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4일, 부산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폴란드의 첫 번째 경기,
그 울컥이는 감동을 고스란이 간직하고 1년 후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섰다...
2003년 6월 4일, 이곳엔 한국축구의 미래를 짊어진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싱싱한 발놀림과 맑은 열정이 그 감동(한국 VS 아르헨티나)을 잇고 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어린 태극전사 중에 눈길을 잡아 채는 한 선수가 있다.
아직은 숫된 표정이지만 구김살 없이 팔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가뭇한 얼굴.... "아~~ 저 선수가 "김준"이구나.."
<누가 김준일까요..?..>
김준(수원삼성)은 유럽의 빅리그를 꿈꾸는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미더필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스타 크래프트를 즐기는 아이다.
수원삼성에서 활약하다 JEP 이치하라로 이적한 산드로를 닮았다고
"쭌드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그런......
네가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는 이유가 조금은 알 것 같구나.
그동안 얼마나 섬서하게 지냈니..
준은 어린시절 가냘픈 어깨를 버겁게 누르던 편견과 오해를 떨쳐버리듯이
경기내내 생생하게 팔다리를 놀리며 질주했다..
떨어지는 땀은 눈물이 되며, 지독히도 가난했고 손가락질 당하던
긴 암흑의 터널을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곳에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인간은 스스로를 나누고 솎아내며 종과 목을 분류한다.
순수와 비순수를 나누고 편을 가른다. 그리고 말한다.
넌 우리와 다르구나.
스스로 줄을 긋고 그 속에 갇힌다.
그러나 인간을 나누는 것은 인종이나 피부색이 아니라 문화이다.
여러 인종이 모여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유사한 문화와 생활을 공유한다.
문화는 지역적, 환경적 특수성처럼 독특한 형태로 결정되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간다.
그래서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은 없다. 아직 모든 것은 불안정하다.
생태적으로 독립된 개체로 보이는 자율적 생명체도 온전히 순수하지 않다.
인간의 감정 또한 스스로 독립적이거나 순결하지 않다.
인간을 위시한 모든 종족은 오랜 세월 지친 어깨를 감싸안으며
거대한 감옥에 편입되었다.
<준아... 오늘 경기 잘 해라....>
또한 자율적인 선택도 없다.
부모를 고르고 자신의 얼굴을 고를 순 없다.
삶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운명을 선택할 순 없다.
얼이 굴러다니는 곳을 얼굴이라 하는데
당신은 어떤 영혼을 얼굴에 담고 있는가..?..
자기 얼굴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혼도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다면
내게 주어진 삶 자체가 자율적이지 않다.
<짝~짝~ 짜짜짝.. 대한민국!!!... 짝~짝~짜짜짝... 김~준!!!..>
안정환은 축구로만 인정해 달라고 간구했다.
공인이기에 사생활이 도마 위의 회를 치듯이 까발려 질 수 있다.
그런나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삶을 대중에게 배를 까고
낱낱이 보이는 건 잔인하다.
어린 준이도 그렇다.
자신이 가진 혼혈의 사연이 신문, 방송에 의해 알려지며 동시에 왜곡되고
오해받기를 원치 않는다.
혼혈로 태어난 건 죄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튀기라고 하는 건 스스로가 다르다는 의식에서 비롯한다.
다르긴 뭐가 개뿔이 다른가...
경박하다.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다.
현실이 괴로운 만큼 꿈은 절실하고 절실한 만큼 현실은 고통이다.
주위사람과 다르다는 상대적 박탈감.......
누군가가 칼럼에서 그러더군...
성씨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온 성을 받아쓰고,
5천년 유구한 역사만큼 질리도록 남자의 침략을 받아온 조선반도인들이여,
감히 그대들이 단일 핏줄의 순수혈통이라 말할 수 있는가...
<준이, 골문 앞에서 강력한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준아.
부모님이 주신 몸을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벼라..
사람은 외모나 피부색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다. 눈으로 보는 거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밖의 것을 받아들이고 안의 것을 내보인다.
눈은 저를 안팍으로 투영하는 해맑은 거울이다.
이런 눈에 자기 것을 많이 실으면 실을수록 혼탁해진다.
밖은 보이되 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세상에 길들여진 편견의 눈이다.
좋은 악기는 가장 높은 음에서 가장 낮은 저음까지 풍부하게 들려준다.
사람도 주어지는 현실의 극점을 경험함으로써 보다 무르익고 깊어진다.
<몸싸움은 치열하게....>
준이의 꿈은 지단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고 나중에 아이들이
김준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래, 준아... 오늘 너 축구하는거 보니 잘하더라..
나중에 유럽무대로 진출하면 취재하러 갈게...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극복해 내듯이 사람들의 편견을 이겨내라... "
<남을 손가락질 할 때.... 나머지 네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
보면서 많은 생각 했어요. 최근 스티브유란 미국인때문에 말들 많은데
과연 어떤 사람이 진정한 한국인인지 물어보고 싶네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