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26 ruryrury
작성
10.02.13 01:15
조회
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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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우야담黎雨夜談

2.

『여우야담黎雨夜談』은 Xester님께서 문피아에 연재하고 계신 작품입니다. 2009년 8월 12일에 첫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고 2010년 2월 11일에 35화가 올라왔으니 결코 집필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제가 겨우 35화밖에 연재되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고전설화를 뼈대로 삼아서 전개됩니다. 첫번째 마당은 여우구슬 이야기, 두번째 마당은 동앗줄 이야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고전을 재해석하여 현대 배경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드물진 않으나,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정도의 필력을 보인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제 좁은 견문으로는 오트슨님의 '미얄의 추천'이나 코다 가쿠토의 '단장의 그림'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군요.

오트슨님이나 코다 가쿠토는 그들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옛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비틀고, 재구축하여 멋지게 '새 이야기'를 만들어내지요. 그리고 지금 소개하고 있는 『여우야담』의 Xester님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는 작가입니다.

여우야담은 윤우라는 남주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따사롭고 웃음이 넘치는 일상생활이 그려집니다. 1인칭은 쓰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잘' 쓰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있는데, 윤우의 시점을 따라다니는 건 너무나 편안합니다. 여기서 한번 감탄.

이윽고 일상의 이어짐 속에 조금씩 결락이 생기기 시작하고, 윤우의 마음 속에 불안과 의심이 생겨납니다. 계속되는 악몽, 처음으로 마주한 비일상, 자신에 대한 의심, 단단했던 윤우의 세계는 점차로 부서져내리고 그 뒤에 자리한 어둠은 숨쉴 틈 없이 그를 구석으로 몰아붙입니다. 살살 미끼를 흔들며 독자를 유인하는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여기서 두번째로 감탄해버렸어요.

은은하지만 농도짙은 긴장과 공포를 흩뿌리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에 소홀하지 않다는 점이 또 대단합니다. 평범하지만 조금은 독특한 윤우라는 녀석을 주변인의 반응을 통해 알기 쉽게 전달함과 동시에 개성적인 히로인의 면면을 차근차근 조명해내고 있습니다. 끈적하지 않은, 담백하고 산뜻한 인물조형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느껴지는 경이. 겨우 두개의 마당이 끝났을 뿐이지만, 그때마다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며 '현재'의 새로이 구축된 여우야담의 완성도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원래 그러하다는 듯 일어나는 반전과, 그러한 뒤집힘의 미학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격하고 진한 감정의 묘사. 이 작가분 정말 이야기꾼의 재능이 있어요.

이런 퀄리티를 뽑아내려면 어정쩡한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겠죠. 소재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있고, 그것을 뒤집어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구축해야 하고, 이미 창조해놓은 세계에 편입시키려면 한번 더 가공해야 하니... 얼마나 큰 고심이 필요할지 짐작이 갑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여우야담』의 연재 페이스가 빨라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랄 뿐.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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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하나라카

2.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려요)

내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 일어날 리 없는 기적을 바라고, 존재할 리 없을 존재를 원한다. 지긋지긋한 잿빛 현실에서 벗어나 걸음걸음마다 신비와 경이가 가득한 세계를 거닐고 싶다. 짧은 꿈에 불과할지라도.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려봐도 엉성한 공상의 조각을 누덕누덕 기워놓은 세상에 실망할 뿐이다. 그러던 차에 마하나라카와 만났다.

마하나라카는 지옥을 무대로 벌어지는 장대한 이야기다. 내가 읽은 어떤 이야기도 이 작품만큼 완벽한 지옥을 보여주진 못했다. 태초부터 존재한 거대한 허무의 공간, 거인의 슬픔, 신들의 추락, 돌고 도는 영혼들... 한 세계의 기원을, 역사를, 가혹한 환경 아래 먹고 먹히는 가엾고 추한 존재들을 이토록 절절히 풀어낸 이야기는 오직 마하나라카 뿐이다.

중원에서 최후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며 자신의 책임을 다했음에도, 수많은 생령을 위해 스스로 지옥으로 몸을 던진 대종사 칸. 그가 지옥에서 몸을 얻고, 새로운 가족과 만나 스스로를 재확립하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지옥의 주민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 체제를 이해하게 되고,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열하고 비정하고 비겁한 행동양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철저하게 지옥인으로써 행동하는 인물들에게 감탄하고, 스스로도 그들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비록 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는 단순히 중심에 불과하다. 일견 구도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칸이 도를 구하는 것은 아니다. 칸은 길을 걷고 또 걸어 흔들림 없는 중심에 다다른 자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완성된 존재다. 그는 길을 찾아 헤매는 많은 이들과 만나 때로는 함께 걷고, 때로는 떠나보내며, 때로는 손을 들어 먼 곳을 가리켜 준다. 칸의 곁에서 많은 길이 생겨나고, 나뉘고, 교차한다. 그리고 헤매던 자들은 자신들과 칸이 함께 만들어낸 길을 따라가며 각자의 답을 찾는다. 그 속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마하나라카는 최고의 소설이 되어줄 것이다.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마하나라카는 다양한 요소가 맛깔나게 배합되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초반에는 가혹한 환경 하에서 소가족의 일원이 되어 살아남는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중반에는 한곳에 정착하며 가문간의 암투와 주변세력간의 전투를 섬세하게 묘사해준다. 뒤이어 신들간의 대규모 전투가 그려지니 생존물과 영지물, 전쟁물을 한번에 읽는 느낌이다. 스토리 진행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지만 그 중심에는 칸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친절함이 약간 부족하여 전체 틀을 명확하게 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칸의 목적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 그리고 이야기의 저변에 깔려있는 신들의 속사정 같은 것들을 딱 집어 말해주지 않는다. 커다란 흐름 속에서 독자가 직접 답을 건져올려 엮어내야 한다. 이러한 신비주의 전략이 주는 이점도 있긴 하지만 방황하는 몇몇 독자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별 다섯개를 주는 극히 드문 작품이며, 작가인 비공님은 내 마음 속의 본좌 중 한분이다. 지금까지 세번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맛이 난다. 처음엔 정신없이 헤매던 나도 세번쯤 읽으니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언덕 위에서 그와 그녀가 만나 이름을 받는 장면. 내가 함께 걷고 싶은 길은 '그녀'와 나란히 뻗어있는 듯 하다.


Comment ' 20

  • 작성자
    흑백계아이
    작성일
    10.02.13 01:17
    No. 1

    헉, 깔끔하고 섬세한 추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루이스CDG
    작성일
    10.02.13 01:47
    No. 2

    마하나라카 추천 강화 합니다. 안읽어보신분은 필독이죠.
    문피아에서 손꼽히는 글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서린언니
    작성일
    10.02.13 01:52
    No. 3

    여우야담 추천 강화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헐헐헐헐
    작성일
    10.02.13 02:04
    No. 4

    마하나라카 !!!! 연재완결란의 백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앜칼리
    작성일
    10.02.13 02:14
    No. 5

    여우야담 좀 좋긴한데 너무 진행이 빠르달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웹소감별사
    작성일
    10.02.13 02:17
    No. 6

    여우야담 추천강화!
    쳇, 제가 올리려고 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겨울바른
    작성일
    10.02.13 02:43
    No. 7

    여우야담 읽다보면 홀린 기분이 드는 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잇츠
    작성일
    10.02.13 03:27
    No. 8

    여우야담 마하나라카 둘다 좋죠~^^ 그런데 여우야담은 긴밀함이라고 해야하나 긴박함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첫번째 에피소드를 두번째 에피소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납니다. 두번째가 별로라기보다는 그만큼 첫번째가 좋앗다는 얘기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아사한년
    작성일
    10.02.13 04:16
    No. 9

    아 나도 구미호에 홀려보고싶다는 구슬은 내가꿀꺽...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고객님
    작성일
    10.02.13 04:35
    No. 10

    여우야담 추천강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네임즈
    작성일
    10.02.13 05:22
    No. 11

    겨,결코 여우 그림에 가는 것은 아냐! =ㅅ=
    여우야담....이제는 읽어야할때인가요..
    추천글이 저를 움직이게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로물
    작성일
    10.02.13 09:57
    No. 12

    굉장한 추천글이네요
    볼수밖에 없게 만드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RaNat
    작성일
    10.02.13 10:04
    No. 13

    쩌심.....후덜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KIRCH
    작성일
    10.02.13 10:21
    No. 14

    여우야담 추천 강화.....뭐랄까, 추천하신 분도 참으로 굉장한 내공을 쌓으신 고수이신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이네리스
    작성일
    10.02.13 15:17
    No. 15

    마하나라카 추천강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조재호J
    작성일
    10.02.13 15:56
    No. 16

    여우야담.
    멋진 추천에 좋은 이야기를 건졌습니다.
    단번에 이 정도를 쉼 없이 읽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outergod
    작성일
    10.02.15 18:52
    No. 17

    마하나라카 2번만 읽어보면 그맛을 알수있는 멋진소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하라신
    작성일
    10.02.18 02:34
    No. 18

    아까전 n이 떠서 보러갔죠 ...... 아 짧게 느껴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草命
    작성일
    10.02.23 00:10
    No. 19

    오~! 상탔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대단한 추천글이네요.
    여우야담에 관한 댓글처럼 추천글도 첫번째가 더 땡기네요. ㅎㅎ
    그리고 반바지? 를 입은 여우가 귀여워서 ㅎㅎ 즐감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6 ruryrury
    작성일
    10.02.23 06:39
    No. 20

    제 글솜씨가 모자라서 그렇습니다. 마하나라카 역시 대단한 걸작이며,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극히 드문 소설이기도 합니다. 읽고 후회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운이 좋아서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멋진 글 써주신 Xester님과 비공님, 댓글로 추천강화 해주신 분들과 이벤트 열어주신 문피아측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두 작품이 널리 사랑받기를 기원하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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