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활동한 전적은 별로 없지만 실제로 제가 저의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을 계산하면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탓에 완결작도 꽤 되고 제가 생각하기에 양판소 수준은 넘는다고 생각되는 글도 여럿 있지요.
아무튼 도중에 하드도 몇 번 날려먹었고, 잊어버린 것도 꽤 되기에 모든걸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조아랫 동네에 저장해둔 예전 완결본이 있기에 한번 읽어봤습니다.
"내가 이런걸 썼나?"
아주 당황스럽게도 생판 남이 쓴 글을 읽는 기분.. 아니, 이거 신작인가? 내가 누구 글을 긁어서 붙여넣기 했나? 아니, 그런 적은 없는데? 완전 패닉 상태가 되어 구석에 처박아둔 씨디를 꺼내 돌려봤지요. 위저드 엑자일 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것인데 이건 인터넷에 올리지도 않은 녀석... 그런데..
"허어어억! 이거 누가 쓴거야? 내가 남의 소설 텍본을 구해놓았던거야? 어랏? 파일 정보에 작성자는 내 이름이 맞는데? 뭐야 이거? 무서워!"
특히 저를 제일 쑈킹하게 했던 것이 있습니다.
제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그래봤자 문피아에 연재한 것은 달랑 하나 뿐이니.. 하지만 이젠 광고가 안되겠지요? 완결란에 보냈으니 순위 채점에서도 제외될테고..) 제 판타지는 설정 자체가 조금 독특합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그 세계관 위에서 쭉 소설을 써왔는데 이게 웬걸? 세계관을 처음 구성했을 때의 프로토 타입 세계관 설정은 기억이 나는데 도중에 다른 글을 연재하면서 사용했던 설정들이 멍멍이들의 밥상이었던 것! 읽으면서도 "이게 뭐야?" 모르는 헬라어 단어나 히브리 단어도 막 튀어나오고.. 결국 사전 찾고.. 아오..;;
저는 바보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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