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이라크에서 스페인군을 철수시킨다는 스페인 신임총리의 말을 보고 문득 생각난게 있었다.
일년전쯤, 수도 바그다드가 점령된 이후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며 환호를 했던것을... 그들은 독재자 후세인의 지배아래서 고통과 멸시를 감내하며 살아왔던 이라크의 비기득권층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이었다. 58년 바트당 정권의 쿠데타 이후 인간대접을 밷지 못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이었다.
이라크에서 지금 미군에게 반발하고 테러를 가하는 자들은 그들이 아닌 지난 수십년간 기득권을 누리던 소수의 수니파와 극렬 테러조직들 뿐이다.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은 지금 현 상태가 옛날 후세인 정권시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언론에서 이라크인이 나와 '후세인때가 더 살기 좋았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자는 후세인 정권때 아마도 정부의 관료였다거나 군인이었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이라크를 공격해...'라는 말을 생각없이 내뱉곤 하는데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잘 살고 있었을까. 혹 25%의 수니파 사람들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말을 시아파 사람들이나 쿠르드족에게 하면 아마 엄청나게 무식한 사람이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만약 이라크에 석유가 없어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지금 75%의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그들은 오늘도 후세인과 그 아래에 있는 바트당 정권과 수니파의 발 아래 굴욕적이고 참혹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걸프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이라크는 중동에서 사우디 다음의 부(富)를 자랑하였다. 세계 제2위의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한 많은 양의 석유수출은 이라크인들에게 부를 안겨다 준 것이다. 그것을 후세인이란 미친 독재자가 쓸데없이 전쟁을 일으켜 미국이라는 호랑이를 건드리게 되어 전쟁에 패하고, 경제봉쇄를 당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또 지난 80~88년에는 단지 몇 km의 국경선때문에 8년간이나 이란과 전쟁을 일으키고 그때는 미국등 서방세계와 친하게 지내왔던 자가 바로 후세인과 바트당 정권이다. 이라크전때는 자신들이 아랍의 자존심을 지킨다 어쩐다 말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는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사람의 태도가 저렇게 180도 바뀔 수 있는지... 이란과 전쟁을 할때 후세인은 이란에 협조한다는 엉뚱한 죄목을 앞세워 쿠르드족에게 겨자가스를 사용해 수천명을 죽인 전례도 있다.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고 반전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라크인들의 나머지 75%의 의견을 한번쯤 생각해봐도 되지 않을까. 독재정권치하에서 독립을 부르짖다가 죽어간 쿠르드족들, 단지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천대를 받으며 하위 계층으로 전락한 시아파... 이들에게 있어 좋은 세상이란 후세인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닌,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얻어 세워진 민주국가일 것이다. 그들은 미국에게 석유를 주고 그들은 미국에 의해 석유보다 몇 천배, 몇 만배 중요한 자유를 얻을 수 있던 것이다.
미국이 석유를 위해 전쟁을 벌이든, 무엇을 하든 지금 이라크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다.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후세인이 지배하는 '자주적인' 독재국가가 아닌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나라, 새로운 이라크다. 전쟁의 원인과 이유가 어찌되었던, 결국 그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면 좋은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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