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산 꽃나무, 푸른 풀이 자랐네.
굽이굽이 길목에, 마른 가지 솟았네.
엄마 손을 잡고서
아빠 손을 잡고서
멀리멀리 떠나네, 푸른 하늘 저 위로.
문 닫힌 창틀이지만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 한명이 앉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두 다리를 다소곳이 올리고 자주 들어왔던 동요를 속삭이듯 부른 알레이나는 닫혀 있지만 어느 화백이 그렸는지 창공을 그린 커다란 창문은 마치 열어 놓은 것처럼 탁 트인 느낌이었다.
고아들이 자주 부르는 이 동요는 부르는 사람마다 가사가 조금씩 달랐다. 누구는 엄마 아빠를 연인으로 부르기도 하고 조부모로 부르기도 하고 자매형제로 바꾸기도 한다. 작은 동산 꽃나무가 낮은 언덕이 되기도 하고 푸른 풀은 여윈 꽃이 되기도 했다.
“슬퍼.”
입으로 내뱉어봐야 그 마음이 나아질 리가 없다. 오히려 그 말이 어깨 위로 날아와 몸이 수그러들게 만들었다. 다리 위로 얼굴을 묻고 팔을 늘어뜨린 알레이나는 문득 차오르는 울음에 눈을 감았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이렇게 울음이 나온다.
참아야해. 참아야해. 그래야해.
울음을 참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있는 널리 알려진 숨 참기를 하며 입을 앙 다문 소녀는 턱 끝까지 오는 숨을 기어코 막아내자 귀와 머리까지 멍 해져버렸다. 거의 이십여 초나 지났을 무렵,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알레이나의 위로 그려졌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자그마한 몸체에서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검은 그림자는 숙여있는 고개로 가까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거참 고맙게도 죽은 건가.”
사람이 너무 놀라면 놀라는 흉내도 내지 못한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확실하게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아버렸다. 멍하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가 난 곳으로 돌린 소녀는 하필이면 막혔던 숨을 눈앞에 있는 검은 눈동자의 사내의 얼굴로 뱉어버리고 말았다.
푸우우.
까만 머리가 그녀의 입김에 솔솔 흔들리고 그 바람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던 사내가 조금 더 고개를 소녀에게로 가깝게 하며 입을 열었다.
“애석하게도 살아 있군.”
스르륵, 쿵.
애석하게도 살아 있는 알레이나의 몸이 창틀에서 그대로 기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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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소녀 알레이나와 나이불명의 진짜 짐승, 라이칸 슬로프인 이르카의 이야기입니다.
지금껏 게으름피웠던 것을 만회하고자 이렇게 홍보글을 올려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자연 -로맨스에 기거하고있습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gor&category=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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