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거 알고 있나? "
남자의 말에 모두들 눈을 돌렸다. 시끌벅적한 객잔, 술을 몇 잔씩 걸친 뒤라 모두 이야기를 쏟아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지금은 유명한 무림(武林)에 대한 것을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들은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무림인, 절세 무공, 누가 가장 강한가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중 한 남자가 말을 꺼내자 다들 귀를 기울였다.
" 흑객(黑客)이란 자가 있다네. "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지라 모두의 눈에는 의문이 어렸다. 보통 무림의 고수라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유명해진다. 일반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악독한 마인이라거나 하면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흑객이라는 무명(武名)을 가진 무림인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그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자라네. 아무도 그가 어떤 무기를 쓰는지, 몇 살인지,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모르지. 말하자면 살수(殺手)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네. "
남자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렸다. 살수라고 한다면 비겁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술을 한 잔 더 들이킨 남자는 모두의 얼굴을 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 잘 모르겠는 얼굴들이구만! 그는 절대 의뢰를 실패하지 않는 걸로 유명해! 백안검(白雁劍)이나 유은창수(柳隱槍手)가 바로 그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하지. "
그 말에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백안검이나 유은창수, 모두 무림 백대 고수에 적을 올려놓은 자들이다. 최근 그 행적이 뜸하다 하더니만, 죽은 것인가? 책자로밖에 그들을 알 수 없는 남자들은 이런 소식에 놀라워했다. 술을 마시던 남자는 흑객의 이야기가 먹혀가니 기분이 좋은 듯했다.
"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아는 건가? "
남자는 에헴 소리를 내며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 내 친척 분중 한 분이 거금을 들여 흑객에게 의뢰를 했던 적이 있으시지. 난 그때 멀리서나마 그를 봤어. "
비교적 자세하게 알고 있자 남자들은 오호 소리를 내며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기세좋게 술을 마시던 남자는 곧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고, 한참을 더 마신 뒤 남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남자는 흥겨운 콧소리를 내며 길을 걷고 있었다. 어두운 길. 집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달빛도 희미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밤이다. 취기에 비틀거리던 남자는 지나가던 사람에게 몸이 슬쩍 부딪쳤다.
" 아이고, 미안합니다. "
실실 웃으며 남자가 지나가려 하는데, 등에 뜨거운 감촉이 스치고 지나갔다. 으억 하는 비명 소리가 삼켜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뒤로 비척이며 물러선다.
검을 든 자는, 차가운 눈으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를 알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도 차갑게 비치던 눈빛.
" 흑객……! "
어둠을 가르는 은빛 검날. 남자의 몸이 휘청인다. 그것을 붙잡은 뒤 땅바닥에 내려놓은 그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스러졌다.
어둠이 일렁이며 경고를 쏟아냈다.
절대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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