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일 서진환(42)이 살해한 중곡동 주부의 남편 박모씨(39)는 8일 오전 11시 서진환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에서 서진환을 사형시켜야 되는 이유에 대해 절절히 발언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21108114012473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피해자의 남편인 박XX입니다. 이런 일로 글을 쓰는 저 자신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에도 밥을 먹을 때, 아이들 데리고 산책을 나갈 때, 잠을 잘 때 왜 제 옆에 아내가 없는지, 제 아내는 하루아침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이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5살 4살 아이들 표정을 보면 온몸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엄마를 찾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밤에 잘 때까지 엄마가 어디 갔는지 저에게 물어봅니다. 아내를 찾으며 절 보는 어린 아이들 간절한 눈망울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언제쯤에야 이 사람이 옆에 없다는 걸 받아들일지요.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처절히 맞아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아내를 보냈습니다. 따뜻한 밥 한끼 해주지 못한 채로 그렇게 보냈습니다. 집앞 계단에 흩뿌려진 아내의 핏자국을 봤습니다. 가녀린 우리 아내, 눈앞에 무서운 살인마를 두고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했을 아내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픕니다. 얼마나 두려워했을까요. 얼마나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찾고 저를 애타게 찾았을까요.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꿈이고 아내가 곁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있는데 5살 4살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엄마를,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를 빼았겼습니다. 우리 가족의 충격과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만 아니라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습니다.
지금 저 자리에 있는 피고인이 사형 선고를 받지 않는다면, 그래서 이 하늘 아래 우리 아이들과 피고인이 함께 살아 숨쉬고 산다면… 저라도 피고인을 죽일지도 모릅니다. 고생만 하고 살아온 아내를 생각하면 어차피 살아가는 게 지옥입니다.
넉넉치 못한 형편 때문에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 갔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불평 불만 없이 아이들 잘 보살피고 저 아껴주는 좋은 아내였습니다. 옷 한벌 좋은 것 사주지 못하고 아내를 보냈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아내를 죽인 피고인이 살아야한다면 저라도 아내의 한을 풀어줘야할 것 같습니다. 왜 저희 가족에게 이런 엄청난 불행이 닥쳤나요. 정말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저와 아이들은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습니다.
피고는 재범과 재범을 반복하면서 선처를 받았고 범죄자 관리도 안되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무고한 우리 아내와 우리 가족의 인생을 망쳤습니다. 전 정말 그래서는 안되는데도, 이 나라까지 원망하는 마음이 듭니다. 피고인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고 저희 가족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은 사람입니다.
물건 훔치고 사기 치면 힘들게 살아서(살았다는 이유로) 선처 받을 수 있지만, 사람이 죽었습니다. 힘없는 여자가 아침에 무방비 상태에서 강간 당하기 싫다고 저항하다 칼로 찔리고 피 토하면서 죽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저 사람(서진환)이 힘들게 살아왔다는 이유로 선처 받는다면, 힘들게 사는 우리 가족과 힘들게 살다 처참하게 죽은 우리 아내는 어떻게 보상 받습니까.
아내가 있던 우리집에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자 때문에… 우리 집은 밤이면 아내와 아이들과 따뜻하게 있던 곳인데 이제 들어가지도 아무도 찾지도 않는 지옥이 됐습니다. 홀로 되신 어머니께서 계시는 한칸짜리 방에서 애들 데리고 자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너무 분하고 억울해 저 자의 생명이 여러개라면 그 생명 모두 빼앗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가 왜 처참하게 사라졌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 자는 성적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수많은 성범죄를 저지른 자입니다. 자신에게 전자발찌를 채운 사법제도 탓도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겁탈을 여러번 해봤지만 제 아내처럼 심하게 반항하는 여자 처음 봤다며 살인을 합리화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심리검사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 이용하지만 죄책감 못 느낀다' '여성을 자신의 욕구를 풀 성적 대상으로만 여겨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사형에 대해 아무런 찬성도 반대도 생각 못하고 살아온 서민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자는 사형 받아야 합니다. 저 자가 사형을 당한다고 아내가 살아오진 않는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 자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고통은 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판장님.
저 자는 사형 선고가 아니라면 어느 순간 가석방돼 누군가를 또 겁탈하고 살인할 것입니다. 저희 같은 불행한 가족이 또 생길 겁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저자에게 강간 당하고 엄청난 상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사람만 불쌍하게 산다고해서 법정에서 선처 한다면, 저 자가 무서워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너무 억울할 것입니다. 저 자는 선처를 여러번 받아도 달라지지 않고 똑같은 범행을 더 악랄하게 해왔습니다. 피고인에게 사형 선고해주세요. 저 같은 한 맺힌 사람 또 다시 나오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어제 작은 애와 함께 잠들면서 엄마 보고 싶냐고 물어봤습니다. 이제 37개월밖에 안된 아이가 처음에는 안보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다시 물어보니 말을 바꿔 엄마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37개월 된 딸아이가 제 눈치를 봅니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엄마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판장님. 저희 아이들에게, 저희에게 이렇게 고통을 준 저자에 대해 꼭 엄정한 처벌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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