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취향이 같더군요. 저 또한 인체, 우주, 미래무기 등을 좋아합니다. 거기에 추가로 우주물리학, 입자물리학 등도 좋아하지요. 그런 쪽은 거의 편향적 시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그런 곳에 또한 숨은 편견이 있을 수 있어요. 흡사 등치 좋은 흑형 백형 나와서 총질하고 폭탄쏴서 다 때려 부수는 헐리우드 영화에 역시 지구를 지키는 건 미국이다 같은 메시지를 몰래 넣는 것처럼요.
대표적으로 네셔널 지오그래픽의 프로그램 중 몇 가지는 와패니즘이 심합니다. 일본 무술은 세계 최고. 카타나는 단분자도 자르는 칼.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성실한 민족. 닌자는 최강의 인간병기. 등의 말을 하지요. 보고 있으면 또 그럴 듯한 과학적 근거랍시고 내놓는 게 없지는 않습니다. 그쪽에선 와패니즘을 향유하는 대학 교수라든지 박사 같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짜내서 만들어내니까요.
하지만 현실을 알고 나면 참 허탈하지요. 대표적인 병크로는 파이트 사이언스에 나온 인술이란 것이었고 최강의 무기로 소개된 일본도였지요(참고로 저한테 당장 도공이 직접 연마한 일본도랑 빠루 한 자루 주면 전 즉석에서 그거 박살을 놓을 자신이 있습니다. 일본도는 검면 내구도가 종잇장)
우주물리학에서도 의도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이룬 업적만 미루어 소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펜하이머 밑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콕 집어 영국인들만 주루룩 소개하면 우리는 그걸 보면서 '오오, 영국. 스티븐 호킹급 인재들의 나라.' 따위의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만드는 거지요. 사실 물리학 발달에는 러시아인도 엄청난 기여를 했는데 미국산 다큐멘터리 중에 그런 사람들이 소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디스커버리 채널이나 히스토리 채널 같은 경우에는 반대로 일본을 까는 내용이 종종 있습니다만 이것도 썩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히스토리 채널의 전쟁사를 보면 진주만이 공습당한 걸 설명하는데 저는 무슨 뉴욕에 일본이 자체 개발한 N2 폭탄이라도 떨군 줄 알았습니다. 물론 방심하고 있다가 선제 공격 당하고 죄없는 사람들이 죽은 건 안타깝지만 그런 식으로 과장하는 건 역시......
군사무기 쪽에서도 '야, 우리 미국은 ㅈㄴ 우월해. 니들은 짜져.'라는 게 너무 절실히 드러나는 모습이 많은 등(뭐, 사실 미국 vs 지구상 모든 국가를 해도 미국이 이기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다채롭게 보고 다양하게 섭렵하고 책도 많이 보는 게 좋아요.
또 다큐멘터리에서 하는 말이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게 중요해요.
특히 과학 쪽에서는 진실도 진리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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