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로 겪은 귀신은... 흐음, 제가 어릴적, 아파트로 이사갔었습니다. 2층이었는데 베란다 너머엔 주차장이 있었죠. 집 구경하는 도중 베란다로 나가서 난간에 팔을 걸치고 밖을 보는데, 갑자기 위에서 뭔가 커다란게 뚝! 떨어지더니 바닥에 퍽! 하고 꽂혔습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사람이었어요. 우와.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은 완전...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던 100층에서 떨어진 사람 사진 아시나요? 그거 낚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려주던 모습이더군요.
설명은 조금... 징그러울 테니까 그만두고요. 아차, 인터넷에서 떠도는 괴담중에 사람은 자살할 때 웃는다는 글도 있죠? 그것도 뻥이예요. 웃기는 무슨. 잘 보지는 못했는데 확실히 웃지는 않았어요.
어쨋든, 그게 발단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후로 그 아파트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전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죠. 저는 그날 이사갔으니까요.
이 아파트는 2층에는 엘리베이터가 가지 않습니다. 전력을 아끼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냥 고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엘리베이터의 2층 버튼도 반응이 없고 2층에서 버튼을 눌러도 엘리베이터는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밤에는 가끔씩 2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왔습니다. 이게 이상하다는 일입니다. 2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왔지만 다시 버튼을 눌러보면 반응은 없었어요. 불도 들어오지 않는, 완벽한 무반응이었죠.
어느 날은 제가 집에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왔습니다. 띵동- 하는 소리와 살짝 끼릭하며 녹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가 보였습니다. 흔히 '귀신들린 것'을 보면 느껴진다는 음산함이나 꺼림칙함도 없고 뭔가 끌어당기는 느낌도 없는, 완벽하게 평범한 엘리베이터였어요. 뭐, 타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집에 들어갔죠.
그리고 2층에 엘리베이터가 온 후에는 가끔씩 제 방 앞을 어슬렁거리다가 사라지는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센서가 작동해서 불이 켜졌지만, 발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죠. 아무리 조심해서 걸어도 발소리는 들리기 마련인데 말이죠.
창문을 열었을 때에는 불만 켜지고, 닫으면 실루엣이 생겼습니다.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죠.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계속 보이니까 익숙해지더군요.
그렇게 이상한 엘리베이터와 제 방 앞을 어슬렁거리는 실루엣에도 익숙해진 어느날, 몸이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짜증수치가 최고조인 날 밤에 또 다시 엘리베이터가 2층에 오고 센서등이 켜지며 실루엣이 제 방 앞을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동안 계속 밤에 엘리베이터 소리와 센서등 불빛때문에 깨기도 했고, 아픈데 겨우 잠들었다가 깨버려서 저는 이성을 잃었어요.
무슨 용기가 났는지 저는
"야! 거기 너 누구야! 안 꺼져?"
하고 크게 소리쳤고, 그 실루엣은 평소보다 약간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오던 엘리베이터도 2층으로는 오지 않았고, 그 실루엣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죠.
원래 2층에는 오지 않지만 가끔씩 사람이 없는 채로 알아서 2층으로 내려오던 엘리베이터와 그 엘리베이터와 함께 나타나던 누군지 모를 실루엣. 그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해지내요. 소리치지 말걸.
두 번째로 겪은 귀신은, 다른 집에서 출몰했습니다. 3층짜리 빌라인데 저는 3층에 살고 있죠. 뭐 밑집에서 물을 쓰면 수압이 떨어져서인지 물이 잘 안나오는 단점이 있지만 꽤나 좋은 집이죠.
어쨋든, 그 집에는 옥상이 있는데 옥상에는 천막과 평상이 있어서 노숙인과 불량학생들이 가끔씩 이용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안가서 옥상 문은 쇠사슬로 걸어잠기고 가끔 이용하던 옥상에는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약간 불평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되고, 옥상의 존재는 잊혀졌죠.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느 날 부터 옥상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고양이라 하기엔 이족보행을 하는 데다가 소리가 너무 크고, 사람이라고 하기엔 문은 봉쇄되어서 갈 수가 없었죠.
그런데 이게 낮에는 안들리고 밤에만 가끔 들리는 겁니다. 그것도 자는 시간에요. 설상가상으로 제 방 바로 위가 평상이 있는 곳이라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유독 제 방 위에서 왔다갔다 거리는 거예요.
아오! 자다가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귀신같아서 무섭고 참다보면 이내 조용해지는지라 참으면 됐었는데.
하지만 그냥 그렇게 지냈으면 참겠는데, 이 발소리가 점점 커져갔습니다. 어느 날은 이게 미쳤는지 완전히 탭댄스를 춰대는 거예요.평소에는 1,2분쯤 있으면 알아서 조용히 하더니 그 날은 5분이 넘도록 격렬하고 열정적인 탭댄스를 췄습니다.
결국 저도 같이 미쳤어요. 인내심의 한계에 달한 저는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물건을 전력으로 천장을 향해 던지며
"야이 xx 시끄러!"
하고 외쳤습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가 던진 물건은 천장에 충돌했고, 가족들은 전부 깨서는 제 방으로 달려왔죠.
불을 켜보니 제가 던진 물건은 리모컨이었고... 완전히 박살나있더군요. 애꿎은 리모컨은 왜 박살내냐며 혼나고, 밤중에 왜 소리치냐고 혼나고, 소리는 그냥 참지 그걸 못참냐며 혼나고...
완전히 최악의 밤이었습니다. 뭐, 리모컨은 다행히 겉만 부숴졌는지 실리콘으로 붙이니깐 잘 작동되더군요.
그리고 그 후로는 역시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들리지 않자 이상하게 느낀 저는 옥상으로 가보았고, 어느새 옥상의 봉쇄는 풀려있고 문을 마주보고있는 계단 위의 벽에는 못보던 거울이 붙어있었습니다.
봉쇄된 옥상. 하지만 거기서 들리던 알 수 없는 발소리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그는 제가 소리쳐서 없어진 걸까요 아니면 옥상이 개방되어서 없어진 것일까요? 뭐, 지금은 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신경쓸 필요는 없죠.
p.s 실루엣은 제 방 앞만 돌아다니지 않았어요. 복도쪽으로 난 창문앞을 기웃거렸죠. 저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ㅎㅎ 발소리도 가족 전부가 들었지만요. 유독 제 방 위에서 GR을 떨어서 그렇지.
p.s2 귀신하면 무섭고 꺼림칙하던데... 제가 겪은 것들은 다 소심하더라고요. 하긴 뭐 같은 사람이었는데 소리치면 놀라는 것은 똑같겠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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