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식상한 클리셰입니다. 하지만 처음 나올 당시는 혁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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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1 정파가 정의롭던 무협.
주인공은 정파의 인물로 사악한 적도와 싸워 이기는 게 무협 초창기 자주 나온 클리셰였습니다. 이때 구파일방, 오대세가 등 정파의 유명 문파들이 확립되기 시작한 때라 봅니다.
2. 위선자 정파의 시작.
정의로운 정파에 지친 독자를 위해 작가들이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정파의 주인공은 같은 정파에게 배신당하고 이 역경을 뛰어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최종 흑막이 정파의 누구누구다 라는 스토리도 이때 자주 나왔죠.
3. 사파, 마교가 정의로워 지기 시작.
정파는 여전히 위선적 경향을 가지고, 어느 순간부터 사파 마교가 정의로워졌습니다. 아니, 사이하다, 마의 종교다라는 이름이 있으니 정의롭다는 말보다는 나쁜 녀석들에서 순수하게 힘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가 맞겠습니다.
현재 무협 클리셰는 이쯤에서 좀 지지부진한 경향을 보입니다. 사실 3의 경우도 거의 10년 전 거라 요즘 독자들은 왜 정파는 항상 위선적이냐고 비난하지만, 당시에는 꽤 신선하게 비튼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요즘, 환생, 게임 시스템 등을 새롭게 무협에 접목시키는 작가님들도 나오고 오히려 옛 무협을 복원하려는 작가님들 등 여러 시도가 보이고 있어 근 시일 또 놀라운 클리셰로 무협이 다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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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판타지는 무협보다 조금 갈래가 많습니다. 용사물, 영지물 등 대표적인 몇 개의 갈래에 이계 소환, 정령, 매직 아이템 등 여러 요소가 섞여 상당히 다채로움을 보였던 장르입니다. 무협이 실제 중국 배경 / 실제 존재했던 문파 차용(소림사, 무당파 등) 등으로 리얼리즘을 살려 강세를 보인 반면, 나중에 바로 그 점 때문에 조금 굳은 배경, 단조로움이란 단점을 얻은 데 비해 판타지는 그 다채로움을 살려 정말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장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마왕용사물만 예를 들겠습니다.
80년대 마왕(절대악)
“세계는 내 안에 복속되어야 한다.”
90년대 마왕(악)
“보아라, 용자여. 이딴 세상을 지키겠다는 게냐?”
2000년대 마왕(필요악)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난 마왕이란 오명을 쓰겠다!”
2010년대 마왕(히로인)
“용사여, 아기를 만들자!”
이 예를 보니 무척 흥미로운 점이 나타납니다.
전체적으로 비교하면 결국 판타지도 무협과 동일한 양상으로 클리셰가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절대적인 선악 기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한쪽이 먼저 변질되더니 나중에는 서로 역전합니다. 아마 무협은 2000년대 마왕 (필요악)에서 현재 정체중으로 과연 2010년대처럼 코믹물로 바뀔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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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현판은 최근 몇 년새 아주 대두를 보이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과거 꽤 인기가 있던 게임 소설을 현판의 갈래로 포함시킨다면 사실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1. 과거의 현판
과거 현판은 게임소설이 주로, 상당히 비주류의 조폭 소설들이 일부 존재.
장르 소설은 선악 구조가 자주 사용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악을 뭘로 잡아야 할까요?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조폭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폭들은 무협의 마교, 판타지의 마왕에 비하면 아무래도 인상이 부족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성공도 결국 부자가 되거나 하는 일차원적인 결과라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 부족했다는 게 과거 현판물이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라 생각합니다.
2. 현판이 대세가 된 이유?
역시 던전물, 즉 판타지계 몬스터가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한 무렵부터라 생각합니다.
이전 조폭만으로 맛이 밍밍했던 국에 확! MSG가 대량첨가된 게 그 이유입니다. 게다가 현실이 배경이다 보니 배경 설명이 상당량 생략됐고 덕분에 무협, 판타지에 비해 입문 난이도가 아주 낮아져 신규 독자 유입도 매우 많아졌습니다.
또 현판물은 부패한 국가를 애둘러가 아닌 대놓고 욕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현실이 답답한 독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줌으로서 또 한 층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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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협은...... / 요즘 판타지는...... / 요즘 현판은......
슬슬(아니 꽤 오래전인가?) 정담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 말은 또 슬슬 새로운 클리셰가 나올 시기라는 뜻이겠죠. 혹은 과거 회귀가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앞으로 더 정체가 지속될 수도 있겠죠.
아무튼 간에 90년대 마왕부터 시작해 2000년/ 2010년 마왕을 경험해본 제 입장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클리셰가 제 후두부를 강타할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끝으로 많은 작가님들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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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뭐, 정리한다고 정리해했지만, 저는 80년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늦깍이에, 장르쪽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출판계 관계자도 아닌 관계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아마 있겠죠.
혹 그런 점 발견하시고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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