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디록입니다.
일전에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다고 간단하게 리뷰글을 쓰기도 했었는데요. 어느 새 보유하고 있는 키보드의 수가 다섯 개나 되네요. 플런저에서부터 시작해서, 앱코의 청축과 한성의 적축 갈축, 그리고 이번에 산 앱코의 무접점 키보드까지...오늘은 벼르던 와중에 마침내 사버린 무접점 키보드에 대해서 한 번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키보드 매니아들 사이에선, 무접점 키보드가 곧 키보드 계의 몽블랑이라는 말도 돈다 합니다. 만년필 중에서 몽블랑이 제일이듯, 키보드도 무접점이 제일이다 뭐 그런 식의 평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키보드도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만큼 무접점 키보드가 가지는 위상이 크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 하여, 저는 중저가형 무접점 키보드를 알아본 끝에 앱코 사에서 나온 ‘ABKO HACKER K960’를 구매하였습니다. 가격대는 고작 7만원 초반 대인데, 키보드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키보드에 뭔 7만원씩이나 써?’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군요 ^_^a 하지만 무접점 키보드의 대명사이자 끝판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리얼포스’ 제품은 가격이 20만원 중후반대도 가볍게 후려쳐 버리는 수준이니...그냥 무접점을 10만원 이내의 가격으로 산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타건 소리나 이미지는 유튜브를 통해 검색해 주시길!)
일단 사용감을 논하기에 앞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딱 한 번 과감히 말하자면 ‘기계식은 장난감이고 무접점은 생필품이다’입니다. 물론 조롱이나 비하의 의도로써 장난감 운운 한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의미로서의 장난감, 즉 기계식 키보드는 타자치는 ‘재미’가 특히 쏠쏠한 그런 제품군들입니다. 적축이 됐건, 청축이 됐건, 갈축이 됐건 기계식 키보드는 치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에 치는 재미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접점 키보드는 또 한층 다른 키감을 선사하네요. 타건을 하고 있자면 굉장히 뽀송뽀송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타자칠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반발이나, 보글보글 물이 끓는 것 같은 소리가 아주 중독적이네요. 기계식은 종류가 뭐가 됐든 손끝에 기계적인 터치감이 묻어나오는데, 무접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스펀지 위에 놓인 초콜릿을 손끝으로 톡톡 두들기는 것 같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소프트한 느낌입니다.
소음 문제에 있어서 특히 강점이 부각되는데, 조용하기로 정평이 난 적축마저도 무접점 키보드에 비하면 시끄러운 편입니다. 그만큼 조용합니다. 무접점 치다가 청축 쳐보니 동전 쏟아붓는 소리가 나더군요(...)
아무튼 7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키보드입니다. 제가 마음이 갈대라서 키보드를 자주 번갈아 가면서 쓰곤 하는데, 이건 꽤 오랫동안 대체되는 일 없이 쓰일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만큼 마음에 듭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가 느껴본 키보드 방식들을 간단히 요약해 설명하는 걸로서 이야기를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D
기계식 적축ㅡ
장점 : 조용하다. 누를 때 손에 부담이 적다.
단점 : 너무 잘 눌려서 되려 손가락이 아플 때가 있다. 구분감이 없어서 게임에는 부적합. 오타율도 비교적 높은 편(물론, 적응된다면 큰 문제는 아님).
총평 : 타자를 칠 때 힘을 적게 들이고 싶다거나, 손가락 및 손목에 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축이 걸맞음.
https://www.youtube.com/watch?v=TkPbwfDCWGc
기계식 청축ㅡ
장점 : 짤깍짤깍 하는 특유의 느낌이 중독적이다. 구분감이 확실하여 게임에 적합하다.
단점 : 도무지 언성을 낮출 줄을 모름. 옛날 타자기처럼 상당한 소음을 내는 편.
총평 : 타자는 치는 맛이 있어야 된다! 라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청축. 기계식이 뭔지 한 번 맛보고 싶다, 하는 초심자일 경우 추천.
https://www.youtube.com/watch?v=2rp8Am7alZ8
기계식 갈축ㅡ
장점 : 적축과 청축의 장점을 반반씩 닮은 느낌. 적당한 타자감에 적당한 정숙함. 청축은 너무 시끄럽고, 적축은 너무 소프트하다면 갈축이 해답일 수도.
단점 : 장점을 어중간하게 반반씩 닮았듯이, 단점도 그만큼 상쇄. 딱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총평 : 청축의 치는 재미와 적축의 정숙함을 반절씩 닮은, 무난함의 결정체.
https://www.youtube.com/watch?v=hEqWgrfvnXA
플런저 키보드ㅡ
장점 : 기계식보다 훨씬 싼 가격(2~3만원대). 기계식과는 차별화 된 독자적인 키감과 소리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의 타자감.
단점 : 플런저 키보드가 기계식 키보드의 하위 호환으로 인식되는 탓에, 제조사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는 제품을 내지 않고 있음. 이중사출 키캡이 아니라서 각인된 폰트가 지워지거나, 스탭스컬쳐가 적용되지 않아 오타율이 현격히 높다던가, 마감이 불량하다던가 하는 사소한 단점이 산재해 있음. 물론 이 단점들을 보완한 플런저도 있긴 하나, 그 경우 기계식을 사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가격대가 애매함.
총평 : 기계식을 사자니 부담스러울 때 대체제가 될 수 있...으나 요새는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들이 3~4만원대로도 나오는 실정인지라......
https://www.youtube.com/watch?v=IED1SktHzNA
무접점 키보드ㅡ
장점 : 치는 재미는 청축과 대등. 소음 면에선 적축보다 우월. 특별한 장점 없이 무난하게 좋은 갈축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완벽한 상위 호환. 기계식 키보드가 치는 재미라면, 무접점은 안락함 그 자체.
단점 : 대개 가격대가 비싸다. 멤브레인과 약간은 유사한 점이 있는지라, 기계식을 처음 쓸 때만큼의 놀라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총평 : 타자치는 재미를 넘어서서, 충족감마저 안겨주는 물건.
https://www.youtube.com/watch?v=Cox0pZU38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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