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관련 글을 연재하면서 작가의 말에 쓸 만한 ‘오늘의 힙합 이야기’의 소재를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올 1년은 무슨 일이 있었지? 라며 정리하기 시작한게 근 30분이 더 걸렸네요.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 사실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실을 제가 받아들인 것들입니다. 저의 주관이 미묘하게 들어간 기억의 변형이 있을 수도 있고, 제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80%이상은 거의 객관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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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의 이슈를 알아보는 한국 힙합 계 뉴스
1. 잊지마 열풍, 미국 강타
팔로알토가 사장으로 있는 하이라이트 레코즈 산하의 레이블인 The Cohort(더 코홀트) 소속 뮤지션 ‘키스 에이프’의 잊지마(It g ma)가 미국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Og marco의 U guess it을 레퍼런스한 잊지마는 천오백만 이상의 유투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국 래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얻는 계기가 미국 셀럽들의 SNS 홍보였던 것처럼, 미국 1류 래퍼들이 잊지마를 언급했고 결국 키스에이프와 코홀트는 미국으로 진출해서 도시를 돌며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원곡인 오지 마코의 노래보다 좋다는 반응이 많자 오지 마코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서 키스 에이프가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잊지마는 정식으로 음원 유통을 하지 않는 무료 공개 트랙이기에, 오지 마코는 키스 에이프를 질투한다는 조롱을 듣기도 했습니다.
미국 힙합 팬들은 잊지마에 대해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정적인 반응으로는 ‘옐로우가 블랙 뮤직을 부르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는 반응이었고, 긍정적인 의견으로는 ‘힙합을 대중화시킨 MPC는 아시아인들이 개발한 장치이다. 80년대의 블랙뮤직은 흑인들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문화의 일부분이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 잊지마 리믹스 그리고 디스
잊지마로 큰 인기를 얻게 된 키스에이프는 A$AP Ferg, Father, Dumbfoundead & Waka Flocka Flame와 잊지마 리믹스 트랙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힙합 팬들은 처음 박지성이 게임 속에서나 보던 맨유에 진출했던 것 이상의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여줬는데요.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매거진들은 아시아 힙합과 본토 힙합의 유의미한 콜라보레이션이 될 것이라며 앞다퉈 키스 에이프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인터뷰 중 키스 에이프는 한국을 벗어나 미국까지 저변을 넓히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바로 “You know... Korea rap is suck.”입니다.
이 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쇼미더머니 1 출신의 테이크 원(Take One)이었습니다. 테이크원은 컴 백 홈(Come back home)이라는 트랙으로 코홀트 사단을 강하게 디스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만큼이나 영어를 아주 잘하는 테이크원이지만 스스로 한국 힙합의 일원으로써 한국어 랩을 구사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자부심을 키스에이프가 건드린 것으로 네티즌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키스에이프가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것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코홀트는 컴백홈에 반격하는 구체적인 디스 트랙을 내놓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테이크원을 조롱합니다. 이 모습을 본 힙합 팬들은 역으로 코홀트를 조롱하며 ‘인스타그램 갱단’이라는 별명을 붙여줍니다.
또한 코홀트의 대표 뮤지션인 오케이션은 모처의 공연에서 ‘소문내’라는 노래를 부르며 힙합 팬들을 경악시키는 발언을 하는데요. 본래 소문내의 가사에는 “제대로해 takeone같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오케이션은 컴백홈이 발매되고 며칠 뒤 공연을 하면서 “XX. 소문내에서 니 이름 빼버린다”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힙합 팬들은 언제나 쿨한 포지션이었던 오케이션의 졸렬한 모습에 당혹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3. 이센스 - 에넥도트의 무시무시한 판매량
아직도 나스의 최고 명반이라고 평가받는 일매릭. 발매전부터 뮤지션들 사이에서 한국의 일매릭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센스의 앨범 디 에넥도트가 발매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센스는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중인데요, 이 와중에도 별다른 프로모션도 없이 에넥도트의 앨범 판매량이 5만장을 훌쩍 돌파했습니다.(앨범 판매 집계 사이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는 3만장이라고하고 어떤 사이트는 10만장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빅뱅, 소녀시대, 레드벨벳 등 5팀의 아이돌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앨범 판매 순위로 기록 중입니다.
한편 이센스의 형량 감소 탄원(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무튼 법정에 자진 출석)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사이먼 도미닉은 ‘주인이 없는 파티가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에넥도트가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그동안은 언제나 가사 속의 자신을 한 겹의 옷으로 숨겼던 이센스가 마침내 강민호(이센스의 본명)가 되어서 마지막 한 겹의 옷을 훌훌 벗어버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 산이와 비프리의 디스전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비프리는 ‘my team’이라는 노래에서 ‘남의 욕 하곤 또 아니라지, 랩 병신 찌질이 산이 같이’라는 가사로 뜬금없이 디스를 시작합니다
평소 쇼미더머니와 자본 중심 힙합에 대한 반항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모습을 계승하는 하이라이트와 비프리였기 때문에 힙합 팬들은 자세한 전후 사정은 모른 채, 산이를 ‘랩병찌’라고 함께 조롱합니다.(물론 이 이면에는 어느 순간부터 차트권에 오를 수 있는 사랑 노래만하는 산이에 대한 비판의 감정이 섞여있습니다)
이에 산이는 김구라의 아들 MC그리와 함께한 ‘모두 다 내 발 아래’에서 비프리의 디스곡에 대한 반격을 하는데요. 비프리의 노래인 ‘핫서머’의 인지도를 조롱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힙합 팬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산이가 2010년에 데뷔년도에 낸 랩 지니어스가 받았던 최우수 힙합상을 비프리의 핫 서머가 받았기 때문인데요. 힙합 팬들은 산이가 인지도 없는 핫서머를 욕하는 것은 불과 몇 년 전, 랩 지니어스로 활동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랩했던 그 스스로를 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비판을 하게 됩니다.
또한 빈지노를 비롯한 일리네어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묘하게 산이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산이와 비프리의 디스 전은 그렇게 비프리의 잠정적 승리로 마무리 되는 듯했습니다.
하. 지. 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전국의 힙합 팬들을 경악에 빠트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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