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가 없고, 전기가 없고, 가스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사람을 필요로 했습니다.
물길어 올 사람 있어야 하고, 장작팰 사람 있어야 하고...
아궁이 보면서 불지킬 사람이 있어야 했지요.
지금은 수도꼭지 틀면 물나오고, 전기 키면 불들어오고 밥되고, 가스렌지로 간단히 요리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도 살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요.
그래서 홀로 죽어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왜?
다른 사람을 참아 줄 필요가 없거든요.
인도 우화에 나오는 행복과 불행의 쌍둥이 자녀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애완동물을 기를 때도 불편함이 따르지만, 행복도 따르지요.
불행을 참아주면, 행복도 따릅니다만...
참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서, 사람들은 가볍게 잘라내게 됩니다.
결혼했다가도 사소한 이유로 이혼할 수 있지요.
옛날에는 참고 살아야 했지만, 지금은 참고 살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쉽게 잘라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우리 또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잘려나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옛날 사극 보면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 주워다가 돌봐주는게 보통이었지요. 의료비 싸게 먹히고, 나름대로 보은이 가능했습니다.
물좀 길어다주고 나무좀 해다 주기만 해도...꽤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 주워오면, 도움은 하나도 안되고 부담은 무진장 크게 되었지요.
인간이 가장 불필요한 '잉여'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잉여들이 자살하는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홀로 사는거, 건강하고 쾌활할때는 편하고 좋습니다만...
아프고 침울해지면, 최악입니다.
인간에게는 인간이 필요합니다.
더할 나위없이 편리하지만,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은...
즐기고 있을 때는 천국이지만, 한발 헛딛으면 지옥이지요.
애완동물을 가족 삼아서, 살아가는 현 세상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문제는 저도 편한거 엄청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라...
불편한 세상으로 돌아가는건 그리 달갑지 않군요...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인간이 잉여가 되는 세상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할까요.
남을 버릴 수 있게 된 대신에, 자신도 버려질 수 있는 세상...
넘쳐나는건 노숙자, 난민...(한국은 찜질방, 일본은 넷카페던가요.)
남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이도 없는 그런 세상.
좋아진 걸까요. 편리함이란 마약에 중독되어 병들어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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