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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치과에서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04.03.16 19:04
조회
225

지난 일요일 오후 마른 오징어 구운 것을 먹는 도중에

8년전에 아말감으로 때워 놓은 오른쪽 사랑니의 뒷부분이 부서졌습니다.

치과에 가는 것이 무서워서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민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월요일에 가려고 했다가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마취주사를 맞고 이를 뽑는 것도 무섭고,

마취주사를 맞고 이를 치료하여 덮어씌우는 것도 무서웠지요.

하룻밤을 더 자고 억지로 용기를 내어 치과에 갔습니다.

간호원(간호조무사인 것 같기도 합니다)이 접수를 받고

질문지를 하나 작성하라고 주더군요.

과거 병력이나 전염병 병력 등을 조사하는 질문지였습니다.

그걸 다 적고 나니 X레이사진을 찍자고 합니다.

치과의 X레이는 이의 생김새를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요,

이가 반원형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X레이 사진도 환자 주위를 빙 둘러가며 찍더군요.

눈을 감고 있어서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2분쯤 기다렸을까 진료실로 들어 오라고 합니다.

치과의원에 있는 진료용 의자에는 이것 저것 장치가 많이 달려 있습니다.

아주 강한 라이트도 있고, 마실 물도 나오고,

뒤로 젖힐 수도 있고, 젖히는 각도도 조절이 가능하고,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죠.

치과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시더군요.

사랑니가 부서졌는데,

치료해서 덮어씌우자니 치료가 복잡하고,

이 경우에는 뽑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으니 뽑자고 그러시데요.

금방 현상된 만리독행의 이 X레이 사진도 보였습니다.

의자에 드러 누웠더니 밥상보같은 것으로 얼굴을 덮는데

이 밥상보 가운데에는 둥근 구멍이 나 있어서 그 구멍으로 입만 보며 치료를 합니다.

정확한 처치과정은 일일이 다 알 수가 없고

제일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위 아래에 마취주사를 놓았다는 것,

뭔가 단단한 도구로 이를 밀어서 억지로 빼낸다는 것입니다.

이 마취주사는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마취주사가 아프지 않은 것은 이번이 아마 세번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치과에서 마취주사를 맞을 때는 꽤나 통증이 있었는데,

이 치과의 경우는 통증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효과가 빠르더군요. 불과 한 2분도 안 되어 마취되었어요.

치료용 의자에서 내려오는데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에 힘이 없더군요.

제가 얼마나 겁을 내고 긴장하고 있었는지 상상하실 수 있겠죠? ^ ^

(이건 무협소설에도 가끔 등장하는 장면 같습니다.

공포와 긴장 때문에 도리어 온 몸에 힘이 빠져 버리는 장면 말입니다.)

저는 뺀 사랑니를 보여 달라고 요구해서 잘 지켜보았습니다.

전에 때운 아말감이 보이고,

피가 옅게 묻은 사랑니는 원시인의 돌망치를 축소한 것 같이 보였습니다.

이 사랑니를 달라고 했더니

병원 적출물이라서 반드시 폐기처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안 주더군요.

사랑니가 빠진 자리에는 피가 솟아 나옵니다.

출혈을 막기 위해서 거즈를 접어 입속에 끼워주더군요.

그러면서 앞으로 2시간 동안 말을 되도록 하지 않으면서

거즈를 꽉 물고 있으라고 합니다.

어찌나 꽉 물었는지 다른 이들도 아프더군요.

입에 고인 피는 그냥 삼키라고 합니다.

안 그러면 피가 안 멎는다나요....

발치의 주의사항을 듣고 설명서도 하나 받았습니다.

이틀분의 약도 처방받았는데, 하루 4회 식후 30분 이내와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합니다.

치료비는 모두 17500원이 들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나와서 길 건너 약국으로 갔습니다.

약은 파란색 알약인데,

통증을 줄이는 약이 아니면 항생제일 거라고 추측됩니다.

2시간 동안 말을 안 하고 있다가

거즈를 뱉었습니다.

거즈에 피가 엉겨붙어 있더군요.

그런데 피가 계속 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짜기 혓바닥을 대 보니(이렇게 하지 말라고 합디다)

부드러운 살(아마 잇몸이었을 테죠)이 만져지고

피맛이 계속 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병원으로 갔죠.

피가 계속 나온다고 했더니

거즈를 새 것으로 갈아 끼워 주더군요.

꽉 물고 있으라고 하더군요.

예비용으로 거즈를 하나 더 받아 왔습니다.

5시 30분 경에 거즈를 입에 물었으니

7시 30분에 거즈를 뱉어 내면 될 것입니다.

소설쓰기를 연습하는 기분으로

사랑니를 뽑은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 ^

3월 18일(다음날)에 추가.

7시 30분에 거즈를 뱉어 보니 그래도 피가 나옵니다.

포장비닐을 뜯어 예비거즈를 꺼냈습니다.

가로 세로 4센티미터 정도 되는 거즈가 여러 장이 겹쳐져 있습니다.

이걸 반으로 접어서 입속 깊숙이 피가 나오는 잇몸아래에 넣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잤죠.

앉아서 인터넷을 하는 것이 어쩌면 출혈을 더 하게 하는가 싶어서요...

자다가 일어나 거즈를 빼 보니 이제는 피가 멎었습니다!!! 야, 신난다...

낮에 사 둔 빵과 두유를 조심조심 먹었습니다.

30분 뒤에 파란 알약을 먹었죠.

마취가 풀리는 과정에서도 통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치과에 대한 온갖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 중의 몇 개는 여러분에게 들려드릴까 합니다.

전에 한 번 건치를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나이가 대략 25살 가량의 부산사나이였는데요,

어머님이 자갈치시장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매일 해초를 먹었다더군요.

얼마나 건치냐 하면 충치가 하나도 없고,

표면이 닳은 곳도 하나 없고,

깨진 부분도 하나 없고,

어금니에도 음식찌꺼기가 끼일 만큼 푹 파인 계곡이 없었습니다.

이가 생긴 것이 큼직큼직하게 서로 크기가 비슷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가 아파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니,

충치를 때우고 덮어씌우느라 고생한 저는 굉장히 부러웠습니다.

이가 아프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치과병원에 가야 하는데,

가면 돈도 들지만 무엇보다도 아픈 치료를 받게 됩니다.

치과의 치료는 참 겁나게 아프지요.

그래서 다들 겁을 집어먹고 아예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치아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하게 되죠.

결국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생기면 그제서야 치과에 가서 고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제 그 치과병원 같은 경우는 치료가 별로 아프지 않더란 말입니다.

그런 병원이라면 언제라도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사를 놓거나 치아를 드릴로 갈 때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병원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별로 두려움 없이 일찍 일찍 치과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환자들이 치료가 아팠느냐 주사가 아팠느냐 하는 것을 평가하고,

이것을 다른 환자들이 미리미리 볼 수 있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어느 병원이 안 아프게 치료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고,

환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이것은 조작의 가능성도 있고, 치과의사의 생계문제도 있어서 함부로 추진하거나 모든 치과병원에게 억지로 강요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치질을 꾸준히 하면 좋은데,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양치질을 빠뜨리거나 하지 않기 일쑤입니다.

어른도 그런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양치질하는 습관을 잘 형성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억지로 두들겨 패서라도 양치질을 습관적으로 하게 해야 합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은요,

양치질을 함으로써 입안이 개운해졌다는 '보람'을 강조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개운함이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람이 있는 일에는 노력을 한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구요.

양치질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저 옆으로만 쓱싹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치실을 사용해서 이 사이와 잇몸까지도 깨끗이 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바스메소드라는 양치질 방법을 사용합니다.

치약을 묻히지 않고 그냥 이를 닦는데요,

옆으로 팍팍 쓱싹거리지 않고 아주 조금씩 깔짝깔짝 쓱싹거리지요.

이 바스메소드는 이를 상하지 않게 하고

잇몸 속에 있는 치석(???? 치태? 프라그?)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서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답니다.

저는 냄새나는 생선이나 고기를 먹었으 때는 치약을 묻혀서 양치질하지요.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요.

설탕도 마약처럼 의존성이 있답니다.

주기적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겠죠... ^ ^

그런데 이 설탕이 프라그가 좋아하는 먹이거든요.

그러니 설탕을 먹고 이를 잘 닦지 않으면 충치가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에 한 번 설탕을 안 먹기로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살도 뺄 겸해서 설탕을 의식적으로 안 먹으려고 피하려고 노력했죠.

한 3개월 설탕을 먹지 않았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설탕 대신 엿이나 과일을 먹었겠죠.

나중에 결국 다시 설탕을 먹게 되었는데요

그걸 전부 경험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설탕에 의존적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4.03.16 19:07
    No. 1

    주사기 바늘이 굵으면 아프더라구요.
    엄청나게 무진장 얇은 바늘은 들어가는 느낌도 없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皆自起
    작성일
    04.03.16 19:10
    No. 2

    저도 사랑니를 빼고는 물고있던 거즈를 너무 일찍 뱉어서
    밤새도록 피를 흘리고 몸살나서 3일간 몸져 누운 적이 있었는데
    결국 실뽑으로 병원은 안갔습니다. ㅡ _-
    볼 안쪽을 절개하고 이빨을 뽑아서 더 심하게 앓았던것 같네요.
    한 반년 지났는데 아직도 피맛이 조금씩 나네요..
    실은 저절로 뽑혔을거라 생각했지만 혹시 ㅡ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혈영
    작성일
    04.03.16 19:14
    No. 3

    저도 사랑니에 대해 안좋은 추억이 있죠... 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2 일명
    작성일
    04.03.16 19:17
    No. 4

    헐~별로 안 아프던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치우천왕
    작성일
    04.03.16 19:18
    No. 5

    전....3개나봅아서요 오늘..ㅠㅡ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4.03.16 19:36
    No. 6

    음. 저도 치과에서 이빨 뽑을때.. 뽑는것보다 마취주사가 더 두려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4.03.16 19:38
    No. 7

    그래도 멀쩡이 뽑으셨군요. 저는 아랫쪽은 파쉐(?)해서 흡입기로 빨아내고 윗쪽은 그냥 뺐는데 뿌리 부분이 약간 잘린 걸 빼면 멀쩡 하더군요.
    그래서 달라니까 주던데요? - -a 집에 잘 보관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04.03.17 07:12
    No. 8

    치우천왕/ 저런... 3개씩이나..... 주사가 매우 아팠겠군요... ㅠ 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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