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를 보는 관점은 제법 여러단계를 거쳐서 바뀌어갔습니다. 우선, 르네상스 이후의 근세 - 근대 유럽에서는 중세시대를 말 그대로 암흑시대라고 봤습니다. 이런 관점은 특히 이성과 합리성에 입각한 무신론적및 자유주의적 가치가 아주 빅하고 힛한 트렌드가 되었던 19세기에 매우 강하게 대두되었습니다. 로마제국에서 고대문명은 절정에 다달았고 그러한 로마제국이 무너짐과 함께 ‘로마의 광휘(Light of Rome)’가 사라지고 야만인들의 약탈과 죽음만이 가득한 중세시대가 열려 사람들이 이성과 합리성을 버리고 종교적 광신과 무지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갔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를 통해 고대 로마의 가치들이 부활되었고 그제서야 인류는 암흑시대로부터 벗어나 진리와 이성의 찬란한 광휘로부터 문명의 계몽을 얻어낼 수 있었다... 뭐 이런 식이죠. 많은 분들은 중세시대를 대강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계실겁니다.
근데 재밌는게 뭐냐면요, 이건 오래전에 반박 된 관점입니다. 중세쪽 전공한 사람에게 말하면 그거 구닥다리도 여간 구닥다리가 아니라고 말할겁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오래전에 반박 됬길래 그러냐고요? 1904년(...)에 윌리엄 커가 암흑시대는 중세시대의 초기에만 한정시켜야한다고 말하면서 반박되었습니다. 시작은 1330년도에 있었고요. 즉, 저 관점은 700년전에(...) 나타나서 이미 100년전에(...) 반박 된 관점이라는거죠. 증조할아버지께서 막 태어나셨을 년도에 이미 반박 되고 탈탈 털린 관점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점에서 제법 놀랍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학계의 연구가 대중과 괴리되어있는 대표적 사례중 하나가 아닐까... 이젠 아예 중세시대의 초기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암흑시대란 용어자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많이 진전되어서 로마시대와 르네상스로부터 흔히 가지고 있던 환상을 걷어내고 너무 무참하게 난자당하고 있던 중세시대에는 새롭게 조명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로마시대, 솔까말 그렇게 대단하고 환상 범벅 버무릴만한 시댄 아니더라 + 르네상스, 솔까말 뭐 그렇게 어마어마하고 압도적인 사건은 아니더라 + 중세시대, 나름대로 다양한 발전 일어난 시대더라. 물론 중세시대를 현대나 근대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많이 개판인건 사실인데, 로마시대나 르네상스라 해서 뭐 무지막지하게 다르냐면 그건 또 아니라서 말이죠. 그러니 현대에 태어난걸 감사히 여기고 과거에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 보이면 이뭐병하고 바라봅시다 ㅇㅇ.
르네상스를 예로 들어서 얘기해보자면 피렌체는 온 도시 전체가 종교적 광신에 뒤덮혀서 근본주의가 판을 친 적도 있고, 수많은 이탈리아 도시들은 여전히 자체적인 공화정부를 갖추지 못한채 군주들에게 지배받았고(메디치가 쫓겨나기 전의 피렌체 포함) 그 공화정부를 갖췄다는 곳도 결국 대중과 지도층이 괴리 된 과두정이거나, 밀라노의 암브로시아 공화국처럼 혼란과 불안정 속에서 무너지고 결국 도시를 지배하는 가문의 이름만 비스콘티에서 스포르차로 바뀌기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르네상스의 부라는 것도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지중해 무역을 통해 압도적인 부를 갖춘 소수의 상인들이 권력을 쥐고 나머지 빈민층을 압도적인 철권으로서 지배한 경우도 많고요. 삼성 제국
소말리아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고 시리아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듯 중세시대도 결국 사람 사는 곳입니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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