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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교]기계교란 무엇인가?

작성자
Lv.23 구선달
작성
12.04.22 14:06
조회
2,042

1. 기계교의 역사

기계교(Machine religion)는 19세기말 20세기초에 두각을 드러낸 종교조직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기계교 자체가 워낙 베일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기계교는 공식 홈페이지도 없고 신규회원은 초대장으로 모집합니다. 기계교에 대해 알려진 진실들은 대개 <더 선>, <데일리 미러>, <위클리 월드 뉴스> 등 언론매체의 폭로기사로 세상에 드러난 것들입니다.

이들은 프리메이슨의 한 분파라는 설도 있고, 대항해시대 이후 베네치아의 군함 건조 공장이 몰락하여 떠난 조선공들을 원류로 보는 설도 있습니다. 차분기관을 설계한 배비지가 기계교 초대 교주였단 이야기도 있지만 신빙성은 없습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1887년경 영국 포츠머스에서 숙련공들과 공학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그룹들을 원류로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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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팀과 그의 아들이 이끈 1887년 영국의 기계교 그룹. 거창한 신화들과 달리 초라하기 그지 없는, 기계교의 원류로 추정되는 FOWELL 엔지니어스의 단체사진입니다. 이들 중 정작 제 명에 살아남아 오늘날의 기계교를 발전시킨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초기의 기계교는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으며, 종교단체들을 풍자하는 일종의 놀이이자 무신론자들의 사교클럽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세기말, 세기초라는 분위기를 타고 급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점차 괴팍하고 과격한 기계신봉자가 되었으며 보다 우수한 회원들을 영입하여 그 세력을 날로 키워갔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더해진 기계교 교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자 "기술 발전을 통한 인류 문명의 완성"으로 특정 지어졌습니다. 그들에게 기계는 축복의 대상이며, 인간이 만든 기적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신이 만들어준 불완전한 몸까지 기계로 완전히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분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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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계교의 가장 위대한 유산: 아기를 위한 인큐베이터. 전기가 아닌 석탄을 태워 얻은 열과 증기로 돌아간다는 것을 빼면, 현대의 인큐베이터와 거의 흡사합니다. 기계교가 인공자궁의 가능성을 실험해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교리는 물질문명에 대한 숭배를 넘어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마르코니가 무선전신을 찾아냈으나 그 원리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을 때, 기계교는 전파를 통한 영계통신을 시도했으며 사이비 사령술 모임들을 여럿 개최했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기계들이 주목 받을 때는 전기를 만능의 율법으로 신봉했습니다. 방사능의 폐해를 몰랐던 시대에는 건강을 찾아주는 빛이라며 쬐거나 방사능 물질을 바르고 먹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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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력을 강화시켜준다는 전기 허리띠 광고입니다. 기계교는 이런 사이비 기계신앙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다음 기술을 찾아 헤멥니다.>

또, 이들은 정밀한 기계의 미(Mechanical beauty)를 선호했으며, 위험한 미지의 기술일수록 더욱 매료되는 성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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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자동권총 루거 P-08은 대표적인 메카니컬 뷰티입니다. 유명한 루거 수집가 중에는 기계교 신자가 꼭 있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기계교는 인류 문명에 대한 긍정이자 물질문명에 대한 광신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앙에 근본적인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 터졌습니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밝은 미래를 갖다줄 것으로 생각되었던 과학기술은 끔찍한 대량학살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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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호전 속에서 독가스에 노출된 병사. 기계교가 숭배했던 물질문명은 철조망, 기관총, 독가스로 돌아왔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서유럽 선진국이었던 영국, 프랑스, 독일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게다가 기계교를 향유하던 젊은 세대가 말 그대로 전멸하였습니다.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서유럽을 휩쓸었고, 기계교는 거의 몰락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종결까지 기계교는 인류문명에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자 기계교는 다시 부흥합니다. 특히 독일 출신 기계교 신자들은 동서 양 진영에서 모두 활동했습니다.

공산주의 소련에서는 스탈린과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 시대 동안 여러 '설계국' 안으로 기계교의 기술과 이념이 편입되었으며, 종교적인 색채는 러시아 정교가 흡수하여 사실상 소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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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 무기들을 축복하는 러시아 정교 사제>

그러나 서유럽에서 기계교는 온전히 살아남았습니다. 특히 미국은 기계교도들이 가장 주목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R-7로켓으로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는 것을 보자 경악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를 따라 잡으려 합니다. 이 시기에 많은 기계교도들이 미국의 요소요소에 정착합니다. 다만 기계교도들이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던 인공위성 뱅가드의 발사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납니다.

http://youtu.be/zVeFkakURXM

<뱅가드호의 발사 실패 동영상>

이들은 다방면에서 활약하였습니다. 실존했던 것으로 유명한 세뇌실험 MK울트라에도 지분을 가졌고, 로스웰 사건이라는 음모론으로 유명한 51구역(AREA 51)에서는 각종 비행체의 설계에 참여했습니다. 소설 <1984>처럼 전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술들 또한 냉전 시기에 사실상 완성되었습니다. 인간의 정신착란이 이 시기에 마녀, 악마, 몽마에서 도청장치, 첩보전, 외계인으로 옮겨간 것은 이와 같은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인류와 기계교는 50년간 사상 최고의 기술발전 시대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미 정부가 기계교를 외면하면서 이들은 다시 침체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기계교도들을 계획도시 로스 앨러모스에서 추방했고, 불평분자들을 예의주시하며 지속적으로 압박했습니다. 호시절이 지나간 대부분의 기계교 지부는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건재하며, 2011년 6월 11일 <더 선>은 기계교가 스마트폰 시장에 매우 강한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영국의 SF 미니어처 게임 Warhammer 40,000에 등장하는 가공의 종교인 기계교(Cult Mechanicus)는 블랙 유머의 나라 영국답게 실존 기계교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기계교는 이 게임의 설정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기계교의 총본산으로 간주되는 곳은 메사추세츠 주의 Sloan Laboratories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기계교에 대한 문의를 헛소문이라면서 일절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2. 기계교와 관련된 유명인들

말년의 토마스 에디슨은 영계통신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에디슨은 기계교도가 아니었고, 단지 유행처럼 번지던 사령술 모임에 몇 번 참가한 것이라 합니다.

포드 자동차의 설립자 헨리 포드는 열렬한 기계교 신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는데, 고임금이면 그 어떤 노동자도 불만을 갖지 않고 완벽히 공장이 돌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형제도 기계교에 관련이 있을지 모르나 정확한 사실은 밝혀진 바 없습니다. 그러나 당대에 비행기를 제작하던 발명가들 중 상당수는 기계교도였습니다. 비행기는 미지의 영역이자 인류가 하늘을 정복하는 첫 발자국이었고, 사고의 위험도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기계교가 부흥하기에 매우 적합했습니다. 비행기술을 배우고 비행기를 개량하려는 열풍이 불면서 기계교의 색채는 많이 지워졌지만, 기계교도들로서는 충분한 성과였습니다.

<우주전쟁>을 쓴 허버트 웰즈는 아내가 기계교에 가입할 것을 권했지만,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저 2만리> 등 여러 유명 SF소설을 썼던 쥘 베른은 말년에 기계교에 가입한 것이 그의 남겨진 편지들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현대의 기계교도로 유명한 사람으로는 <울티마 온라인>을 비롯한 <울티마 시리즈>를 만든 게임제작자 리차드 게리엇이 있습니다.

3. 한국과 기계교

한국은 기계교와 가장 인연이 없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기계교의 흔적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90년대 컴퓨터에 깔려 있던 <바이오 리듬>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기계교에서 제작해 배포한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분들의 믿음과 달리 이것은 혈액형 성격설만큼 믿지 못할 사이비였습니다만, 기계가 사람을 관리해줄 수 있다는 착각을 대중에게 심어주었습니다.

큰 관련은 없지만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제도나 미국의 사회보장번호 제도 등은 국민을 숫자로 데이터화 하여 관리한다는 기계교의 망상 중 하나에 부합하는 성격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이들은 다른 기계교 지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궁리하고 있으며, 이를 실험하기 위해 민간인을 영입하기도 했다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XBOX와 MMORPG 등 각종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교리 수정과 연구는 오래 전부터 거듭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말 현재, 한국의 기계교는 소수의 신도가 공과대학, ADD, 일부 대기업에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웬만한 기계교 조직들이 그러하듯 주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며, 업무나 기계교의 전세계적인 회의를 위해 출국하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때문에 교주나 주요 간부 등을 특정 짓기는 어려우며, 설령 찾더라도 기계교에 대한 무지를 방패로 삼거나, 해외로 피해버리기 일쑤입니다. 아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언론사들의 충실한 폭로가 뒤따라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레드넥리뎀션의 알콜만땅(April20)님이 2011년 12월에 작성한 글을 찾아서 가져왔습니다. 현재 레드넥리뎀션 사이트는 폐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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