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는 동안 한 생각.
놀이터의 미끄럼틀에서 내 딸을 미끄럼 태워주고 있다.
애가 굉장히 좋아한다.
딸의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이 너무 귀엽고 엄마를 찾는
옹알거리는 그 입술이 너무 귀엽다.
"엄마 언제와?"
한참 놀다와서 씻은 후
내게 물어보는 동그란 두 눈을 보며 난 참치캔을 딴다.
"응 두밤만 자고 나면..."
"아빠 그런데 나 내일 유치원 꼭 가야돼?"
조용히 딸의 눈을 들여다 본다.
왠지 인류는 대를 이을수록 성숙해져가는것만 같아...
그런 것만 같아.
"가야지.. 가고 나면 하루 지나고 또 가고 나면
이틀이 지나서 엄마 만날수 있는걸...? 안자면 엄마도 안온다?"
딸 아이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럼 아빠는 언제 또 만나?"
손가락 입에 무는 딸에게 말해준다.
"음...아빠는 딱 세밤 더 지나면.."
내가 윙크하자 딸도 따라서 윙크한다.
애는 아무것도 모른다.
"왜? 유치원 처음이라서 긴장돼?"
"응!응!"
딸이 눈웃음 치며 내게 마구 웃어 보였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웃어줬다.
"아빠. 이거 맛있어. 조금만 더줘 응응?"
첫 유치원 이라 긴장했나보다..
나는 아껴서. 아껴 먹어야 한다며 참치 살을
포크를 든 딸에게 접시 끝으로 싹싹 고기를 발라 긁어 주었다.
딸을 철로된 유치원행 셔틀에 보낸후에 한참을 손을 흔들었다.
회색 하늘아래에서 한참을 손을 흔들었다.
2200년. 겨울은 오래전에 멸종해 버렸다.
가끔씩 내리는 눈을 보여주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
사는것도 식량도 여의치가 않다.
그래서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사회보장번호가 찍힌 카드를 본 직원이 내게 물었다.
"유통기한 몇일로 하시겠습니까?"
"3일로 하죠."
들어간 튜브안에서 천천히 내 살을 저미는 소리가 들려왔다.
직원의 무표정한 얼굴이 동그란 창밖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내 딸이 간 달의 도시 안에선
어느 누군가가 내딸을 위해 내 살로 만든 참치캔을
정겹게 따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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