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다들 한번쯤 해보는 생각이 바로 "재수나 할까?" 입니다.
하면 왠지 나아질것 같고, TV에서는 자꾸 재수생 강세니 뭐니 합니다.
주위에서도 이제 고교 4년이라는 말이 무덤덤해졌고, 재수는 필수요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재수는 비추천입니다.
내가 꼭 이 대학, 이 과에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데 점수가 안됐다... 이러면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현실도피용으로, 그런 하나의 수단으로서 재수를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치밀한 입시 전략을 세워서 올해 들어가는게 속편한 일일 것입니다.
재수...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고3과는 비교조차 할수 없는 어려움에서의 난이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고3은 대접받고 삽니다. 왜? 단 한번밖에 없는 고3이니까...
하지만 재수생은 결코 그렇지 않죠. 온갖 멸시와 비난의 눈초리, 멀쩡한 사람 병신 만드는 짓이 저는 재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듭니다.
재수하면 말이죠, 없던 병도 생깁니다. 저도 재수 1년해서 허리디스크랑 위궤양 걸렸습니다. 정말 말도 못하게 힘듭니다.
환기조차 잘 안되는 탁한 학원 공기에서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공부해야 합니다. 여름은 긴팔에 셔츠를 입어야 될정도로 춥고, 겨울은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 이상한 곳이 바로 재수학원입니다.
고3 때 보는 모의고사와는 잽도 안되는, 재수생용 모의고사를 치루며 뚝뚝 떨어지는 점수에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겔포스'와 '박카스'를 밥먹듯이 먹고 마셔야 합니다.
게다가 머리 크고 성인이라고 온갖 유혹이 손을 뻗쳐옵니다. 바로 옆에는 좋은 향기 솔솔 풍기는 이성의 상대가 앉아 공부하고 있지요. 어쩌다가 눈이라도 맞는 날이면 그날로 성공과는 돌아서게 됩니다.
하루 24시간중에 15시간이상을 공부에만 쏟아 부어야 성공 할까 말까 합니다.
저는 대성학원을 다녔었는데, 학원생 중에 성공하는 사례는 10%내외입니다. 그 성공하는 10%가 서울 일류대학 상위권 학과를 휩쓰는 것입니다. 10%하니까 적은 숫자 같지요? 대성학원의 상위권 10%만 해도, 대략 1000명 가까이 됩니다. 적지 않은 숫자 입니다. 나머지 90%는 뭐하냐고요? 50%는 정상유지, 그리고 나머지 40%는 오히려 떨어집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냉혹한 현실을 그럴듯한 말 한마디로 포장한 것에 현혹되지 마세요...
우리가 뉴스에서, 혹은 신문에서 듣는 재수생의 성공사례는 대부분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몸에 배어 있던 습관은 더욱 그렇죠. 당장 지금만 해도 그럴걸요. 안나온 수능 점수에 가슴쓰려 하면서도, 다시 수능 문제를 풀어보고 분석해본 사람 있습니까? 글쎄요, 아마 거의 없다는데 저는 확신을 합니다.
공부가 습관을 넘어,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있지 않은 한, 재수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는게, 여러분과 여러분의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자신없으면 절대 도전하면 안됩니다.
만만히 봐도 안됩니다.
재수는 장난이 아닙니다.
"재수 한번 해볼까?" 이딴 생각으로 섣불리 재수에 도전했다가는, 오히려 그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딴길로 새기 십상입니다.
"재수 한번 해볼까?" 가 아니라, "재수 해야 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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