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등록해야될 시험이 하나 있어서 집에와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밤 9시까지 등록이 되고 아니면 내일 해야되도록 되어있는데, 시간은 8시 반이었죠.
평소에는 노트북을 썼었는데 이건 중요한거니까 집에있던 데스크탑을 쓰기로 했어요.
기본적으로 데스크탑쪽은 아버지가 쓰십니다.
뭐 이래저래 내용 채워넣었습니다.
그런데 등록하려고 하니까 사진파일이 필요...
예전에 찍었던 사진이 어디 있을텐데...하고 컴퓨터를 뒤적거리는데, 얼마전에 데스크탑이 문제가 생겨서 새로 샀었거든요. 그래서 그 파일이 원래있던 경로에는 없었습니다. 대신 예전 백업파일 중에 있나 찾아봤죠. 잘 안보여서 그냥 이름 넣고 검색쳐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그 사진파일 확장자가 JPG인지 GIF인지 몰라서, 그냥 [이름]으로 검색했는데, 백업 폴더에 잠들어있던 무시무시한 것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겁니다.
언젠지도 기억나지 않는 옛날옛적에 저장해놨던, [이름]으로 된 폴더 아래 어느 경로에 있던 ‘젊은 날의 혈기와 과오’(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가 나타나더군요. 잊어버린지 오래인, 그러나 파일 명을 보면 절대 오해할 수 없는 그런...
아예 그런 게 존재했다는 것 자체를 잊고있었으니까 지울 기회조차 없었던거죠.
그 순간 정말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피가 식으면서, 머릿 속에선 충격과 공포가 메아리치는 혼돈의 아비규환이 펼쳐졌습니다. 르뤼에가 바다에서 떠오르고 크툴루가 기어나와도 이보다 더 무섭진 않았을 것 같았어요. 가정 내에서의 위치와 평판이 크게 흔들릴 위기가 찾아왔던거죠.
순간적으로 후방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방 안에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재빠르게 스스슥 삭제를 하고, 그래도 또 불안한데 어떻게 확인해볼 용기는 나지 않고, 일단 상태를 봉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오늘 아니면 또 시간내기 번거로워서 오늘 안에 등록은 마쳐야겠는데, 사진을 검색하자니 또 뭔가 무서운 것이 떠오를 것 같고, 아마 어머니께서 사진 파일 위치를 알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차마 이 자리에 부를 수 없는 그런 딜레마.
시간은 점점 흘러서 한 10~15분쯤 남은 상태에서, 사진 찾아서 하드디스크를 헤메이다 8년전 사진이라도 갖다 넣어야하나 고민도하고, 그러다가 대학교 포탈 사이트에 등록된 증명사진 파일을 가져와서 결국에 넣기는 했습니다...
전체적인 하드 청소는 조만간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어떻게 그렇게 구석구석 숨겨놓을 생각을 했었는지, 왜 진작에 정리를 안해서 몇년 뒤 저를 이렇게 고생하게 만드는지 참...
그 오랜 기간 동안에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검색기능으로 제 이름을 쳐보셨었더라면, 저는 아웃되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살았지만요.
어렸을 때 썼던 블로그를 전역한 다음 보고 깜짝놀라서 삭제한 적이 있었었는데, 새로 산 데스크탑에서 그런 일을 당할 줄 몰랐었어요.
그러고보면 지금 윈도우 버전에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검색기능 썼을때는 압축파일 속의 그림파일까지 검색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그때는’ 왜 멀쩡히 압축해놓은걸 뜯어내서 저를 곤란하게 만들었던걸까요.
아... 정말... 빌 게이츠 개ㅅ...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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