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웠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잡아먹고서야 냉정하게 현실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법이라는 걸 잊고 지냈습니다. 글에는 해당되지 않을거라 자만했지요.
90편가까이 장편 처녀작을 쓰면서 이제사 내린 결론은
' 아 이거 재미없구나 '였습니다.
관대했던 수많은 핑계는 이랬습니다.
-취향차일 뿐이다
-좀 어렵고 무거운다보다. 요즘은 가벼운게 대세같던데
-..점차 필력은 늘겠지. 그러면 반응도 더 좋아지겠지.
-아직 내용상 클라이맥스가 아니니까..
사실은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인데,.. 그걸 글로 잘 풀어내지 못하는 한계에 머리 쥐어뜯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도 연연할 만큼 재미있는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다는 함정이 적용된 결과일지 모르지요. 내 머릿속에서만 열렬히 재밌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슬픕니다. 필력의 한계가 다만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는것. 더욱 글을 잘 쓰게 된다 해도, 필력이 더 는다해도 스토리 자체가 이미 문제 있을지도 모른다는것.
꽤 많은 사람들이 선작해주고 조회수도 2,3천씩 될때는 중작정도의 인기는 된다 여겼기에 더 큰 함정에 빠졌습니다.
역시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지않냐는..
재미있다고 댓글 달아주는 사람도 있지 않냐는...
그리 나쁘지 않은 글이라고 믿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묘한 사실 하나가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조회수나 선작에 비해 댓글이 현저하게 적다는것이 좀 이상했지요. 조회수는 몇백이라도 댓글은 수십개에서 세자리 단위까지 올라가는 글들이 많은데 ..이상하게만 생각했지 원인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질 않았습니다.
취향차이나 대중성의 문제였다면 ..
적은 조회수에 많은 댓글수, 혹은 열혈독자를 보유한 매니아적 글로 자리 잡는게 태반입니다.
정말 재미있고 좋은 글로 대중성까지 확보해서 오베나 골베에 오르내리는 글을 기대한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내 글에 대한 오산과 자만은...소수독자층은 확보할 수 있을거고 난 거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쓸거야..라고 생각했다는거였지요.
이제와 절실하게 깨닫게 된건,
-그저 그런글 - 이라는 현실입니다.
읽을만하다 - 딱 이정도라는걸. 이걸 인정하는데 그렇게나 오래 걸렸고 그 사실이 가슴치게 아픕니다.
댓글 남기고 재촉하고 궁금해해가며 흥미진진 읽을만한 정도는 아니고 있으면 읽고 없으면 그닥 궁금할 것 없는 글.
연재 초창기에 이미 어떤분이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설마 이 글 출판목적은 아니죠? '..라고.
처음 쓰는 처녀작이었고 출판이란 인식은...당시 별나라 세계였기에 당연히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꽤 뼈아픈 소릴 들었습니다.
' 다행이네요. 취미로 그냥 쓰는거면 몰라도 출판은 안될걸요. 요즘 이런글은 대세도 아니고 ..한마디로 사람들이 재미없어해요. '
어차피 생각도 안한 출판이었지만 막상 그렇게 들으니 상당히 서운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읽어주고 재미있다고 해주고 추천도 받았었는데...!..라고 변명 비슷한 항변을 해봤더니 ..
뭐..막말로 정말 쓰레기같은 소설에도 오래 연재하다보면 그런 사람 한둘은 생긴다.. 취향은 정말 제각각이니까. 라는 ..
냉정하다 못해 인정사정없는 소릴 웃으며 해주신 그 분.
...자기 글에 자기가 빠져 정신 못차리는 초출내기한테 그 소린 극복해야할 악담쯤으로만 들리고 말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정말 냉정하게 제대로 해준 소리 같습니다.
이후로도 마음속의 양심이 '뭔가 이상하지 않으냐. 이건 좀 아니지 않으냐..'고 외치는 소리들을 애써 묵살할때 마다 이런저런 갖다댈 핑계는 많았습니다.
' 그래도 재밌어하며 읽어주시는 분들을 취향 괴팍한 사람들로 만들순 없잖아. 그런 사람들 분명히 있잖아.'
' 단 몇 사람만 좋다고 해줘도 써야지. 고맙잖아. 내 글을 즐겁다고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더 적은 조회수, 더 적은 반응에도 성실하게 연재 하는 사람들 있는데..! '
가만이 들여다보면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핑계인게 보이는데 그게 또 꽤 오래 먹혔지요.
자만이든 오만이든 자기 글에 자기가 푹 빠진채 글 쓴다는 자체를 즐기며 ..즐겁게 쓰던 그 목적도 사라지고 읽어주는 누군가의 취향과 시선에 의존하며 '의무감'을 가지다니요.
쓴다는 목적은 가지가지겠지만 처음 방향에서 한참 벗어난 길을..종착이 어딘지도 모른채 즉흥적으로 '목적'을 만들어가는거나 마찬가지인 꼴이 되었지요.
이렇게..어떤 초보글쟁이가 잘못 걸을 수 있는 길의 한계를 고백하며, 말그대로 한담을 풀어봅니다.
꽤 가슴이 아프고 우울합니다. 차라리 연습장에 혼자 습작하며 쓰는걸 즐기고 혼자 취해있었더라면 ..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이 너무 닿는 오늘입니다.
이제야 알게된 이 사실이 아는게 힘.인걸로 앞날에 작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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