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월의 돌 (작가: 전민희)
- ‘단 1 로존드도 깎아 줄 수 없어요’ 라고, 이 글은 시작한다. 그리고, ‘배달왔습니다’ 라는 첫 챕터에서, 한 아이템 상점 점원에 의해 전민희 작가의 마치 마법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그것이 바로 세월의 돌이다.
옛날이라 하기도 뭣하지만, 몇 년 전의 한국의 판타지를 말하라면 간단히 말해 두 종류의 대표적인 판타지가 있었다. 이영도 작가의 한국형 판타지와, 전민희 작가의 고급스런 판타지가 그것이다. 사실 전민희 작가의 글들은 고급스럽지만 세월의 돌만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 세월의 돌을 읽어본다면, 처음은 마치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요즘 나오는 룬의 아이들을 읽어보면 더더욱 그렇다. 마치 깊고 마법적이며 고급스러운 필체를 뽐내고 있는 룬의 아이들에 비해, 어찌 보면 이 글은 더더욱 초라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의 돌 또한 전민희 작가 특유의 몽환적인, 마치 마법 같은 몰입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특히 세월의 돌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글을 끝까지 읽고, 글의 히로인인 ‘유리카’를 절망적으로 외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 ‘에제키엘’을 외치기도 한다.
우선, 이 글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글이 가진 완벽한 설정이다. 사실, 완벽한 설정이라 불리우는 것은 없다. 인간이 세상을 창조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글이라 할지라도 오묘하고 방대하기 짝이 없는,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허나 전민희표 글의 특징인, 세밀하고 잘 짜여져 있으며 어찌 보면 마치 동화 같은 세상 같지만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창조된 세상을 본다면, 완벽한 설정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다른 글들과 달리 전민희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글은 그 완벽한 설정이라는 것을 크게 들어내 독자들을 질식시키지 않는다. 아까 전에 언급했듯이 이 글은 언핏보면 아기자기하며 마치 동화 같은 글을 그려낸다. 하지만 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민희 작가가 쓰는 글은 설명하기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전민희 작가가 쓰는 글을 잘 꽤 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는 필자도 그러하다. 왜냐하면, 마법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범위의 것이니까. 만약 전민희 작가의 글을 그리 쉽게 꽤 뚫어 볼 수 있다면 전민희 표 글들의 그 마법적인 몰입도 또한 설명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너무 가벼운 글들만을 보다가 이 글을 보게 되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무게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허나, 두려워하는 자는 가치 있는 것을 쟁취할 수 없는 법이다. 그저, 한발만이라도 이 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면, 당신은 ‘마법’에 의해 글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느끼게 되는 순간이 ‘세월의 돌’이라는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이 넘어간 후라 할지라도.
내용정리:
'파비안, 이걸 써 보겠느냐.' 아버지는 내 손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을 두짝 다 벗으셨다. 그리고는내 손을 끌어당겨 직접 끼워 주셨다. '네 손바닥을 보니 안쓰럽구나. 그런 검을 휘두르면서 건틀렛이 없어서야 어디 손이 남아나겠느냐.'
나는 고개를 숙여 건틀렛을 낀 손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건틀렛, 약간 낡기는 했지만 훌륭한 장인의 작품인 듯 가죽과 사슬의 이음매가 매끄럽고 정교한 고급품이었다. 일개 소년 검사가 만져 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아버지가 길을 잘 들여 놓아서 처음 이런 것을 낀 내 손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찾아 냈다. '아...... 버지는요?' '내게는 하나 더 있잖느냐.'
아버지는 은빛 갑주에 맞추어진 플레이트 건틀렛을 말하신 것인지 빙긋이 웃으셨다. 물론 나는 그게 평상시에 끼고 다니기에는 꽤 불편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팔아 봤으니까. 물론 내가 팔아 본 물건들은 아버지가 갖고 계시는 두 개의 건틀렛에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잘 쓸게요.' '그래라' 아버지는 밝게 웃으셨다. 내가 잘 쓰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pp. 189-190
아버지는 내 손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을 두짝 다 벗으셨다. 그리고는내 손을 끌어당겨 직접 끼워 주셨다. '네 손바닥을 보니 안쓰럽구나. 그런 검을 휘두르면서 건틀렛이 없어서야 어디 손이 남아나겠느냐.'--- p.189
'불러도... 될까요?' 나는 일부러 정확한 단어를 말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그는 알아들었다.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활짝 개었다. '물론이다.' 그래요. 내가 아프다고 해서 당신을 아프게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를 따지는 것은 아마 바보 같은 일일 거예요. 아마도 애를 썼겠지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우리 모자를 찾기 위해 조금은 애를 썼겠지요.
당신이 결혼하지 않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결혼하려다가 어떤 문제가 생겨서 못한 것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어쨌든, 이제 당신의 핏줄은 나 하나이니까. 아마도 다른 일들로 바빴겠지요, 18년이나 전에 헤어진 우리 모자를 찾아 전 대륙을 돌아다니기에는. 아니면 당신의 친척이나 주위사람들이 말렸겠지요. 이제 와서 그들을 찾아 무엇하겠느냐며.
결국 당신은 이렇게 늦게 찾아왔고, 우리 어머니는 남편이 이즌즈, 라고 부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지만, 그녀 대신 내가 당신이 그녀를 이진즈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었죠. 그걸로 보상되기에는 그 동안의 세월이 너무도 버겁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어머니, 당신도 처음에는 부인하고 싶었던 그 아이를 낳아서 열여덟 해를 이렇게 정성스레 기르시지 않았나요. 그러니 내가 이 사람을 18년 동안 부르지 못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서 어머니, 당신이 너무 싫어하시진 않겠죠? '아버지......'--- pp. 169-170
나는 고개를 숙여 건틀렛을 낀 손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건틀렛, 약간 낡기는 했지만 훌륭한 장인의 작품인 듯 가죽과 사슬의 이음매가 매끄럽고 정교한 고급품이었다. 일개 소년 검사가 만져 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아버지가 길을 잘 들여 놓아서 처음 이런 것을 낀 내 손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찾아 냈다. '아...... 버지는요?' '내게는 하나 더 있잖느냐.'--- p.139
작가: 전민희
출판사: 자음과 모음
필자가 하고 싶은 말: ‘난 아직도 에제키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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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2가지를 써 보았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시간나는 대로 아무거나 올릴 듯.
하지만, 모두들 명작이니 추천하는 보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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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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