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 번 얘기했었는지 모르겠는데, 난 꽤 동안이다.
원래 나이보다 십 년쯤 아래로 보는 건 보통이고 어떤 땐 무려 이십 년씩이나 아래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문제와 연관이 있는 건지 어떤 건지, 이제 생각해 보니 난 체력이 상당히 좋은 편인 듯하다.
아니, 체력 자체는 남들보다 약한데 버티는 힘이 좋다고 할까.
백 미터만 뛰어도 헥헥거리는 주제에 걷는 건 5킬로, 10킬로를 타박타박 잘도 걷는다.
그러니까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한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일은 잘 못하지만 그리 많은 에너지를 요하지 않는 작업을 오랜 시간 동안 견디는 일에는 남들보다 오히려 강하다는 얘기다.
밤샘을 한 다음날 몸이 견디기 힘들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도 난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밤을 꼬박 새우고도 다음날 온종일 팔팔하게 싸돌아다니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늙었는지 밤샘 후의 피로가 무슨 말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요즘은 밤샘을 하고 나면 피곤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
나이 쉬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남들과 같은 몸 상태가 된 셈이다.
어쩌면 나는 몸이 변하는 사이클 자체가 남다른 특이 체질이 아닌가 싶다.
서른 살, 마흔 살이 될 때까지도 난 소년처럼 평평한 가슴을 갖고 있었더렜다.
그런데 쉬흔 살을 넘기고부터 갑자기 가슴이 조금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지금도 내 가슴은 남들보다 앙상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가슴뼈가 살갗 위로 그대로 도드라진 상태는 면하고 있다.
여자처럼 가늘던 목도 요즘 보니 보통 굵기는 된다.
전에는 일 주일씩 면도를 하지 않아도 표시가 나지 않던 수염이 요즘은 사흘만 지나면 지저분하게 자라나 있다.
그랬구나. 난 남들보다 신체 성장 속도가 느렸던 거구나. 그래서 사람들 눈에 내가 젊어 보였던 거구나....
그런데도 막상 건강진단을 받아 보면 신체 연령은 남들만큼 노쇠해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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