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위키드
작성
08.12.13 23:58
조회
1,036

Intro. the Ghost

베이루트의 시가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꾸역꾸역 밀려드는 인파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된 국가인 레바논의 수도라곤 해도 반세기에 걸친 무계획적인 개발은 도시를 거미집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용 한계를 넘어서는 군중의 숫자는 도시를 패닉에 가까운 과포화 상태로 몰아넣었다.

정부는 계속해서 도시를 확장하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치솟은 땅값은 베이루트를 혼란 속의 고스트 타운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음지(陰地)에서 활동하는 자들에게는 최적의 공간이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목표'는 베이루트의 음지를 대표하는 자. 각국 정부와도 줄이 닿아있는, '쿰란의 뱀'이라고 불리는 거물이다.

그는 지금 정부의 모 인물과 접선을 시도하는 중이다. 외부와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세큐리티가 펼쳐진 거리에 정부에서 파견된 세 대의 호위 차량. 아마도 이것이 일개 무기 브로커로써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겠지. 게다가 접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거머쥐게 될 거대한 부와 권력.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는 여유롭게 쿠바산 시가의 끝부분을 잘라내고 입에 물었다. 동승하고 있던 눈치 빠른 정부의 요원이 지포라이터를 꺼낸다.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의 시가는 각별하다. 곧 입안에 가득 퍼질 그 향을 즐겁게 기대하며, 쿰란의 뱀은 시가에 불을 붙이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제네럴, 목표가 7번 루트를 따라 이동중. 앞으로 20초면 포인트에 도착한다. 준비는?]

[제길, 말할 시간도 아깝군. 회선 끊어!]

제네럴이라 불린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목표의 이동경로는 이 나라의 정보기관이 전력을 다해 구축한 세큐리티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그것을 20초, 아니 이제 10초 남짓한 시간 내에 전부 돌파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해커라도 그런 만행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10년 전까지는 말이다.

감겨있던 제네럴의 두 눈 중 하나가 뜨였다. 현대인의 필수사항이 된 전뇌화(電腦化:Brain Computerize)를 거친 제네럴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총 두 개. 하나는 본체가 읽어들이는,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삼 일 전 시가지에 투입한 의체(義體:Artificial Body)가 보내는 시각 정보였다. 제네럴은 본체의 시각 센서를 망원 모드로 조절하고 목표를 노려보았다.

그늘진 거리 구석에 드러누운 노숙자들 가운데 한 명이 굳어버린 듯이 잠들어 있었다. 삼 일 전부터 노숙자 대열에 합류한, 요컨대 신참인 그는 이 거리의 주민들이 기억하는 한, 단 한 번도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신 적이 없다.

차라리 시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는 깨어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한 아이가 계속 잠든 채인 그를 장난삼아 발가벗기는 동안에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땅에 닿아있던 피부가 끔찍하게 짓무른 것을 보고 아이가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질렀을 때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잠깐 눈을 뜨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옷을 입고 잠들었다.

그런 그가 눈을 떴다. 모래바람에도 꿈쩍하지 않는 그의 차가운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네 대의 검은 차량이었다. 그는 주저없이 일어났다. 급조된 생체형 의체의 한계인지, 짓무르기 시작한 피부의 훼손은 처참해서 땅에 살점이 묻어났지만 그는, 아니 그것은 개의치 않는다. 어짜피 이 육체에 통각을 감지하는 신경은 없다.

제네럴의 의식이 깃든 그것은 네 대의 차량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육신이 한 순간에 받아낸 탄환은 수십 발. 그 하나하나가 살을 찢고 뼈를 부순다. 파먹힌 듯한 형태로 처참하게 뜯겨나간 사지가 ……. 투명한 인공혈액이 총격에 휩쓸린 자들의 피보라와 허공에서 뒤섞이는 순간, 그것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의체의 두부(頭部)에 장치해둔 크레모어는 성공적으로 목표를 처리했다. 벽에 흩뿌려진 질척한 피와 잘 익은 고기의 파편이 널부러진 모습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어쨌건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제네럴은 망원 모드를 해제하고 암호화된 전뇌 네트워크의 회선을 열었다.

[노드, 어짜피 보고 있었겠지만……클라이언트의 요청대로 화려하게 보냈다.]

[수고했다. 뭐, 사실 인명피해만 무시한다면 이 방법이 우리 쪽에서도 편하지. 머리를 날려버렸으니 액세스 로그로 역추적하는 것도 불가능할테고, 의체를 파봤자 저건은 형식넘버도 없는 사제품이니까.]

[아, 그 의체 말인데……. 그 '공급처' 놈들한테 한 마디 해둬. 시각 정보에 노이즈가 끼더군. 정밀작업에 쓰긴 힘들겠어.]

[그런가? 알았다. 확실히 클레임을 넣어두지. 아, 그리고 제네럴! 갓파더가 간만에 특명을 내렸어. 기대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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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런 글 써보고 싶어요.

SF죠. 의체는 의수(義手)나 의족(義足)을 몸 버전으로 확장시킨 것 뿐이고... 전뇌는 중국어로 컴퓨터를 뜻하는 電腦이기도 하고, 전자화된 뇌란 뜻이기도 한... 성의없는 작명이랍니다.

저렇게 엄청난 시대에도 아직 크레모어가 쓰이는가, 하고 감탄하실 분들... 분명 계시겠지만... 그냥 제 상상력이 부족해서 신병기를 고안하지 못한 것 뿐이에요...

일단은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 예전에 본 이노센스라는 애니메이션이 적당히 섞일 예정입니다. 섞으려고 섞는게 아니라 쓰다보니 그것들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나 할까요...

어쨌건 스토리 라인이나 캐릭터는 아주 다르니까... 에, 기대되시는 분들 있으시다면... 부디 제가 글을 올릴 때까지 계속 기대해주세요<


Comment ' 6

  • 작성자
    Lv.58 갈고리곰
    작성일
    08.12.14 00:00
    No. 1

    SF라.....멋지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alsrb9434
    작성일
    08.12.14 00:05
    No. 2
  • 작성자
    프리저
    작성일
    08.12.14 00:08
    No. 3

    SF... 사실 언제부턴가 판타지 등에 밀려서 장르소설 중 가장 비주류가 되고 말았는데... 서양쪽에서 보면 오히려 판타지쪽의 톨킨 그 이상의 전설로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 아더 클라크, 하인라인 등 어마어마한 대작가들이 배출된 장르이죠. 건투를 빕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달빛물방울
    작성일
    08.12.14 01:01
    No. 4

    크레모어...

    가격대비 효율이 좋은 무기라고 생각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해적정신
    작성일
    08.12.14 01:46
    No. 5

    그런데 의체라던가 전뇌는 이미 SF에서 쓰고 있는 말 아니었나요?(빠각) 공각기동대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말인데.......(뚜다닥 뚜다닥 뚜쉬!)

    뭐 사소한 태클은 그냥 넘어가시고~

    아무튼 올리시면 달려가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탈퇴계정]
    작성일
    08.12.14 05:40
    No. 6

    이노센스만 보셨다면,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전편과, 만화책으로 나온 공각기동대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유사한 세계관을 가진 애플시드도 괜찮죠.
    그리고 저도 올리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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