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꿈속에서 처음 듣는 멜로디를 듣곤 한다.
그러니까 그건 내가 작곡한 노래들인 셈이다.
꿈에서 깨면 나는 그 멜로디를 기억해 두려 애써 보곤 하는데, 보통은 실패하지만 드물게 성공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 하여 만든 노래가 몇 곡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 잊어먹고 지금 기억하는 건 딱 하나밖에 없다.
엊그제도 꿈속에서 노래 하나를 작곡하였다.
꿈속에서 마산 창동 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디서 그 노래가 들려왔던 것이다.
윤종신인지 김범순지, 나로서는 관심이 없어 구별도 잘 되지 않는 발라드 가수의 목소리로 노랫말까지 붙어 있는 노래였다.
(노랫말이 다소 우스꽝스러워서 여기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요즘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는, 한 열 번만 들으면 이내 지긋지긋해지고 말 듯한, 내 음악 취향에는 맞지 않는 그런 노래였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다는 건 또한 그만큼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만큼의 보편적인 퀄리티는 확보된 멜로디라는 얘기도 되겠다.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난 잠깐 망설였었다.
윈도우에 그런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던 녹음기를 켜서 이 멜로디를 녹음해 둘까 말까....
그러다가 몽롱한 잠기운에서 벗어나기가 귀찮아 그만두었고, 그 멜로디는 며칠 지난 지금은 아예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멜로디에게 조금 미안하다.
유명 작곡가의 꿈속으로 찾아갔다면 그럴 듯한 노래의 틀을 갖추고 세상에 발표되어 잠깐 동안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르는데 엉뚱하게도 하필 나 같은 사람의 꿈속으로 길을 잘못 접어드는 바람에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제풀에 사라지고 말았으니....
좀전에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노트북으로 글을 쓰다가(난방이 되지 않는 내 방에서는 침대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서 멜로디를 들었다.
현실에서는 2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동네 여학교 바로 옆에 우리집이 있고 그 여학교 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 행사에서 록밴드가 공연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강산에, 아니면 윤도현의 목소리가 슬로우 고고 리듬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면 되지, 그러면 되지, 그거면 되지....
이번에는 꿈을 깨자마자 녹음기를 켜서 그 멜로디를 녹음해 두었다.
그럴 듯한 노래 하나가 만들어졌다.
이걸로 뭘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다.
그냥 내 개인의 작은 즐거움으로 갖고 있을 따름이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