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 좁은 시장과 중고등학생들의 시간떼우기 혹은 현실도피, 자기위안물로 쓰이게 되어버린 장르소설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적게 투입하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독자는 어차피 별의별 글들이 넘쳐나는 현실속에서 글 읽는거 '가능한 적게 투입하여 큰 효용을 산출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치고 보다 더 좋은 작품만을 원하는 것이지요.
출판사는 말할것도 없지요. 출판사야말로 순수하게 이익단체로서 '가장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니 더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이게 다 독자들 탓이니, 작가들 수준저하탓이니, 출판사 탓이니 따지는건 하등의 발전도 희망도 없는 아전투구에 불과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경제논리상 지극히 당연한 일을 가지고 서로가 서로의 희생만 요구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독자는 더 큰 효용을 얻기위해 '제대로 된 작가' 의 '이익없는 끊임없는 노력' 이라는 희생을 요구하고 작가는 '올바른 독자' 의 '이익없는 아낌없는 투자' 라는 희생을 요구합니다.
결국 현실을 비판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독자의 효용과 작가의 이윤이 전혀 균형점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걸 아십니까? 현재 장르소설계가 많이죽었지만 그래도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균형' 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즉, 현재 독자들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글의 수준과 작가들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보상의 수준이 정확히 일치되어 있기 때문이 이 시장이 존재할 수가 있는것입니다.
좀 이상한 말같지요? 경제학을 미시정도까지만 배우셨다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만.. 결국 한마디로, 지금의 이 균형점이 만들어진게 바로 현실이고 그것이 우리들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여기계신 모든 분들은 작가든 독자든 '나는 안그렇다!' 라고 떳떳함을 외치지만 이미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걸 증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_-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는 이미 장르소설계라는게 사라졌어야 하거든요. 그 존재자체가 지금 이 어이없는 다툼이 허구이며 또한 불필요한 희생과 책임의 전가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 그래봤자 이론상의 문제긴 하지만 이미 이 공급 수요곡선의 균형이란건 수백년에 걸쳐 옳다는게 입증이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기형적인 성질이 끼어있는 구조라지만 이 기본 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100% 정확하진 않지만 결코 틀리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현재 장르소설 시장의 낮은 질과 낮은 보상은 바로 우리가 만든것입니다. 간단한 경제논리로도 그게 명확하게 증명이 됩니다. 비난하고 한탄하고 아쉬워만 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합시다. 왜 모두가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만 생각하는걸까요?
하여튼, 얕은 경제학 지식이지만 이런 논리로도 상황을 바라 볼 수 있다는걸 한번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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