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브란덴부르크 왕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이웃의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공작 발더마르에게 제 첫째딸 루드밀라를 시집보내둔 상태였습니다.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공작 발더마르는 인물도 훤칠하고 성격도 좋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였죠. 북부 독일에 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요. 딱히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쪽 땅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였기에 저는 그런 발더마르에게 첫째딸 루드밀라를 시집보냄으로서 결혼동맹을 확고히 다져둔 상태였습니다. 젊은 신혼부부의 앞날은 밝아보였습니다. 밝을 수 밖에요. 남편은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공작이고 아내는 브란덴부르크 왕의 첫째딸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라는게 꼭 그리 뻔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간의 사랑의 결실이 루드밀라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어느 날, 사냥을 떠났던 발더마르는 한무리의 늑대를 홀로 만나게 됬습니다. 발더마르는 중세의 기사답게 용맹을 발휘하여 늑대들을 모조리 때려눕혔지만 그러던 와중 늑대의 발톱에 상당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루드밀라는 그런 발더마르를 보며 걱정스러워했지만, 발더마르는 뭐 이정도 부상이야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낫겠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억하고 고꾸라져 그대로 골로가기 딱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발더마르 상처가 덧나 오늘내일하며 골골거렸고, 결국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배가 만삭인 젊은 아내를 험난한 중세에 홀로 남겨둔채로요.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공작 발더마르는 가까운 형제도 없었고 영지를 물려줄만한 후계자도 없었기에 그의 영지는 머나먼 친척인 이웃의 작센 공작 발프에게 넘어갔습니다. 살리카 법 자체가 남성의 상속권만을 인정해주고 있었고, 애초에 법 자체보다는 법을 휘두르는 권력자가 더 중요한 시대니 땅 하나 없는 만삭 과부보다는 이미 작센 지방에 넓은 영지를 가진 작센 공작 발프가 상속권을 얻을 수 밖에요. 그 만삭 과부의 부친은 폼메라니아 지방의 이교도들을 이끌고 기독교로 개종한 대영주였지만, 당장은 오래 된 치즈를 잘못 먹고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는 늙은이였습니다. 이미 승부는 발더마르가 죽기전부터 결정되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왕은 그저 루드밀라에게 편지를 써서 비교적 안전한 브란덴부르크 지방으로 불러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무렵 브란덴부르크 지방에는 지독한 폐렴이 창궐하던 와중입니다. 상심했고, 체력도 약해졌으며, 수년간 떠나왔기에 이제 낯선 지방으로 되돌아온 임산부가 폐렴을 저항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루드밀라는 힘겹게 자그마한 남자아이를 한명 낳은 후, 한달여 후 폐렴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다 픽하고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헤쏘라 이름 붙혀진 이 남자아이는 기독교와 이교도간의 분쟁이 살벌하게 휘몰아치고있는 폭풍의 중심지인 브란덴부르크 지방에서 부모 한명 없이 홀로 남아 골골거리는 갓난아기로 살아남아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헤쏘를 도와줄만한 유일한 인물은 할아버지 브란덴부르크 왕이겠지만, 딸의 죽음과 비극에 상심해서인지 브란덴부르크 왕도 루드밀라가 죽은지 며칠 후 침대에서 사망했습니다. 헤쏘는 정말 이 험난한 세상에 홀로 남은 것입니다. 태어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상실한 그의 정당한 영지 브란슈바히크-루넨부르크 공작령을 과연 헤쏘는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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