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회를 짧게 말하겠습니다."
지금 다시금 울컥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왜 교장쌤들은 어차피 학교에 상주하지도 않으시면서, 조회시간만 되면 훈계를 늘어놓으셨던 건가요? 대부분의 잡일은 교감이 떠맡고, 교장쌤은 가끔 학교에 놀러오는 거 아닌가요?
왜 조회때만 그렇게 교장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했던 걸까요? 지금도 그러는지 알 수 없지만...제 기억에 초딩때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은 교장 조회시간이었습니다.
중고교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고딩은 그렇다쳐도, 왜그렇게 초딩에게 가혹행위를 했던 걸까요? 초딩은 생리적으로 십분 이상 집중할 수 없는데! 옴싹달짝 못하고, 차렷자세로, 한 곳에 뻣뻣이 서있는 게 얼마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데!
아주 조회시간을 한 시간은 기본으로 잡는것 같더군요. 조회때 초딩들이 산만하게 떠들면, 선생들은 조용히 시키느라고 진땀을 빼면서 불가능한 목표-애들이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교장만을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하는 목표를 달성하느라고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쿨럭.
대체 학교에서 하시는 일도 별로 없으시면서! 왜 그렇게 존경은 바라셨던 겁니까!
대부분 교장들이 하는 말은 별거 없어요. 그냥 선생들이 하던 이야기, 또하고 또하고...가끔은 자기 학창시절, 6.25 전쟁나던 시절 자신이 얼마나 의젓하고 영리한 유년시절을 보냈나 자랑 자랑...하는 걸 덧붙이곤 했죠. 조금은 유식한 교장쌤들은 고사라거나, 외국의 유명사례를 끌어다 썼지만, 결국은 자기자랑.....아니면 선생훈시내용 모방....;;
다른 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저의 경우엔 교장쌤들이 하는 교훈은 항상 반감만 일으켰습니다.
"공부를 하고 또하면 기쁘지 아니한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
공자님 말씀이라던데, 교장쌤님 입에서 먼저 접하지만 않았다면, 제가 조금쯤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쩌면 지금 운명이 반쯤은 바뀌었을지도 모를텐데...;쿨럭...;네, 좀 과장입니다.
"흠흠, 학생들이 그러더군요. 교장선생님 훈시가 짧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오늘은 짧게 말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그 두배로 말씀하시는 교장쌤들 때문에 아침 시간은 항상 지옥...;;그런데 왜 또 그리 많은 건지...;;
그러나.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학생들 세워놓고 서너시간 훈시하던 교장선생님이 짱이셨습니다. 그 분 여성 교장쌤이셨는데...
애들 서너명 쓰러져도 꿋꿋이 하시더군요. 아니 오히려 더 길게 하더군요. 여기저기서 애들이 더 못버티겠다, 살려달라고 해도 꿋꿋하게 하시던 분...정말 기억에 남네요. 지금도 가끔 악몽으로 꾸는 거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그 교장쌤은 커다란 차양 그늘 아래에서 편하게 훈시하셨죠...;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담임쌤들도 죽을맛이었을 겁니다. 다들 고통에 찌든 표정이었죠.
그런데도 꿋꿋하게 조회마치면서 하시는 말씀이...
"요새 애들은 약해서 탈이야! 이런 고통도 감내해야해!"
였던가요?
다들 욕나오는 거 참는 분위기였죠.
지금 소설을 돌아보고 있는데, 그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이 나오더군요. 다시 그 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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