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은(편의상 존칭 생략합니다) ‘생사박’을 출간한 이래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고 주목한 작가이다. 하지만 계속 작품을 집필하면서 본인이 지향하는 정통무협소설에서 벗어나 너무 왜곡된 인물 또는 상황설정으로 흐르는 것같아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쓰는 작품들은 우선적으로 찾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좌백이라는 작가에 대한 나의 막역한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전히 이러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하급무사'라는 작품을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 이것은 정말 좌백을 아끼는 독자로서 왜 이렇게까지 좌백은 이런식으로 변화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도저히 되지 않아 이렇게 글을 쓴다.
우선 작품 서문에서 작가는 무협소설의 지향하는 바를 재미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작가의 노력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하였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것이 좌백이 자기반성을 통해 새롭게 구한 답이라고 한다면 너무 실망스럽다. 그의 작품집필초기 ‘마혈'의 ’주종잠'과 같은 주인공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변을 본적이 있는데 좌백이 이를 기억한다면 과연 ‘하급무사'가 그러한 그의 작품지향점과 얼마나 다른지 한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은 좌백이 지향하고자 하는 정통무협소설이 아니라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무협리더십(아니면 조폭리더십)이라는 약간 쌩뚱맞은(?) 주제를 정통무협소설이라는 이름아래 집어넣어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성격, 또는 행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묘사하고 이를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하는 것은 무협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이것은 전체적으로 소설의 기본설정 등이 정통무협소설로서 설득력을 먼저 갖고 있을 때 추가적으로 고려될 요소라고 생각된다. 좌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되는 고룡의 작품들을 보더라도 주인공의 무공능력 등 무협소설로서 기본적 작품설정이 되있는 상황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성격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되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1권의 부분이 아닌, 3권 전체가 설득력이 전혀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의 성격, 리더십 등만 가지고 작품을 마무리하는 것을 본 독자로서는 왜 이렇게 좌백은 왜곡된 방향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불편함보다도 안타까움 마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여전히 좌백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무협소설을 쓰는데 필요한 지식(동양철학, 한문 등)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본인이 다짐하는 것처럼 재미있는(자신의 재미가 아니라 독자의 재미를 말함) 정통무협소설을 쓰기를 바란다.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로 인해 이런 작품들을 쓸 수밖에 없는 작가의 사정이 있을 것으로 이해도 되지만 아직도 좌백의 잠재력을 기대하는 한사람의 독자로서는 좌백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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