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k님에게 위로도 드릴 겸 제가 차인 얘기나 풀어볼까요.
스터디에서 친해진 누나가 있는데요. 28살입니다.
제가 23살이니 나이 차가 좀 나는 연상 누님이죠. 그 누나에게는 제가 요망한 연하남이겠고. ㅎㅎㅎ
만난 지 2주 만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꼬드겼죠. 성공했구요.
혼자 서울 살면서 외롭고 심심하다기에 냅다 질렀는데 너무 쉽게 수락해줘서 ‘역시! 자비로운 누님은 다르다! 누님은!’ 하고 캐감격.
집도 지하철역 2정거장 차이밖에 안 날 정도로 가깝고 하다보니 스터디 끝나고 귀가할 때도 맨날 같이 가고 대화도 자주 하고... 7월 중순에 또 같이 영화 보고...
(저번에 그때 본 퍼시픽 림 감상문 올렸죠. ㅎㅎ)
그러다가 7월 말 신촌에서 물총 축제 한다는 소리 듣고 ‘좋아! 이걸로 또 데뜨 신청하자! 그리고 저녁 같이 먹고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뽝 질러야지! ㅎㅎㅎㅎ’ 하고 슬금슬금 준비하고 있었는데...
“누나?!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돼죠?!”
“미안. 고향 친구가 상경해서. ㅎㅎ ㅈㅅ”
“켁! ㅠㅠ”
해서 파워 취ㅋ소ㅋ
뭐, 인생사 그럴 수도 있지요. Kirk님도 가족여행 간다는 구실로 뻥! 차였는데 말이에요. ㅎㅎ
‘아오! 이번 주 주말만 날인가? 다음 주 주말에도 놀거리는 많단 말이야. 등짝! 아니, 주말! 주말을 노리자!’ 하면서 또 와신상담을 했는데...
월&수 스터디라 저번 주 월요일까지는 하하호호 하면서 즐겁게 스터디하고 평소처럼 헤어졌지요. 수요일에 만나서 주말 일정 물어보고 확답받을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수요일 오후에 심심해서 톡 날려보니 누나가 씹는다?
스터디 시작 전에 “오늘 스터디 안 와요 누나? ㅇㅅㅇ?” 해도 씹는다?
스터디 끝나고 “누나 왜 제 톡 무시하세요 ㅠㅠ” 해도 씹는다?
그래서 오늘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누나 오늘은...스터디 오죠?” 했는데 또또 씹는다?
......아무래도 차인 게 확실하네요.
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너무 어리다든지
([공익이지만 아직 미필 -> 독립할 때까지 개오래 걸림] + [그 누나 나이 많음 -> 결혼 걱정해야 할 시기] = 어디서 이 요망한 연하남이 꼬리를 쳐?)
대화할 때 영 재미가 없다든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실력이 줄어듭니다. 개인협상에서는 항상 갑이고, 대중 앞에서는 늘 PT 담당인데 -_-)
....어장관리하는 걸 들켰다든지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실수로 보여줬는데 즐겨찾기에 ‘여자애들만’ 가득 등록된 목록까지 들켰....)
뭐 그래서 방금 전에 깔끔하게 톡 한 방 쏘고 연락 끊었습니다.
....물론 그 톡 한 방이 무지하게 긴 내용이기는 했지만서도
(누나 갑자기 왜 이러느냐, 난 누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이러니 당황스럽다, 내가 싫어졌거나 스터디 나오는 게 귀찮아지거나 해서 그래도 연락은 해줘야 하지 않겠냐, 아오 그냥 너님 잘 먹고 잘 사셈.)
....그렇게 깔쌈하게 접고 저는 그냥 내일 나 보고 싶으니까 신촌으로 빨랑 나오라는 일본어 스터디 리더님(26, 일본어 강사)에게나 꼬리 치러 갑니다. 예...
쓰고 보니까 별로 Kirk님께 위안은 못 되는 것 같군요. 쩝.
Commen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