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앞질러 튀어나올 수 있지만, 글은 생각을 앞지르지 못합니다.
“앗! 실수.”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글을 보고 그 사람의 생각을 판단합니다.
저도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저도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욕하며 덮은 책이 적지 않습니다.
없을 때는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까짓 책을 욕하며 덮으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욕을 다른 사람이 듣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글로 올리면 문제가 됩니다.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욕이 아닌, ‘독설’도 충분히 문제가 됩니다.
몇 마디 세련된 단어를 조합한 독설이 이 자식, 저 자식 하는 욕보다 더 상처를 줍니다.
이런 식의 글이나 댓글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고무림 시절을 알지 못합니다.
물론 책은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문피아에 가입한 것은 고무판 시절인 2006년입니다.
고무림 시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때가 소수 정예 대단한 작가들이 있어 아무 글이나 봐도 만족할 만 한 수준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옛날과 다르게 선작수가 높은 글을 봐도 실망한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그러면 그 글을 선작한 많은 독자들은 자기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입니까?
“나 자신은 다르다.”고 아무리 웅변해도 소용없습니다.
아무리 그런 평을 늘어놔도 ‘특별한 독자’가 아닌, 독자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결국 작품의 질을 욕하는 게 하니라 같은 독자를 욕하는 것입니다. 제 얼굴에 침 뱉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문피아의 글이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십니다.
물론 옛날보다 수준이 떨어졌을 수도 있지요.
그럼 여기 와서 글 읽는 사람들은 옛날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글을 할 수 없이 읽고 있는 건가요?
할 수 없이, 억지로 이 사이트에 와서 글을 읽고 있습니까? 누가 강제로 시켰나요?
이 또한 제 얼굴에 침 뱉기입니다.
씁쓸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한 사람의 작가가 특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로서의 작가와 독자는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수준이 된 것은 글 쓰는 작가만의 책임도, 읽는 독자만의 책임도 아닙니다. 공동 책임입니다.
이곳에서 글을 읽는 많은 독자가 더 나은 글, 더 좋은 글을 읽기를 원합니다.
이곳에서 글 쓰는 작가들은 더 좋은 글을 쓰기를 원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두 달 동안 연재를 해 보니 알겠습니다. 허투루 자기 글을 올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자기가 지닌 역량 안에서는 모두 최선을 다합니다.)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수 정예 시절보다 수준은 떨어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를 싸잡아 독설을 토하면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겠습니까? 비난하면 좋은 글이 나올까요?
오히려, 탁월한 어휘 구사력으로, 입심으로 독설을 뱉을 게 아니라, 그 많은 수준 낮은 글 가운데 정말 좋은 글을 추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저 재미있다는 내용이 아닌,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감각을, 뛰어난 지식을 지닌 내가’ 좋은 글을 멋들어지게 추천해보면 어떨까요?
장담하건대, 그런 추천을 받은 작가는 더 힘을 내서 글을 쓸 게 분명합니다.
지니고 있는 지식을, 뛰어남을 긍정적으로 발산해보십시오.
비난하고 불평하는 세상에서는 자기도 비난과 불평의 대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도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까지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영역입니다.
많은 사람이 다수의 힘을 믿고, 익명성을 믿고 그냥 기분대로 감정대로 표현합니다.
이는 순간적으로는 시원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흠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큰 수고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장점을 찾는 것은 애정과 노력이 없다면 할 수 없습니다.
무협/판타지가 발전하려면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는 분명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비평을 듣기 싫다.", "쓴소리를 듣기 싫다."고 해석하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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