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4.09.08 17:18
조회
1,225

이동국2(선).jpg

ⓒ 전북 현대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 5일 부천종합운동장서 있었던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은 이동국에게 A매치 100번째 경기였다. 4-3-3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격한 이동국은 1-1로 팽팽하게 앞선 후반 7분, 왼쪽 코너에서 김민우가 왼발로 올린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작렬 시켰다. 화려한 부활의 서막이었다. 골 감각이 살아난 이동국은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 골까지 성공시키며 3-1완승의 마침표를 찍어냈다.

이동국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던 시절을 전후로 국내 축구에는 이른바 특급 기대주로 불리던 선수들이 즐비했다. 안정환, 이동국 등과 함께 꽃미남 축구선수로 불렸던 '시리우스' 이관우(36,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는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는 것은 물론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슈팅 등 다양한 공격옵션을 두루 장착한 판타지 스타 후보였다.

체력-몸싸움 능력에서 단점을 지적받기도 했지만 이전 윤정환이 그랬듯 타고난 센스만큼은 국내 정상급이었다. 창조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던지라 차세대 국가대표 중원사령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고종수(36․은퇴)는 프랑스어로 '무서운 아이', '조숙한 아이'라는 뜻을 가진 '앙팡 테리블'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재치 넘치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어지럽힌 뒤 빈곳 구석구석으로 패스를 찔러 넣던 그는 유달리 왼발을 잘 썼던지라 '왼발의 달인'으로도 통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지역에서 프리킥 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고종수가 나섰다. 그리고는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던가 직접 골을 성공시켰다.

이천수(33·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불운한 에이스였다. 이동국이 그랬듯 어린 시절부터 대형 골잡이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청소년대표-국가대표 등으로 맹활약했다. 체구는 작았지만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바탕으로 스트라이커는 물론 좌우 날개까지 다재다능하게 소화해내는 재주꾼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진을 찢어버리고 동료들에게 예리한 어시스트를 배달하는가 하면 직접 골을 넣는 데에도 능했다. 프리킥에도 일가견이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매우 곤혹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그 외 최성국은 단신이지만 화려한 드리블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이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였던 디에고 마라도나를 닮았다 해서 '리틀 마라도나'로 불렸다. 김동현 또한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거구들과의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이탈리아의 파워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연상케한다 해서 '한국의 비에리'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대형 기대주들 중에서 제대로 살아남은 선수는 거의 없다. 이관우-고종수는 계속된 부상 속에서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까지 쓰며 무너져 버렸고 결국 국가대표 선발 등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지는 불운에 울었다.

이천수는 경기력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특유의 다혈질 성격을 이기지 못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사고를 치는 악동 행보를 반복했고 그로인해 국가대표로서의 전성기를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최성국-김동현은 승부조작 사건에 연류되어 영구제명 조치를 당하며 아예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어쩌면 이동국 역시 언급한 선수들처럼 일찍 사그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거듭된 부상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중요한 순간마다 부진을 겪으며 '국내용', '아시아용'이라는 비난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재기에 성공해 K리그의 전설로 거듭난 것을 비롯 국가대표 재입성이라는 '또 다른 전설'을 쓰는 데 성공했다.

이동국의 최근 맹활약은 이후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관우-고종수-이천수 등 이동국 못지않은 자질을 인정 받았던 상당수 선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성기를 길게 가져가지 못했다. 실제로 이동국처럼 수많은 시련을 겪고도 늦은 나이에 이같은 부활을 이룬 경우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동국의 성공은 나이에 관계없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확실한 선례로 남게 됐다. 나이를 먹어서도 단순히 버티는 수준이 아닌 당당하게 후배들과 경쟁해 제2의 전성기를 과시중인 이동국의 한걸음 한걸음은 한국축구역사의 또 다른 페이지로 남게될 것이 확실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Comment ' 5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9.08 17:34
    No. 1

    오늘 우루과이 전 정말 기대되네요.. 두근두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4.09.08 17:36
    No. 2

    저두여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초아재
    작성일
    14.09.08 17:41
    No. 3

    동국이랑 영혼의 투톱인 김은중도 챌린저 리그에서 여전히 활동중.

    모나코박 보다 유망하다 평가를 받던 양동현은 유리몸 답게 올해도 시즌아웃(...).

    석현준은 '훼이크다 XX들아!'를 외치며 사막리그에서 탈출, 포르투칼 라리가 개막전 첫골.

    김신욱, 이종호, 김승대 등 K리그 상위 공격수들은 아시안게임 준비를 하는 중이라...

    지동원은 복귀한 카가와에게 선수넘버 뺏김.(안습)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낙엽사묘정
    작성일
    14.09.08 19:00
    No. 4

    이승엽급 예상치 못한 부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돌아옴
    작성일
    14.09.08 22:29
    No. 5

    이관우 아직 싱가포르리그에서 뛰는중~
    그리고 고종수는 수원경기 있는날보러 가면 아직 왼발 ㄷㄷㄷ
    선수들이랑 왼발 프리킥 내기하면 이긴다고 하더군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7388 문피아의 강점 을 꼽는다면.. +13 Lv.63 올렘 14.09.11 1,500
217387 올스 때문에 결제했던건데, 올스 연재중단이라니.. +8 Lv.63 올렘 14.09.11 1,538
217386 e-book과 텍본 질문입니다(약간 수정했읍니다) +8 Lv.99 행인3 14.09.11 1,443
217385 사과박스 오랬만에봤는데 진짜 망했네요 +4 Lv.3 불타는또치 14.09.11 1,854
217384 수업 잘(못) 선택하면 강재로 독해능력이 상승되죠. +2 Lv.18 터베 14.09.11 832
217383 음...이게 된걸까. 연참대전 신청이 된걸까.. +2 Lv.53 글빨. 14.09.11 754
217382 영어권에 유학간 한국학생들은 영어를 정말 잘 할까요... +17 Lv.99 곽일산 14.09.10 1,420
217381 컴퓨터서 탄내가... +10 Lv.33 레드리프™ 14.09.10 953
217380 테니스는 참 마성의 운동이에요 +7 Lv.50 chonsa 14.09.10 1,042
217379 담배값이 4500원... 이게 말이 되나요?ㅠㅠ +30 Lv.25 시우(始友) 14.09.10 1,755
217378 감옥을 벗어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3 Personacon 적안왕 14.09.10 936
217377 TV를 보니 설탕대용으로 사용하는 것들이 있네요. +11 Lv.99 곽일산 14.09.10 1,609
217376 팔선문 완결났습니다. +1 Lv.58 식객(食客) 14.09.09 1,863
217375 제육볶음이 엄청 쉬운 요리네요.ㅋ +9 Lv.25 시우(始友) 14.09.10 1,239
217374 아휴 퇴근하고 시프다 +6 Lv.16 남궁남궁 14.09.10 878
217373 표도르 vs 커투어... '레전드 매치' 이뤄질까? +1 Personacon 윈드윙 14.09.10 942
217372 문피아 플래티넘은 소장이 아니라 구독권 구매입니다. +8 Lv.61 구멍난위장 14.09.10 2,065
217371 성격이 그렇게 좋지 못한듯요...ㅠㅠ +8 Lv.90 슬로피 14.09.10 1,235
217370 류현진 샌프란 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5승 힘들겠네요. +6 Lv.99 곽일산 14.09.10 1,519
217369 이걸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는데 출판제의.. +6 Lv.15 세키나 14.09.10 1,224
217368 퍼얼펄~ 눈이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 ㅡㅜ +6 Personacon Alkin 14.09.10 1,164
217367 이 세상에 어딘가에 존재하는 마탑의 이면, 역마탑. +6 Personacon 엔띠 14.09.10 1,104
217366 채팅방 오픈합니다! Lv.24 오준환 14.09.10 1,086
217365 일반 댓글 수정가능하군요. +6 Personacon 적안왕 14.09.10 997
217364 타이치라는 영화 때문에 찾아보니... +2 Lv.60 정주(丁柱) 14.09.09 1,121
217363 '괴짜' 카츠노리... 괴기전법으로 UFC 생존 가능할까? Personacon 윈드윙 14.09.09 945
217362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는 소설.. +8 Lv.38 대마21 14.09.09 1,852
217361 유료연재 가격에 대해 +25 Lv.9 아키세츠라 14.09.09 1,486
217360 오늘 여자한테 고백했다 차였어요. +22 Lv.96 윤필담 14.09.09 1,315
217359 문피아 감상란 제한은 언제 풀릴까요? +5 Lv.66 서래귀검 14.09.09 1,10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