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더슨 실바… 타격은 타이밍!
'강하게 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정확성!'
현 UFC미들급 챔피언 '스파이더맨' 앤더슨 실바(37·브라질)는 MMA역사상 가장 완벽한 스트라이커로 꼽힌다. 성적은 물론 내뿜는 포스에서도 더 이상 비교할만한 타격가가 없기 때문,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은 인기는 최고였지만 안정감에서 실바에 미치지 못했으며 페더급 챔피언 호세 알도는 실바와 비교하기에는 아직까지 보여준게 적다.
UFC에서 미들급 챔피언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실바가 역대급 스트라이커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전 메이저단체였던 프라이드에서 보여줬던 행보가 불안했던 것이 그 이유다.
중하위권 파이터인 다카세 다이주에게 '트라이앵글초크(Triangle Choke)'를 허용한 것을 비롯 '식인 피라니어' 초난 료에게는 시종일관 유리한 경기를 펼쳐나가다가 종료 직전 기습적인 '플라잉 시저스 힐훅(Flying Scissor Heel Hook)'까지 당하는 등 프라이드 시절 실바는 그래플링이 약한 반쪽 타격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후 실바는 주짓수를 갈고 닦아 그라운드에서의 약점을 최소화시켰고 더불어 장기인 타격까지 노련미가 쌓이며 2006년 UFC 입성 후에는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가 오기 전까지 미들급 제왕으로 불리던 리치 프랭클린을 확연한 레벨차를 느끼게 하며 다른 체급으로 몰아내 버린 것을 비롯 댄 헨더슨-비토 벨포트-차엘 소넨 등 이름난 강자들까지 모두 제압했다.
체급 내에 워낙 적수가 없는 관계로 간혹 라이트헤비급 파이터들과 경기를 가지기도 했으나 포레스트 그리핀 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지간한 상위체급 중상위권 상대들마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실바는 그야말로 타격 마스터다. 단순히 타격이 좋은 정도가 아닌 상대 선수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수준차로 인한 절망을 안겨준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짧은 거리에서의 숏펀치다. 다른 타격가들처럼 풀스윙으로 휘두르거나 뻗지도 않으면서 툭툭 갖다 맞춘 것만으로도 상대들이 힘없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상위체급 강자인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실바는 가까운 거리에서 날아드는 주먹을 유연한 상체 움직임으로 모두 피하고 단타를 몇 대 적중시킨 것만으로 승부를 끝내버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황에 그리핀은 평소의 투지를 완전히 잃어 버린 채 다가오는 실바를 향해 손짓을 하며 경기 포기 의사를 밝혔다. 진흙탕 싸움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리핀입장에서는 굴욕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벨포트는 체급 내에서 타격으로 손꼽히는 선수다. 젊은 시절부터 빠른 핸드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보다 먼저 주먹을 적중시키는데 능했고 나이가 들면서 노련미까지 쌓여 카운터 펀치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벨포트지만 실바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초반 맹렬한 기세로 실바를 몰아부쳤지만 정타는 들어가지 못했고 외려 기습적인 앞차기에 넉 아웃 패하는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현대 종합 격투기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앞차기 패배를 다른 선수도 아닌 타격의 달인 벨포트가 허용한 것이다.
이처럼 실바의 타격은 상대가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에서 터져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노리고 친 공격은 빗나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각에서 정확하게 타격이 꽂히는지라 사실상 입게되는 데미지는 눈으로 보이는 것 이상이다.
방어태세를 갖추기 전에 안으로 파고드는 송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신비의 동양무술로 꼽히는 발경(發勁), 촌경(寸勁) 등에 비교하기도 한다.
실바의 단타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데는 상대가 움직이는 타이밍에서 맞춘다는 점도 큰 영향을 끼치고있다는 분석이다. 실바는 리듬을 타는 움직임으로 칠 듯 말 듯 압박하다가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공격을 흘리면서 생긴 빈틈으로 짧은 펀치를 잘 꽂아 넣는다. 당연히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상대의 공격이 실패했을 때 받아치면 위력이 배가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상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스타일이다. 동체시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몸이 워낙 부드러워 어떤 자세에서도 순간적으로 힘을 실어 공격을 날릴 수 있는 실바이기에 가능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공격을 당한 상대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고 허무해지면서 전의를 상실하기 십상이다.
그래플러와 달리 타격가는 순발력과 반사신경을 잃으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많은 나이에도 롱런하고 있는 실바가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임을 감안했을 때 지금 당장 페이스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 실바는 현재의 극강 리듬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타격가의 역사를 새로 써가고있는 스파이더맨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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