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부분 사실이기는 합니다.
우리가 아는 엘프, 오크 나오는 판타지의 원류, 뿌리는 톨킨 옹이기는 하지만,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판타지가 넘어오면서, 지금의 판타지는 톨킨 옹의 판타지와는 거리가 꽤 멀어졌죠.
물론 여전히 오크, 엘프, 마법사, 드래곤은 나옵니다만.
무협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꽤 큰데, 아무래도 중국의 지명과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무협과 톨킨 옹이 상상한 중간계와 기존 북유럽, 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의 차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무협의 세계관이 정말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냐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건 우리가 잘 아는 김용이란 작가의 작품만을 흔히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밖의 다른 작가들 작품을 생각하면 무협에서 역사적 배경은 원, 명, 청 정도를 제외하면 그닥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많죠.
물론 원나라나 청나라 배경인데, 동창이 나오고 그러면 좀 깨기는 하겠습니다만.
심지어 몇몇 무협들에서는 구주란 중국 비스무레한 틀만을 갖춰놓고, 마친 톨킨 옹의 중간계처럼 거의 창조적인 무협 세계관을 펼치기도 합니다.
즉 말하자면, 판타지에 흔히 정통 판타지라 부르는 중세풍의 판타지가 있고, 거기서 파생된 엘프 드래곤 오크의 창조 틀 위에 다양한 세계관이 펼쳐지기도 하는 것처럼 무협에도 중국의 역사와 배경을 세밀하게 바탕에 짜놓은 무협이 있는 반면에 그냥 구주강호란 틀만 대충 가져다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무협도 있는 것이죠.
그래서 밑에 언급된 마교란 개념도 그 무협을 어떤 틀에서 쓰느냐에 따라서는 받아들이는 입장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밀하게 역사적 배경의 바탕 위에서 쓴 무협이라면, 명교, 혹은 배화교, 아니면 백련교 등의 역사적 지식의 바탕 위에서 상상을 교묘하게 뒤섞어야겠죠.
하지만 구주란 세상에 황제가 있고, 구대문파의 정파가 있고 마교란 악의 세력이 있다 정도의 설정이라면 그 마교가 꼭 배화교의 후예라느니, 같은 설정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옛 무협의 향기를 기억하시는 분에게는 좀 아쉬운 소리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우리의 입장에서 무협이란 것은 우리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를 빌려서 이야기를 펼쳐가는 상상의 글 아니겠습니까?
비교하면 판타지를 읽으면서 오크와 엘프의 어원을 따져보는 이들도 얼마 안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오해하실까봐 다시 말씀드리자면, 보다 정통적이고, 보다 역사에 입각한 무협을 쓰시는 분이라면 마교나 구대문파, 혹은 표국에 대해서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설정 등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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