌으니 교회나 권력자들만이 가질 수 있었고, 민중은 그들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야만 했죠. 


뭐... 그런 시대는 활자 인쇄술이 도입되고 값이 싸진 책들을 민중들이 직접 볼 수 있게 되면서 무너지고 말았죠. 그리고 그 역사는 “권력의 기반이 되는 ‘자원’을 빼앗아서 약자에게 넘기거나, 중앙의 통제에 따라 일괄 배분하면 권력자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고요. 


군대 문제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선임들이 가진 노하우를 일괄 배분할 수 있도록 공개적인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면, 선임이 ‘너 까불면 노하우 안 가르쳐주고 네 밑에 애들에게 X나게 무시당하며 살게 만든다’라고 협박을 못하게 되죠. 


뭐... 실제로 그런 일을 유도해봤는데 그럭저럭 효과는 있더군요. 제가 일병 말 시절, 부대 대장이 바뀌었습니다. 그 대장은 실적을 엄청 쌓고 싶었는지 병영 생활부터 뒤엎어버리려 하더군요. 어느날 대장이 저한테 그 문제를 묻길래(당시 제가 병영 악습의 최대 피해자였는지라) 그랬어요. 당근을 주든 채찍을 주든 선임들의 노하우를 후임들에게 골고루 뿌리도록 유도하라고. 


그 조언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끝까지 확인은 못했습니다. 다만 선임이 그런 방식으로 후임 갈구는 장면은 좀 줄어들긴 했어요. 


물론 현재 병영 악습을 해결하려면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겁니다.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병영악습의 주요 원인도 ‘출신부대’마다 다를 거라고 보고요. 그에 맞게 여러 해결 수단을 동원해야 할테고 말입니다.


허나, 지금 정치권에서 ‘던지는’ 해결 방안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습니다. 전투력과 군 기강을 유지하는 선에서 병영 악습을 해결해야지, 유치원 만드는 것도 아니고... -_- 






Comment ' 5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14 22:25
    No. 1

    군대의 이상적인 구조가 5:1 의 간부 비율이 맞아 떨어졌을때입니다.
    즉 병이 5명일때 부사관이 1명, 부사관이 5명일때 장교가 1명의 비율이 맞아야 병사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집니다.

    문제는 부사관을 월급주는것을 아까워 하고, 부사관 인원이 늘어도 특전사 같은 인원들로 대체를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직 병은 2년안밖의 짧은 군생활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바로 병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미군이 최강이 된 이유가, 병도 장기근무를 한다는것이죠.
    1. 계급에 따른 혜택이 아닌 근무년수에 따라서 봉급이 정해집니다.
    2. 계급에 따른 편제가 아니라 직책에 따라 편제됩니다.
    3. 인원을 채우기 보다는 장비를 맞춰서 장비발로 군대를 편성합니다.

    왜 미군의 이야기를 하냐면,
    1. 병이던 부사관이던 장교던 보직이 없으면 월급은 입대일을 기준으로 똑같은 보수가 나갑니다. 대신 직책에 따라서 수당이 편성되어서 월급보다 많은 보수를 지급합니다.
    2. 부사관이던 병이던 장교던 맞은바 직책에 따라서는 계급이 우선하는 군대는 한국군밖에 없고, 오직 맞은 직책이 우선하는것이 미군입니다. 실제로 보급담당 중사가 항모에 들어가는 보급품에 태클(클레임?)을 걸어서 작전을 시행하지 못하고 2주정도 정박해야 하는 현실이 미군입니다.
    3. 미군은 개인장비가 월급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실할때는 개인사비로 구입하여야 하죠. 분실이 아닌 경우는 원하는 장비를 다 지급해 줍니다. 특히 방탄조끼나 구명관련 장비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잘 지급해 줍니다.

    한국군은 장비발은 커녕 오직 인원으로 '일명 쪽수로' 전투력을 맞추려 하는데 문제가 큽니다.
    특히 특전사의 훈련강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정도로 특수부대에서 손가락 꼽히지만, 장비 부족은 정말 혀가 내둘러질만큼 답답해 집니다.

    장비부족의 주된이유는 국방비 절감을 핑계로 꼭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산장비를 개발하지 못하고, 또한 수입하는 장비는 두세배 이상 바가지를 써서 구입하는데 답답해 집니다.



    딴소리가 좀 많았네요.

    결국 군대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은 딱하나 부사관(10년정도 장기근무자)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0.14 22:31
    No. 2

    전투력 끌어올리는 데에는 아주 좋아보이네요. 부사관 평가를 통해 인격 결함이 있는 인원을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거니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명마
    작성일
    14.10.15 00:29
    No. 3

    미국 공무원 체계는 직위분류제라 해서, 우리나라의 계급제하고는 다릅니다. 물론 그쪽에도 계급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 골격이 직위분류제라서 직책에 따라 편제되는 게 용이한 듯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15 14:47
    No. 4

    대위 중대장이란 한국의 정서와는 조금 다릅니다.
    대위나 중위 소령 등 장교이기만 하면 소위조차도 (미군)중대장직위를 수행합니다. 심지어 대령이 중대장직위를 수행하는 부서도 존재합니다.

    대신에 월급과 수당이 다르게 지급이 됩니다.
    월급은 기본급에 속하며, 직위에 따라 수당이 별도로 지급이 됩니다. 이 직위수당이 상당히 기본급에 비하여 높은 금액이 됩니다.
    아무런 직위가 없는 계급이 높은 사람(장성)과 이등병은 입대일이 같다면 똑같은 월급이 지급됩니다.

    이것이 미군의 기본 골자입니다.

    미공무원과는 연관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미군만 조금 압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10.15 15:20
    No. 5

    추가로 한국군은 계급에 따라서 연차에 따라서 월급이 동일하게 지급됩니다.
    대위가 무보직 대기라고 해도 중대장 대위와 똑같은 보수를 받습니다.
    특전사나 철책등 일부 부대만 생명수당이 별도로 책정될뿐, 일반 부대의 계급(+연차 호봉)대로 모든 월급이 동일합니다.
    중사 12년차와 대위 3년차가 월급이 비슷합니다.
    원사 7년차와 중령1년차와 월급이 비슷합니다.

    한국은 직위가 어떠하든 수당이 별도로 더 나가지는 않습니다.

    한국 군대 격언중에 '찾아 먹지 못하여 잠자는 수당'이 많습니다.
    이사비, 거주비, 그외에도 다양하게 청구해서 받아야 할 '수당'들이 많은데, 실상 알지 못해서 받지 못하는 군인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7997 근처에 KFC가 없어서 슬푸다... +10 Lv.24 마법시대 14.10.18 1,157
217996 죽음에 대한 도를 넘은 악플.. +14 Lv.24 약관준수 14.10.18 1,737
217995 공공선이 무너지면서 각자도생이 빚어낸 참극 +10 Lv.24 약관준수 14.10.18 979
217994 장르소설에 대해서 +7 Lv.74 salts 14.10.18 1,007
217993 제발 스팀 좀 냅둬라... +4 Lv.24 마법시대 14.10.18 1,015
217992 외장하드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15 Personacon 엔띠 14.10.18 970
217991 전보다 문피아에 불법광고(?)가 많이 보이네요. +6 Personacon 적안왕 14.10.18 1,015
217990 주관적인 대세에 대한 생각과 비판 그리고 잡설 +20 Personacon 김정안 14.10.18 1,218
217989 드라마 1회 분량이 장르소설 1권 분량 정도 될까요? +4 Lv.9 글쟁이전 14.10.17 1,221
217988 내년에도 야구공 바꿨으면 +2 Lv.54 영비람 14.10.17 870
217987 인간을 위협하는 흉폭한 맹수 +12 Lv.9 아키세츠라 14.10.17 1,253
217986 판교 공연장 환풍기가 붕괴했다는군요.... +21 Lv.10 황신 14.10.17 1,401
217985 스팀펑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10 Personacon 조원종 14.10.17 868
217984 숭인문에 대한 질문과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질문좀 할게요! +3 Lv.59 후회는늦다 14.10.17 1,761
217983 7-8권 수준의 장편.... +9 Lv.1 [탈퇴계정] 14.10.17 1,205
217982 콩라인에 들어섰군요. +3 Lv.10 남자친구 14.10.17 970
217981 ‘유리창 라인업’ KCC… 실속파 없고 계륵만 가득? +2 Personacon 윈드윙 14.10.17 938
217980 퍼스나콘 등록법 아시는 분.. +1 Personacon Prod 14.10.17 817
217979 작가지망생분들께 궁금한점... +6 Lv.25 시우(始友) 14.10.17 1,145
217978 완결 목록만 따로 볼 순 없을까요? +2 Lv.71 cosmicbi.. 14.10.17 879
217977 솔직히 맞춤법 엉망인 글 치고 +4 Lv.60 Arkadas 14.10.17 900
217976 현대 판타지라고 하면 어떤 장르인가요? +3 Lv.18 온실라 14.10.17 743
217975 제가 매일 아침 Me치는 EU +6 Personacon 엔띠 14.10.17 923
217974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들려봅니다 +2 Lv.16 워터디 14.10.17 697
217973 숭인문 이라는 소설을 아십니까? +13 Lv.80 크라카차차 14.10.17 1,737
217972 문피아 악플러들이 급증.... +15 Lv.52 영점일 14.10.16 1,814
217971 지금 보일러 트세요?? +8 Lv.24 약관준수 14.10.16 859
217970 '최종병기' KCC 김지후, 소문 그대로 저격수 +2 Personacon 윈드윙 14.10.16 788
217969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이 적은 이유 +37 Lv.10 제로니뱀뱀 14.10.16 1,835
217968 노벨문학상을 못받아서 속상하신가요? +20 Lv.42 7ㅏ 14.10.16 1,92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