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멕시칸 친구녀석들과 함께 기대하는 맘으로 축구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스패니쉬 방송에서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부터 알고 지내던 멕시칸 친구녀석들을 집으로 불렀지요. 해서 3명의 멕시칸 친구들과 제 와이프, 그리고 저까지 5명이서 아침 7시부터 열심히 경기시청을 했습니다.
정말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무지 기대하는 맘이었죠. 그 친구들에게 한국의 선수들에 대한 설명도 하고, 한국이 선전해줄 꺼라고, (사실 이긴다에 20불을 걸었었습니다. 이기는 건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마는 최소한 좋은 경기는 보여줄 줄 알았거든요. ㅜ.ㅠ..) 특히 한국의 10번 선수,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매우 위력적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선수가 될거라고 내내 그 친구들에게 얘기를 해댔죠.
에휴...그런데 이게 왠걸...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90여분동안,
저는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습니다. ㅜ.ㅠ...
살다 살다 이렇게 어른이 애들 데리고 노는 듯한 축구경기는 처음 봤네요. -_-;;
예전에 네덜란드한테 5-0으로 질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경기전에 그렇게 자랑하고 기대하면서 이야기를 해놓은 게 쪽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국 축구는 이제 강해, 그리고 더 강해질꺼야, 두고봐, 라고 내내 얘기를 해놓았었는데 말이죠.
특히나 수비 말이죠. 박성화 감독이 그 놈의 수비축구를 하겠다고 경기전부터 미리 얘길 했던 거 같은데, 그게 수비에 중점을 둔 거 맞나요? 제가 보기엔 수비에도 미들진에도, 공격에도 중점이란 없어보였는데... 완전 이리 허둥, 저리 허둥, 전술이란 게 전혀 안 보이더군요. -_-;; 그게 무슨 포메이션이고 무슨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인지 원...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브라질과의 수준차가 너무 심~~~~~~~~하게 나더군요.
갖고 노는 것도 정도가 있지, ㅎㅎㅎㅎㅎㅎㅎ 후반 막판에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비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공격수 2명이서 2대1 패스 하고 들어가고, 공간 만들어서 뛰어들어 가고, 문전 앞에서 뻔히 드리블 하는 데도 달려들지도 않고, 실수는 연발에, 사람은 마크하지도 않고, 구경만 하고, 도대체 뭐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에휴...
그래도 2골째 먹고 아, 이제는 한국팀도 공격좀 하겠지, 했더니... 에휴... 끝까지 농락을 당하더군요. 슛은 커녕 슛할 기회조차도 찾지 못하는 한국팀, 정말 답답했습니다. 기껏 하는 거라고 수비에서 뻥~차서 뺏기고, 중간에서 또 뻥~질러서 뺏기고, 이게 무슨 축군지...군대에서 하는 뻥~질르고 보는 뻥축구인가요? -_-;;
이 친구들한테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친구들은 경기 시작하고 초반에는 서로 좋은 분위기로 얘기도 하면서(이 친구들이 스패니쉬 방송 해설을 간간히 저에게 얘기해주곤 했었지요.) 경기를 보았는데, 2번째 골 먹힌 이후로 제가 너무도 열내면서 보니(리모콘도 세번인가 집어던졌더랬죠. -_-;;) 아마 저한테 말을 붙일 엄두를 못냈나 봅니다. 경기 끝나고 괜찮다고 저를 위로해주는데, 화가 잔뜩 난 상태라 웃으면서 보내지도 못했습니다. -_-;;
휴...뭐, 냉정하게 분석하는 건 잘 모르겠고, 실력의 차이가 너무도 크네요. 개개인의 기본실력도 그렇고, 팀으로서의 조직력과 전술도 그렇고, 상대가 도저히 될 수 없는 전력이네요.
뭐, 그것보다 더 큰 건 근성과 체력의 문제라 생각하지만... 수비가 볼을 구경하고만 있고, 공격 한 번 제대로 해볼려는 의지도 없는 거 같고, 맥빠지게 뛰어다니는게...참...
그래도 열심히 뛰었을 선수들인데,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휴...그래도 한국축구, 한국에 대한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외국친구들과 같이 티비를 봐서 그런지, 더 화가나고 속터지는 아침입니다.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르겠네요. 요번 대회 패배들을 밑거름 삼아 더 발전하는 한국축구가 되길 빕니다.
( 정말 이번 경기는 어른이 애들 갖고 노는 경기,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이랑 축구한 경기, 정도로 밖에 표현이 안됩니다. -_-;; 심한 표현인거 같아도 실제 경기 내용 보면 더 심한 거 같다는...-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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