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나름대로 문피아에서 잔뼈가 굵었다면 굵은 사람입니다...
고무림 시절부터 활발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글 읽고 댓글도 종종 달고 한 번 북받치면 추천글도 날리던 사람이지요...
그래서 문피아라는 세계에서 저라는 존재에 대에서 살짝 자부심 같은 것이 있습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문피아 안에서 좋은 작가, 좋은 글들을 많이 섭렵하고 있다는...
하지만 한 번씩 그런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지요.
저는 어제 "취룡"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먼저는 '강철의 기사들'이라는 작품을 알게 된 것이지요. 저의 경우에는 좋은 작품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그 작품을 쓰신 작가를 인지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 작가의 이름을 신뢰하고 작품을 선택합니다. 어쨌든 '강철의 기사들'... 문피아에서 나름 글 좀 읽으신다는 분들 중 상당수가 두드러기 내지는 알러지를 가지고 계신, 소위 '먼치킨'물입니다. 하지만 읽으신 분들은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먼치킨 물에도 품격있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강철의 기사들'이라는 작품은 그 품격을 갖추고 있는 먼치킨 물이라는 사실을요... 뭐 품격이라 거창하게 말하기는 사실 좀 그렇습니다만, 먼치킨 물이 가지는 태생적인 거부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재미, 가독성... 뭐 이런 것이 '강철의 기사들'에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와~ 정말 괜찮은 작품이잖아? 누가 썼지? 취룡? 처음 들어보는데...' '강철의 기사들'을 접한 저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이나 "취룡"님의 이야기를 보니까 이 분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계신 중견(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님이시더군요. 그리고 '강철의 기사들'은 "취룡"월드랄까요? (다른 이름이 있었던 것 같던데... 기억이 안 나네요...) 거대한 세계관 속의 한 작품이고, 같은 세계관으로 이미 여러 편의 글을 쓰셨더군요... 아! 물론 각각의 작품은 동일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본 작품을 감상하는데는 하등 지장이 없는 독립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제가 전혀 지장을 못 느꼈습니다... 어쨌든... 출판작으로는 '백기사'라는 작품이 있고, 문피아에는 '나이트사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너마을(다들 좋아한다는 그 마을요...)에 또 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후계자"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쓰셨던데... 제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아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이트사가와 건너마을에 있는 작품은 당당하게 완결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결론은 이겁니다. 이런 탁월한 작품과 그 작품을 쓰신 "취룡"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몰랐던 저는 헛똑똑이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발견한 지금 저는 전혀 기분 나쁘거나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기쁘고 즐겁다는 사실입니다... 역시 문피아는 넓고 문재(文才)는 많다는 사실은 언제나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이미 길어진 글을 이대로 마무리 지으려다가 요즘 추천글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지탄받는 분위기가 문피아에 있는 것 같아 간략하게나마 줄거리를 말씀드리고 추천글을 맺을까 합니다.
주인공은 어떤 나라의 변방의 소영주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을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부모님들은 돌아가시고, 여동생이 근근히 영지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는 정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중이었고, 그 와중에 변방의 작은 영지에 불과했던 주인공의 고향도 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군요...
주인공은 능력자입니다. 그것도 먼치킨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엄청난 능력자이지요. 하지만 그 능력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 같고요... 또 글의 설정은 어딘가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익숙한 용어와 개념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아이디어가 많이 번뜩이는 듯 합니다...
아무튼 '강철의 기사들' 일독을 권하며, 동시에 "취룡"이라는 작가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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