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판타지나 무협은 상상의 세계인데, 주인공이 사악하고 이기적인거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고 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많을수도 있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악하고 이기적인] 주인공이라고 설정을 해놓으면서, [진짜로 사악하고 이기적인것으로 평가되는] 경우는 너무나 드물다는 것 입니다.
즉, 무슨 말이냐하면, [주인공이 아무리 사악한 짓을 해도 "저건 알고보면 대단히 남자다운 짓이야!"라고 주변 인물들이 옹호해준다]라는 것 입니다.
즉, [진짜로 주인공이 힘없는 백성을 괴롭혀도], [저건 주인공이 강해서 저럴 수 있는거야!]라면서 힘의 논리를 옹호해주거나 [저놈이 저래보여도 사실 속마음은 착한 놈이야!]라고 옹호해주거나...즉 주인공이 살인이나 강도짓을 한다고해도 [저 사람은 그래도 멋진 사람이야]라고 주변 인물들이 옹호해준다는 것이죠.
물론, 현실에서도 [살인이나 학살을 저질렀는데도 인기가 많은 인물]이 아예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역사적인 정복자라든가, 독재자라든가. 그러나 그런 인물들조차 찬반논란이 극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설 내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악행을 옹호해주기만 하는 것은 분명 제대로 된 도덕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인공과 적대하는 세력]은 그렇지 않다는 것 입니다. [주인공과 적대하는 세력]은 조금만 비겁한 짓을 해도 엄청나게 비겁한 무리로 평가되거나, 조금만 악한 짓을 해도 엄청나게 나쁜 놈들로 평가됩니다. 실상 주인공은 그것보다 더 비겁하고 나쁜짓을 많이 했는데도 말이죠.
즉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같은 논리가 소설 전체에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논리를 쓰면 당연히 그 사람은 욕 먹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도덕율이 적용되지 않고 그저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든 세상이 돌아가는]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적이 하면 불륜 맞고 주인공이 하면 로맨스가 맞다]입니다.
사실 이런 현상이 꼭 나쁘기만 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주인공인데 조금은 그렇게 편드는 것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것이 너무 지나치면 편협한 세계관이 됩니다.
글이 너무 기니까 이만 정리하자면, 이런 편협한 세계관은 곧 무리한 전개 방식을 불러올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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