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오늘은 제가 쉬는 날입니다.
이 시대의 피곤한 샐러리맨들이 보통 그렇듯이,
저도 쉬는 날이면 12시가 넘도록 늘어지게 잠을 자곤 합니다.
오늘도 아침에 밥 먹으라는 마누라의 고함도 무시하고
11시의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정말 맛있게 늦잠을 즐기고 있었죠.
큰 놈(7살)은 어린이집에, 작은 놈(4살)은 엄마 등에 업혀서
밖에 나가있고, 방해할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늦잠을 잘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아~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린 것입니다.
잠에 취한 사람이 일어나서 전화기가 있는 곳까지 움직여서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당연히 무시했습니다.
한 번 울리다가 끊기고, 두 번 울리다가 끊기고, 세 번째가 되니까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겠더군요.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켜서
억지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 여보세요 -_-
상대방: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버럭~)
나: 자느라고 못받았는데요.. 누구세요?
상대방: 잉? 아닌가? 에이씨~
그리구선 전화를 덜컥 끊어버립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걸 위안으로 삼고 다시
이부자리로 기어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나: 여보세요 -_-
상대방: 어? 이상하네? 쯔읏~ (목소리가 아까 그놈입니다)
그러면서 또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이제 잠이 확 깨려고 합니다.
한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건가 하고 전화기를 쳐다보다가
그냥 포기하고 다시 잠과 타협하기 위해서 이부자리로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는 저를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나: 여보세요 -_-
상대방: 또 그 놈이네! 에이 신발(심의규정준수)! 끊어!!!
아.. 화도 안납니다.. 잠도 다 깨버렸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동안 패닉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아.. 불행히도 지금 울 집에 있는 전화기는 액정화면이 없어서
발신전화표시도 안됩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