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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5.11.04 14:04
조회
706
10
이태현(연합)

한창 프라이드, K-1 등이 인기를 끌던 시절 국내 거물급 체육인들에 대한 일본단체의 러브콜이 잦았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최용수, 지인진은 물론 ‘비운의 유도왕’ 윤동식,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에 빛나는 김민수,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정부경,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경력의 김대원 등 많은 유도가들이 종합무대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투기종목과 전혀 관련 없는 투포환 출신 랜디 김도 끼어있었다.
 
이는 민속스포츠 씨름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윈타워’로 불리던 최홍만(34,218cm)과 김영현(39,217cm)을 필두로 김경석, 신현표 등이 격투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씨름 선수들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종목에서였다. 체격과 힘을 바탕으로 단판 중심 싸움을 겨루는 씨름과 달리 격투기는 순발력은 물론 다양한 타격 테크닉과 장시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수였다.
 
이를 입증하듯 씨름판에서 명성을 떨치던 장사들은 낯선 종목에서 기술, 기동성, 체력의 한계를 노출하며 줄줄이 무너져갔다. 엄청난 신장에 내구력까지 갖춘 전성기 최홍만 정도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그런 최홍만 마저도 신장이 중요한 입식에서만 통했을 뿐 그래플링이 존재하는 종합 무대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태현(39)은 굉장히 아쉬운 케이스로 꼽힌다.
 
이전까지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18회, 지역장사 12회 등 씨름계의 레전드로 통하던 그는 모래밭 대신 링에 발을 올려놓고 샅바를 잡던 양손에 오픈 핑거 글러브를 끼고 2006년 9월 프라이드를 통해 MMA무대에 도전한다. 대부분을 신체능력에 의지했던 최홍만, 김영현 등과 달리 좋은 체격조건(196cm)에 출중한 운동신경까지 갖추고 있던 터라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전혀 다른 영역의 벽은 높았다. 이태현은 데뷔전에서 히카르도 모라에스(48,브라질)에게 현격한 기량 차이를 드러내며 TKO로 무너지고 만다. 씨름선수 출신답게 클린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대적이 되었지만 타격에서는 아예 상대 자체가 되지 못했다.
 
특히 이태현은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격투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꾸준히 운동을 해왔지만, 씨름과 종합 격투기는 근본부터 달랐던 것. 이태현의 이름값을 믿고 기대했던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한동안 수많은 악평에 시달려야만 했다.
 
절치부심한 이태현은 훈련에 매진한 뒤 1년 후 K-1 히어로즈 무대에서 야마모토 요시히사(45,일본)를 TKO로 제압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요시히사 경기만으로 이태현의 변화를 알기는 어려웠다. 요시히사는 2004년 2월 이후 전패를 기록하고 있던 선수로 통산 전적도 13승 23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경기 때와는 사뭇 달라진 이태현의 타격솜씨는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어떤 면에서 이태현은 다음 경기에서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 '드림(DREAM)4'에서 그와 맞붙은 상대는 '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35,네덜란드)이었다. 당시 오브레임은 헤비급에 맞는 육체개조를 성공시키며 극강의 파괴력을 장착하고 있던 단계였다.
 
오브레임의 위력이 막 만들어졌던 시기라 정보가 부족했다하더라도 격투기 초보였던 이태현 입장에서 ‘빅네임’은 피해야했다. 당시 이태현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이태현은 오브레임에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비참한 패배를 당하고 쓸쓸히 은퇴하고 만다. 오브레임이 아닌 수준에 맞는 상대와 맞붙고 꾸준하게 경험을 쌓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시 이태현 상황에서는 패기도 좋지만 끈기와 냉철한 상황 판단이 필요했다.
 
어쨌든 MMA의 환경이 바뀌며 예전처럼 씨름 등 엉뚱한 종목의 선수가 갑자기 유입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씨름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태현의 ‘종합나들이’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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