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힘들어질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고정관념을 깨자’는 충고와 힌트가 많이 등장한다. 일상 속의 평범한 방법으로는 IMF 시기나 지금과 같은 경제적 불황을 뚫을 수 없다. 사회적인 이슈 및 개인적 어려움의 돌파구로 ’고정관념 탈피’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여타 대중문화보다 방송 프로그램 특히 오락프로그램은 경제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복고적인 경향이 강해진다. 또 모시기(?) 힘든 스타와 함께 중견 연기자들의 활동도 부쩍 늘어난다. 이러한 경향 역시 스타만을 출연시키는 출연자 섭외 원칙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자그마한 키에, 격의 없는 웃음으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전원주씨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주어지는 역은 말 그대로 단역에 불과했다. 당시 파격에 파격을 거듭해 전원주씨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MBC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자’였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전원주씨를 MC로 내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MBC의 최영근 부장은 주변으로부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다. 전원주씨와 더블 MC였던 이경규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회 방송에서 이경규는 “여러분이 깜짝 놀랄 만한 미모를 지닌 여자 MC를 소개하겠다”며 그녀를 잔뜩 치켜세웠다.
방청객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무대에 등장한 전원주씨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프로그램은 대성공이었다. 이전까지 CF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전원주씨에게 파격적인 개런티(물론 그녀에게)의 CF가 몰렸다. 대표적인 CF가 1980년대 초반에 방영된 만화영화 ‘짱가’의 노래를 뒷배경 삼아 전원주씨가 지붕 위를 내달리는 002 CF다. “예쁜 것들은 그냥 예쁜 척 하고 가만히 있더만 나는 40~50번씩 지붕을 오갔다”는 게 전씨의 촬영 후일담.
그녀는 드라마 촬영 때마다 다른 인기 스타에게 소속돼 있는 메이크업아티스트들에게 “에이, 나도 좀 찍어 발라 줘. 응”이라며 메이크업 품앗이를 받았다. 그러나 ‘뜨고 난’ 다음부터는 서로들 나서서 그녀의 메이크업을 자진해서 해주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고정관념 탈피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트콤을 통해 새로운 자리매김을 한 박영규씨, 또 오락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서수남씨와 노주현씨 등도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연기인생을 열었다.
아무리 광고가 급감하고 출연진 섭외가 어렵고 시청자의 눈높이가 점점 올라가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세상이 바뀌어도 ‘고정관념’만 탈피한다면 언제나 승부수가 보이기 때문이다.
〈임기홍|방송작가〉
http://news.naver.com/hotissue/daily_read.php?section_id=106&office_id=032&article_id=0000098103&datetime=200412101806009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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